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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미야의 사람과 현장] “급여일 지켜달라” 요구했다가 해고된 요양보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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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사회복지사라는 사람이, 목사 자격까지 가졌다는 사람이, 사람을 이렇게 협박해도 되는 겁니까?”

경기도 광주시에서 노인 요양병원을 운영하는 원장은 노동위원회 심판 내내 자신은 협박을 당했다며 흥분된 어조로 목소리를 높였다.

조상운(가명, 남, 52세) 씨는 몇 달째 제날짜에 월급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초과근무가 빈번했지만 수당을 제대로 지급받은 적도 없었다. 요양원 원장은 “본인이 업무 미숙으로 제시간에 퇴근을 하지 못한 것인데 왜 수당을 지급해야 하냐”고 말했다.

조 씨가 하는 일은 요양원 일 말고도 또 있었다. 원장이 따로 운영하고 있는 교육원 업무도 조 씨의 몫이었다. 견디다 못한 그는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날짜에 급여 지급 △초과근로수당 지급 △업무용 차량에 대한 보험 등 세 가지 요구를 적어 원장에게 제출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막말’이었다.

“내 돈으로 계속 (월급을) 당겨 주어서 내 통장에 ‘빵구’ 난 것, 너 못봤어? 그래도 어려워도 내가 당신 봐서 힘들어도 해줬어. 내가 당신 월급 맞춰주느라 통장이 ‘빵구’가 났어”

조 씨가 “그걸 내가 어떻게 아냐?”고 하자 원장은 “그럼 다른 데 가서 일 알아보셔”라고 비아냥거렸다. 참다못한 조 씨가 “그러면(임금을 주지 않으면) 노동부에 신고하겠다”고 하자 그 말이 자기를 협박한 것이라는 것이었다.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더불어민주당 보건복지위 맹성규 의원 주최로 국회 의원회관 제3간담회실에서 재가요양서비스 노동실태 증언대회 및 처우개선 토론회가 열렸다. (자료사진)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더불어민주당 보건복지위 맹성규 의원 주최로 국회 의원회관 제3간담회실에서 재가요양서비스 노동실태 증언대회 및 처우개선 토론회가 열렸다. (자료사진)ⓒ민중의소리

의외로 사회복지시설에서 노동법을 지키지 않고, 임금을 체불하는 일은 많다. 심판회의에서 사회복지센터 대표들이 하는 이야기도 대부분 비슷비슷하다.

자신들은 이윤이 아닌 사회 공헌사업을 하는 사람이므로 양심적이고 도덕적이다. 임금에 대한 부당함을 말하는 사람은 사회복지사로서의 소명의식이 없는 것이다. 고로 자격이 없고, 부도덕한 사람이라는 레퍼토리이다.

그럼 사회복지사는 손가락 빨고 살라는 것인지? 일하는 사람, 즉 사회복지사의 기본적인 복지도 주어지지 않으면서 어떻게 그 기관의 복지 수준이 높기를 기대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초과근로수당을 주지 않는 것도 그런 논리이다. “사회복지사이면 ‘봉사’를 해야 한다”는 것. 노동자가 아니라는 논리, 열정페이를 강요하는 모습들이다.

이 사건에서 조 씨는 해고 사유, 해고 절차 위반 모두를 인정받아 복직할 수 있었다. 최근 사회복지시설, 사회적기업이 많이 늘고 있다. 그만큼 그 안에서 일하는 노동자도 늘고 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봉사 정신과 헌신성이 강요되어 사실상 착취가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강요당한 봉사는 ‘노동 착취’이다. 착취라는 게 별다른 게 아니다. 일한 만큼 정당한 보상이 따르지 않으면 그게 바로 ‘착취’이다. 착취를 당하면 신고를 해야 한다. 노동부는 그러라고 있는 기관이다. 신고한다는 것이 ‘협박’이 아니라는 말이다. 신고는 ‘잘못된 것은 바로잡는 선진국민이 가져야 할 자세’라고 우리는 어릴 때부터 배우고 살지 않았나.

조 씨 사건을 보면서 앞으로 늘어나는 사회복지시설만큼 복지사, 사회복지시설 노동자에 대한 처우가 따라가려면 한참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복지사도 노동자다. 우리 사회는 사회복지사에게 열정페이를 더 이상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

엄미야 금속노조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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