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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량해고’ 톨게이트 수납원 ‘직접고용’ 인정한 법원 판결문 뜯어보니
한국도로공사 용역업체 소속으로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요금수납 업무를 하다 집단해고당한 노동자들이 1일 오후 청와대 인근에서 도로공사 직접고용 등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2019.07.01
한국도로공사 용역업체 소속으로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요금수납 업무를 하다 집단해고당한 노동자들이 1일 오후 청와대 인근에서 도로공사 직접고용 등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2019.07.01ⓒ김철수 기자

고속도로 톨게이트 수납 노동자들의 고공농성과 대정부 투쟁은 과연 ‘떼쓰기’에 불과한 것일까? 공기업 경영 효율성 제고라는 명목 아래 통행료 수납업무를 전면 외주화한 도로공사의 고용 방식은 위법이라는 법원 판결을 보면 톨게이트 노동자 투쟁의 정당성 여부를 가늠해볼 수 있다.

톨게이트 수납 노동자들은 지난달 30일부터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이달 1일 자로 1,500명 대량 해고 사태를 규탄하고, 한국도로공사(이하 도로공사) 소속 직접 고용을 요구하기 위해서다.

도로공사는 1일 자회사 한국도로공사서비스 출범을 앞두고, 자회사 소속 정규직 전환에 동의하지 않고 직접고용을 요구해 온 수납원 1,500여 명과의 계약을 종료했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2013년 도로공사를 상대로 공사 소속 정규직 지위를 확인해달라는 취지의 소송을 내 1, 2심에서 모두 승소했다.

이 사건 1심을 맡은 서울동부지법 제15민사부(재판장 김종문)는 도로공사가 수납원들을 ‘불법 파견’ 형태로 고용했다며 직접 고용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외주사업체와 도급 계약을 체결했다는 도로공사의 주장과 달리 수납원들이 공사의 지휘·명령을 받아 노동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파견 계약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계약의 목적 또는 대상 ▲업무 수행 과정 ▲계약 당사자의 적격성 등을 따져 불법 파견 여부를 따져봤다.

한국도로공사 용역업체 소속으로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요금수납 업무를 하다 집단해고당한 노동자들이 1일 오후 청와대 인근에서 도로공사 직접고용 등을 촉구하는 집회를 마친 뒤 청와대로 향하자 경찰이 막아서고 있다. 2019.07.01
한국도로공사 용역업체 소속으로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요금수납 업무를 하다 집단해고당한 노동자들이 1일 오후 청와대 인근에서 도로공사 직접고용 등을 촉구하는 집회를 마친 뒤 청와대로 향하자 경찰이 막아서고 있다. 2019.07.01ⓒ김철수 기자

재판부는 도로공사와 외주업체가 수납업무 등 공사의 필수적이고 상시적인 업무를 목적으로 용역계약을 맺었으며, 노동자들은 수납뿐 아니라 각종 단속 업무 등 공사가 지시하는 업무를 수행하도록 계약한 점을 지적했다.

도급 계약이라는 도로공사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요금소 업무가 전문성·기술성을 필요로 하지 않고, 용역 계약서에 적힌 업무 범위가 ‘기타 도로공사가 지시한 업무’를 포함했기 때문에 공사의 포괄적인 지시·관여 권한 등을 규정했다는 이유였다.

도로공사가 사전에 업무에 투입할 노동자의 수 및 임금 범위까지 기준을 정해 외주사업체에 따르게 한 점도 고려됐다.

재판부는 업무 수행 과정에서 도로공사의 지휘·관여 정황이 발견됐다고 강조했다. 노동자들의 주의 의무, 교대시간 등 근무방법 등을 정한 지침을 외주사업체에 전달한 점, 각종 업무 관련 일지 등에 도로공사 소속 직원의 결재란이 있는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도로공사가 노동자에 대한 교육과 훈련을 주도해 사실상 직접 사용자로서 지휘명령권을 행사한 점, 도로공사가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업무지시를 한 반면 외주사업체는 독자적으로 업무지시를 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는 점도 고려됐다.

한국도로공사 용역업체 소속으로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요금수납 업무를 하다 집단해고당한 노동자들이 1일 오후 청와대 인근에서 도로공사 직접고용 등을 촉구하는 집회를 마친 뒤 청와대로 향하다 경찰에 막혔다. 경찰과 대치하던 중 한 노동자가 쓰러져 업혀 나오고 있다. 2019.07.01
한국도로공사 용역업체 소속으로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요금수납 업무를 하다 집단해고당한 노동자들이 1일 오후 청와대 인근에서 도로공사 직접고용 등을 촉구하는 집회를 마친 뒤 청와대로 향하다 경찰에 막혔다. 경찰과 대치하던 중 한 노동자가 쓰러져 업혀 나오고 있다. 2019.07.01ⓒ김철수 기자

재판부는 외주사업체가 용역계약 당사자로 부적격하다고 봤다. 외주 운영자 대부분이 도로공사 퇴직 직원들로, 사업자 등록부터 채용 및 노무관리까지 공사로부터 자료를 받아 지침대로 이행했기 때문이다.

용역계약을 체결한 퇴직 직원들은 사무용 소모품, 청소용품 등을 조달할 뿐 도로공사로부터 사무실과 비품을 무상으로 받았다. 재판부는 이들이 사업체 운영을 위해 별도의 자본 투자를 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도로공사가 직접 근무성적평정 실시 기준을 수립해주고, 노무관리를 위해 노무 분쟁 사례를 수집해 가이드라인을 배포한 점을 근거로 재판부는 외주 운영자들이 노무관리 상 독립되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이러한 이유로 재판부는 수납원들이 도로공사 소속 노동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제15민사부(재판장 김우진)도 원심의 판단이 옳다고 봤다. 현재 이 사건은 대법원에 계류돼 있다.

법원에서 직접 고용의무를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도로공사는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기다린다는 이유로 노선·도로 정비, 청소, 조경 관리 등 공사 기간제 조무원 업무를 권고한 상태다.

이에 수납원들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며 고용불안의 근본적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기간제가 아닌 요금소 수납원으로 직접 고용하라는 것이다.

노동자들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과정에서 대량 해고 사태가 벌어진 만큼, 정부의 책임을 촉구하며 2일 청와대로 향하기도 했다. 이들은 오는 3일까지 2박 3일간 청와대 인근에서 노숙농성 투쟁을 진행한다.

강석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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