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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이 청와대 앞 농성투쟁에 나선 이유
한국도로공사 홈페이지 첫 화면
한국도로공사 홈페이지 첫 화면ⓒ한국도로공사 홈페이지

"고속도로에서는 사람이 우선입니다" (공기업 한국도로공사 인터넷 홈페이지 화면에 등장하는 문구)

고속도로에서 일하는 '사람'인 톨게이트 요금수납노동자 1,400여 명이, 용역회사 소속에서 한국도로공사 자회사 소속으로의 전환에 동의하지 않고 한국도로공사에 직접고용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해고 상황에 놓였다. 지난 30일 해고된 요금수납노동자 40여 명은 경부고속도로 서울 톨게이트 상단 구조물 위에서 4일째 고공농성중이고, 또다른 400여 명 2박 3일째 서울 청와대 인근에서 농성 중이다.

왜 톨게이트 요금 수납노동자들은 청와대로 향했을까?

한국도로공사 용역업체 소속으로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요금수납 업무를 하다 집단해고당한 노동자들이 1일 오후 청와대 인근에서 도로공사 직접고용 등을 촉구하는 집회를 마친 뒤 청와대로 향하다 경찰에 막혔다. 경찰과 대치하던 중 한 노동자가 쓰러져 업혀 나오고 있다. 2019.07.01
한국도로공사 용역업체 소속으로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요금수납 업무를 하다 집단해고당한 노동자들이 1일 오후 청와대 인근에서 도로공사 직접고용 등을 촉구하는 집회를 마친 뒤 청와대로 향하다 경찰에 막혔다. 경찰과 대치하던 중 한 노동자가 쓰러져 업혀 나오고 있다. 2019.07.01ⓒ김철수 기자

톨게이트 요금 수납노동자들은 1일과 2일 집단해고 사태 해결을 촉구하며 청와대로 향했다. 이를 막아서는 경찰과 물리적 충돌을 빚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수십 명의 조합원들이 실신해 병원에 이송됐고, 9명은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이들은 다수가 40대 이상의 여성노동자고, 상당수는 가장이다. 이런 평범한 노동자들은 왜 거리의 투사가 됐을까?

그간 이들은 용역회사 소속으로 일하며 매년 계약을 다시 맺어야 일할 수 있었다. 고용불안에 시달리며 재계약을 위해 사측과 관리자의 갑질까지 견뎌내야만 했다.

그러다 현 정부가 들어선 후 발표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에 희망을 걸었다. 공공기관인 한국도로공사 소속으로 요금 수납원 업무를 하며 고용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같은 요금수납원들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한국도로공사가 선택한 요금수납원들의 정규직 전환 방식은 한국도로공사 직접고용이 아닌, 자회사 소속으로의 전환이었다. 이들은 정규직 전환 방법에서 노동자의 목소리가 배제돼 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 정규직 전환 민주노총 투쟁본부' (이하, 투쟁본부)는 "자회사는 기존 용역과 다름없는 외주 하청에 불과하여 독립경영과 업무구분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도로공사가 내려주는 한정된 인건비 구조로는 요금수납원의 처우가 절대로 개선되지 않는다"며 자회사 전환에 반대하고 있다. 기존의 '도로공사-용역 업체-영업소'의 구조와 '도로공사-자회사-영업소'의 구조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 1일 한국도로공사는 관할 고속도로 통행료 수납업무를 담당하는 자회사로 한국도로공사서비스(주)를 출범했다. 이에 앞서 도로공사는 지난 6월 1일 31개소, 16일 13개소의 영업소를 먼저 자회사 전환해 시범 운영했다. 1일에는 남아있는 영업소 310개소가 자회사로 전환돼, 자회사 소속 전환을 거부한 노동자들의 대량해고 사태가 현실이 됐다.

한국도로공사가 관리하는 354개곳 모든 영업소의 통행료 수납업무는 한국도로공사서비스(주)가 총괄하게 됐고, 자회사 전환에 동의하지 않은 요금 수납 노동자들의 계약은 종료됐다. 1,400여 명의 집단 해고 사태가 발생했다.

요금수납 노동자들은 왜 직접고용을 요구하는 걸까?

한국도로공사 용역업체 소속으로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요금수납 업무를 하다 집단해고당한 노동자들이 1일 오후 청와대 인근에서 도로공사 직접고용 등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2019.07.01
한국도로공사 용역업체 소속으로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요금수납 업무를 하다 집단해고당한 노동자들이 1일 오후 청와대 인근에서 도로공사 직접고용 등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2019.07.01ⓒ김철수 기자

2009년까지 톨게이트 요금수납 노동자들은 한국도로공사 정규직 직원이었다. 그러나 IMF 외환위기와 이명박 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을 거치면서, 2차례 구조조정으로 용역업체 소속 하청 직원으로 전락했다. 그래서 요금수납 노동자들은 "우리는 정부 정책의 희생양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투쟁본부 관계자는 "한국도로공사는 350여곳의 톨게이트 영업소에 한국도로공사 퇴직자들을 용역업체 사장으로 배치했다"며 "용역업체 사장들은 요금수납원들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수시로 해고하면서 톨게이트 영업소의 제왕으로 군림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도로공사 정규직에서 용역업체 하청 직원으로 전락한 요금수납원들은 해고를 당하지 않기 위해 미수금을 개인 돈으로 채우고, 회식자리에 불려나가거나 밥상까지 차려주어야 하는 등, 상급자들의 온갖 부당한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30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경부고속도로 서울 톨게이트에서 '한국도로공사 정규직 전환 민주노총 투쟁본부'노조원들이 한국도로공사 용역업체 소속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 직접고용 등을 촉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19.06.30.
30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경부고속도로 서울 톨게이트에서 '한국도로공사 정규직 전환 민주노총 투쟁본부'노조원들이 한국도로공사 용역업체 소속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 직접고용 등을 촉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19.06.30.ⓒ뉴시스

현재 요금수납 노동자 6,500여 명 가운데 5,100여 명이 자회사 소속으로 전환돼 근무하고 있다. 나머지 1,400여명의 요금 수납 노동자들은 한국도로공사의 직접 고용을 요구하고 있다.

투쟁본부 측은 "자회사를 선택한 요금수납원들이 직접고용이 자회사보다 좋다는 것을 모르고 자회사를 선택한 것이 아니다"며 "대부분의 요금수납원들은 한국도로공사의 온갖 회유와 협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자회사 전환 동의서에 서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2013년 톨게이트 요금수납 노동자들은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근로자 지위확인소송을 제기했다. 2015년 1심과 2017년의 2심 판결에서 모두 승소해 '불법파견' 상태임을 인정받았다. 재판부는 수납원들이 도로공사의 지휘·명령을 받아 일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파견 계약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재판부는 외주사업체가 용역계약 당사자로 부적격하다고 봤다. 외주 운영자 대부분이 도로공사 퇴직 직원들로, 사업자 등록부터 채용 및 노무관리까지 공사로부터 자료를 받아 지침대로 이행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톨게이트 요금수납 노동자들은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최종 판결도 나기 전에 자회사 전환이 이뤄졌다. 이에 대해 투쟁본부 측은 "자회사로 전환하면 불법의 시비가 자연스럽게 없어져 한국도로공사는 불법파견이라는 대법원 판결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대법원 판결이 나면, 법원의 판결에 따라 요금수납 노동자를 직접 고용해야 하는데, 이를 이행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무리하게 자회사를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해고된 노동자들은 대법원 계류 중인 근로자 지위확인소송에서 승소해도, 수납원으로 정규직 채용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도로공사는 지난달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소송에서) 패소해 근로자들을 직접 고용해야 할 경우, 자회사가 전담하고 있는 요금수납업무는 제외하고 도로정비 등의 조무업무를 수행하는 한국도로공사의 정규직 현장관리 직원으로 채용할 계획"이라고 선을 그었다.

노사가 자회사 전환에 합의했다?

한국도로공사 용역업체 소속으로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요금수납 업무를 하다 집단해고당한 노동자들이 1일 오후 청와대 인근에서 도로공사 직접고용 등을 촉구하는 집회를 마친 뒤 청와대로 향하자 경찰이 막아서고 있다. 2019.07.01
한국도로공사 용역업체 소속으로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요금수납 업무를 하다 집단해고당한 노동자들이 1일 오후 청와대 인근에서 도로공사 직접고용 등을 촉구하는 집회를 마친 뒤 청와대로 향하자 경찰이 막아서고 있다. 2019.07.01ⓒ김철수 기자

한국도로공사는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에 따라 2017년 10월 노사 및 전문가 협의회를 구성했다. 그해 11월 14일부터 2018년 9월 5일까지 총 9차례의 노사전문가협의회를 진행했다.

한국도로공사는 "2018년 9월 5일 자회사 방식의 정규직 전환에 노사가 합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합의에 근로자 대표 6인 중 5명이 합의에 서명했고 민주노총이 거부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노사합의 이후에도 갈등관리협의회를 통해 비동의자들의 자회사로의 참여를 적극 유도해 왔으나 직접 고용과 수납업무 지속 수행을 주장해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투쟁본부 측은 "한국도로공사는 무노조 대표와 조합원에게 탄핵된 노조 대표에게 개별 동의 서명을 진행했다"며 "도로공사는 이를 노사합의로 둔갑시켜 일방적으로 자회사를 추진했다"고 밝혔다.

투쟁본부 측에 따르면, 2018년 9월 5일 진행된 9차 노사전문가협의회에서 회의를 진행하는 의장인 전문가위원은 한국도로공사의 자회사 일방 추진에 대해 ▲담합이 의심되는 상황이고 ▲국민 부담 최소화 원칙에 위배되며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는 요금수납원들의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이유와 ▲전원 합치된 의견이 도출될 수 없다는 이유로 회의 종료를 선언했다고 한다. 이후 전문가위원과 민주노총 근로자대표는 회의장에서 퇴장했다.

투쟁본부 소속의 이정범 민주일반연맹 공공연대노조 조직실장은 "노사협의회에서 전문가 위원이 중재안으로 1안 직접고용, 2안 자회사 전환, 3안 직접고용·자회사 선택을 제시했다"며 "당시 노동자들은 3안에 동의했지만 도로공사에서 이를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도로공사는 대량 해고 사태로 인한 인력 부족에 대해 "영업소 운영인력을 최적화하고 자회사에서 750여 명의 기간제 직원을 채용해 요금소 운영에 문제가 없도록 조치했다"면서, "직접고용을 요구하는 수납원들에 대해서는 대법원 판결 전까지 도로 정비 등 지사의 조무업무를 수행하는 기간제로 채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자회사 전환에 동의하지 않는 요금수납 노동자들은, 이같은 방식이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아니라고 보고, 수납원으로 직접고용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오늘로 나흘째 고속도로 위에서 고공농성 중인 도명화 민주일반연맹 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지부장은 "정규직 전환 이야기를 하면, '고속도로에서 돈이나 받던 아줌마들이 그런 걸 욕심내냐, 양심없는 것 아니냐'고 이야기하는 분들이 있다. 저희는 한국도로공사에 시험보고 들어가는 일반직을 달라는 게 아니다"면서, "우리가 하고 있는 업무에 맞게 직접고용 해달라는 것인데 오해가 있어 안타깝다"고 털어놨다.

도 지부장은 "그동안 도로공사 영업소에서 우리는 억눌려서 일해왔다"며 "처음으로 다함께 '직접고용 해달라'고 목소리를 낸 것인데, 이렇게 해고로 돌아왔다는 게 충격적이다. 현 정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라고 한탄했다.

그는 "우리는 도로공사한테 버려졌다. 그리고 도로공사의 잘못을 제재하지 않는 정부도 우리를 버렸다는 느낌이 든다"며 "이번 우리의 투쟁을 통해 정부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이 제대로 가고 있는지 한 번 짚어볼 수 있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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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아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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