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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고속도로 위 고공농성’ 해고로 손도 마음도 검게 변해버린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들
경부고속도로 서울톨게이트 상단 구조물 위에 올라가 고공농성 중인 톨케이트 여성 노동자들의 손과 시발.
경부고속도로 서울톨게이트 상단 구조물 위에 올라가 고공농성 중인 톨케이트 여성 노동자들의 손과 시발.ⓒ도명화 민주일반연맹 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지부장 제공

"한 집안의 가장으로 생계를 꾸려가려고 시작한 일이 요금소 수납원 일이었어요.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고객을 응대하는 이 일이 저한테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일이었어요. 회사 나가는게 정말 즐거웠어요. 항상 한 시간 정도 일찍 출근해서 청소하고 업무를 시작했어요. 저는 진짜 일하고 싶은 사람이거든요. 그런데 저한테 돌아온 건 '해고'라는 게 참 많이 속상합니다." (서안성 톨게이트 수납원, 김미이 씨)

서안성 톨게이트 수납원 김미이(46) 씨는 1일 오후 현재 경부고속도로 서울톨게이트 상단 구조물 위에 있다. 지난 30일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 노동자들을 관리하는 한국도로공사 외주업체와의 계약이 종료돼 해고됐기 때문이다. 그는 16년 간 요금 수납원으로 성실히 일했지만, 한 순간에 삶의 터전에서 쫓겨났다.

톨게이트 노동자들이 경부고속도로 서울TG 구조물 위에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톨게이트 노동자들이 경부고속도로 서울TG 구조물 위에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제공
1일 톨게이트 노동자들이 경부고속도로 서울TG 구조물 위에서 고공농성하고 있다.
1일 톨게이트 노동자들이 경부고속도로 서울TG 구조물 위에서 고공농성하고 있다.ⓒ도명화 민주일반연맹 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지부장 제공

6월 30일, 한국도로공사는 7월 1일 자회사 '한국도로공사서비스' 출범을 앞두고, 자회사 소속 정규직 전환에 동의하지 않고 직접고용을 요구해 온 수납원 1,500여 명과의 계약을 종료했다. 해고를 앞둔 톨게이트 여성 노동자 40여 명은 30일 새벽 4시 30분 경 경부고속도로 서울톨게이트 상단 구조물 위에서 고공 농성을 시작했다. 이들은 대량해고 사태를 규탄하며, 한국도로공사에 계약 종료 수납원들을 직접고용하라고 촉구했다.

고공농성 중인 도명화 민주일반연맹 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지부장은 지난 30일 근무 마지막 날의 분위기를 떠올리며 "십 수년 다닌 직장에서 내 뜻이 아니라 남의 뜻으로 쫓겨났다. 무엇보다 정부 정책으로 인한 피해를 보는 것에 대해 수납원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서운해한다"며 "대량 해고 상황까지 만들어 낸 한국도로공사에 대해 분노한다"고 전했다.

1평 남짓한 공간에서 매연을 마시며 십수년 간 일해왔던 수납원들은 일터를 되찾기 위해 절박한 마음으로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도 지부장은 "조합원들이 어젯밤 깔판을 깔고 새우잠을 청했다"며 "그동안 이 위에 쌓여있던 매연과 먼지로 숨 쉬기가 어렵고, 손과 옷이 닿는 곳마다 새까맣게 변했다"고 농성장의 상황을 전했다. 또 "밤에는 바람이 세차게 분다"며 "위가 뻥 뚫려 있어 햇빛을 피할 곳이 없어서, 오늘 그늘막을 쳤다"고 말했다.

. 고속도로 톨게이트 모습 (자료사진)
. 고속도로 톨게이트 모습 (자료사진)ⓒ뉴시스

지난달 1일 한국도로공사는 전면적인 자회사 전환을 앞두고, 전국 31개 영업소 노동자들을 먼저 자회사 소속으로 전환하는 시범운영을 실시했다. 당시에도 자회사 전환에 동의하지 않는 수납원들은 계약 종료돼 약 100명이 해고됐다.

6월 이때부터 다른 영업소의 해고사태를 봐 왔던 김미이 씨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한국도로공사) 그 사람들한테 우리는 사람이 아닌 거 같다"고 탄식했다. 김 씨는 "우리는 공채 시험을 봐서 들어온 사람들과 똑같이 대우를 해달라는 게 아니다"면서 "수납 업무를 그대로 하면서, 직접고용으로 고용안정을 이루는 게 우리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도로공사의 명예퇴직자들이 외주업체를 세워 공사 측과 수의계약을 맺었다. 그들이 배를 불릴 때, 노동자들은 영업소 말이라면 죽는 시늉까지 했다"며 "우리는 당시에 근무복도 안 사줘서 다 찢어진 걸 입고, 필통도 볼펜도 안 사줬다. 우리가 사서 들고 다녔다. 그만큼 돈도 안 주고, 떼어 먹었다"며 그간 노동자들이 받았던 불합리한 처우와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해 토로했다.

김 씨가 2003년 3월 입사할 당시 그는 한국도로공사 정직원이었다. 그러나 IMF 경제 위기 이후 수납 업무가 외주화 되면서 외주업체 계약직 신분이 되었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자부심과 보람으로, 고객들에게 늘 친절하게 대하려고 노력했다. 김 씨는 "고객에게 받은 감동은 너무 많아서 손에 꼽기 힘들다"면서도, 잠시 고민하다 며칠 전 한 고객과의 일화를 꺼냈다.

김 씨가 영업소 현관문 앞에 앉아 '해고는 살인이다' 피켓을 붙이고 있던 와중에, 자주 영업소에 방문하던 까다로운 고객을 만났다. 그 고객은 '항상 친절하게 대해줘서 고맙다. 투쟁 꼭 승리해서 이 영업소에서 다시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그는 전했다.

지금까지 수납원들은 매년 해고통지를 받았고, 재계약을 반복했다. 이들은 계약기간이 돌아올 때마다 고용불안에 떨어야 했다. 그래서 지금까지 한국도로공사 측에 정규직 전환을 요구해왔다.

노동자들은 2013년 법원에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1심·2심 재판부는 한국도로공사 요금수납원들이 불법파견 노동자라고 판결했다. 이는 한국도로공사가 용역업체 요금수납원들을 '직접고용'하는 것이 맞다는 판단이다. 현재 요금수납원들은 대법원에 계류된 이 사건의 최종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한국도로공사는 이들을 직접 고용하지 않고 자회사 소속으로 고용한다는 방침이다. 이같은 방침에 반대하는 노동자들은 자회사 소속 전환은 또다른 용역업체 고용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근덕 톨게이트에서 출근 투쟁을 하고 있는 요금소 수납원들
근덕 톨게이트에서 출근 투쟁을 하고 있는 요금소 수납원들ⓒ공공연대노동조합 강원지부 한국도로공사 영업소지회 제공

한편, 한국도로공사는 자회사 전환에 동의하지 않는 수납원들에게 대법원 판결 전까지, 기간제로 노선·도로 정비, 청소, 조경 관리 하는 도로공사 조무원 업무를 하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수납원들은 그같은 임시 방편으로는, 고용불안의 근본적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김미이 씨는 "우리는 수납원 업무를 다 하면서 한여름 땡볕에서 광장에 있는 풀을 뽑고, 한겨울엔 차로에 눈을 다 치웠다"면서, "우리는 그동안 수납원 일과 조무 업무를 같이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간제 얘기하지 말고, 요금소 수납원으로 직접 고용하라"고 꼬집었다.

도명화 지부장은 "이제 제대로 싸울 수 있는 시간이다. 우려만 하고 있던 해고가 현실이 됐다"며 "우리는 그동안 일하면서 투쟁했었는데, 앞으로는 투쟁에 전념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한편, 이날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은 "오전 9시 이뤄진 한국도로공사와의 교섭은 도로공사 측의 직접고용 거부 입장으로 결렬됐다"며 "서울 톨게이트 캐노피 고공농성은 계속 유지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400여명 톨게이트 조합원은 이날 오후 청와대 앞으로 이동해 7월 3일까지 2박3일 간 노숙농성 투쟁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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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아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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