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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민보] ‘행복한 학교’ 꿈꾸는 선생님, 두 아이의 아빠가 바라본 자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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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원 참교육연구소장이 4일 서울 서대문구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9.07.04
전경원 참교육연구소장이 4일 서울 서대문구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9.07.04ⓒ김철수 기자

"어느 학교에 다니냐에 따라서 자신에 대한 평가나 자존감이 결정된다고 믿는 아이들이 있어요. 그게 아니라고 말해도 아이들 입에서 '루저(loser, 패배자)',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라는 말을 들을 때면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우리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고교의 유형과 체제로 인해서 아이들은 상처를 받고 있어요."

흔히 교육은 '희망', '우리의 미래'라고 말한다. 하지만 자율형사립고등학교의 등장으로 '고고서열화'라는 벽은 더욱 공고해졌다. 어느 자사고 졸업생의 고백처럼, 그 안에서 순위 경쟁하는 아이들은 '패배감', '좌절감'을 먼저 배웠다. 그 밖으로 밀려난 또 다른 아이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며 상처받고 있다.

"학교에서 재밌게 놀다 와!"

전경원(47) 참교육연구소장이 아침마다 학교 가는 두 자녀에게 하는 인사다. 전 소장은 중학생의 두 자녀를 둔 학부모이자,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국어 선생님이다.

그에게 있어 학교는 편을 가르고 개인의 성적으로 줄을 세우는 '경기장'이 아니다. 공동체 속에서 함께 어울리고 노는 '배움의 놀이터'다. 그는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를 꿈꾼다.

전 소장은 2002년에 처음 기간제 교사로 일하며, 17년간 학교에서 아이들을 만났다. 그는 서울에 있는 유명 자사고에서 공익제보를 했고, 2016년 10월 30일 자로 해임 통보받았다. 그는 힘든 해직 투쟁 끝에 2017년 복직돼, 다시 학생들 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는 자사고 선생님이다. 그는 자사고가 교육에 있어서 또 다른 계급을 만드는 것이라며, 그 기저에는 '분리'와 '배제', '특권'을 허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일반고보다 세배 비싼 등록금, 서민 가정에서 연간 천만 원이 넘는 학교에 다니는 것이 쉬울까?

"우리 사회는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기 위한 노력을 정말 치열하게 하고 있어요. 우수한 학생이라는 기준과 관점도 문제이지만, 우수학생을 선발해서 수월성 교육을 해야 한다는 명제에 갇혀서, 우리가 이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교육적 가치들을 망각하고 있다는 거예요."

그는 묻는다.
"이게 과연 교육적인가요?"

특권학교폐지 및 일반학교살리기 운동본부 등 사회단체가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평준화교육을 해치는 특목고와 자사고 해지를 촉구하고 있다.
특권학교폐지 및 일반학교살리기 운동본부 등 사회단체가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평준화교육을 해치는 특목고와 자사고 해지를 촉구하고 있다.ⓒ정의철 기자

그러면서 그는 '분리 교육'을 통해서는 얻을 수 없는 교육적 효과를 이야기했다.

"한 학생이 12월 학교 예비소집일에 같은 반 친구가 구멍이 뚫린 실내화를 신고, 허름하고 얇은 겉옷을 입고 온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이 학생이 울면서 엄마한테 우리가 돈 댔다고 절대 이야기 하지 말고, 학교에서 사주는 거로 해서 신발하고 겉옷을 사주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부탁을 했대요. 그리고 시간이 흘러서 그 아이가 3학년이 됐을 무렵에, 국어 교과 수업을 하다가 그 아이가 쓴 글을 보게 됐어요. 이 학생은 온실 속 화초처럼 걱정없이 살아왔다고 고백했어요. 자신과 동시대를 살고 있는 친구들 중에서 실제 이렇게 어렵게 사는 친구가 있다는 걸 몰랐다는 거예요. 자기가 나중에 어떤 의사가 되어야 하는지 이 친구들을 보면서 느끼고 배웠다고 글을 썼더라고요. 사실 이 학생의 부모님이 둘 다 국립대 의대 교수였어요."

"전 그게 교육이라고 생각해요. 누군가의 아픔을 이해하는 건 분리교육으로는 추구할 수 없는 가치이고, 다른 환경의 아이들과 학교에서 생활하지 않으면 깨달을 수 없는 것이에요."

교실은 아이들이 만나는 '사회'다.

"교실은 아이가 성장해서 나중에 사회생활을 할 때 만날 수 있는 모든 사람들을 만나는 공간이어야 해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학생들이 모여 학습 공동체를 이루는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해요."

그는 "교육의 다양성이라는 본래 설립취지를 제대로 구현하고 있는 자사고는 거의 없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일반고에서 제약을 뒀던 국어·영어·수학 교과목 비중은 일반고는 50% 이상 편성하지 못하게 제약을 뒀어요. 그런데 자사고에는 교육과정 운영에 자율성을 준다는 명분으로 이것을 풀었어요. 그래서 오히려 자사고들은 국·영·수 위주로, 60% 가깝게 하고 있는 학교들도 있어요. 이렇게 교육과정을 파행적으로 운영한 실체가 자사고이고, 자사고는 대부분 입시 학원화가 돼 버린 거죠."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에 대해 그는 "한국교육사의 중요한 분기점에 와 있다"고 강조했다.

자율형사립고등학교(이하, 자사고)는 2010년 이명박 정권에서 출범했다. 자사고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5년마다 재지정 평가를 받도록 돼 있다.

박근혜 정권 때인 2014년에 자사고 재지정 평가가 있었다. 이후 2019년 상산고는 자사고 재지정 2차 평가에서 전북교육청 기준 점수(80점)의 0.39점 가량 미달하는 점수인 79.61점을 받아, 취소 결정됐다.

전 소장은 2014년 전북·서울 교육청은 당시 교육부가 권고했던 기준점수 '60점'보다 10점 더 높은 점수인 '70점'으로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올해 전북교육청은 교육부가 권고한 기준점수 '70점'보다 10점을 높여서, '80점'으로 적용했다.

"김승환 전북교육감은 최소한 자사고라면 자사고의 책무성에 맞게 일반고보다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고 해서 10점을 상향했어요. 김 교육감은 1차 때부터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을 같이 적용하고 있는 거예요."

문재인 정부는 국정과제로 외고·국제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약속한 바 있다. 각 시도교육청이 자사고 재지정 평가를 통해 취소 결정을 내릴 경우 교육부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현행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의 교육부 '동의'는 박근혜 정부 때인 지난 2014년 12월에 만들어졌다.

전 소장은 자사고 일반고 전환에 대해 "정권 초기에 해결했으면 지금과 같은 이런 소모적인 주체들간의 대립을 해소할 수 있었다"며 안타깝게 생각했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제91조 3항) 삭제는 국무회의면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데 못하고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교육감들이 총대를 메고 재지정 평가를 통해서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겠다고 하는 거죠."

그는 자사고 이중지원 금지에 관한 행정법원의 판결을 언급하며 "자사고의 학생선발권이 국공립학교에 우선해서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는 명확한 판결이 있다"고 밝혔다.

"학생 선발권에 대해서 헌법에 보장된 사학의 자율성을 넘어서는 행위라고 사법부도 인정하고 있어요. 재지정 취소가 되고 법적 다툼으로 가도 자사고 측에 결코 유리하지 않다고 봅니다. 교육부나 교육청 단위에서 '좌고우면'하지 말고 자신감을 가져야 합니다."

전경원 참교육연구소장이 4일 서울 서대문구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9.07.04
전경원 참교육연구소장이 4일 서울 서대문구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9.07.04ⓒ김철수 기자

그는 전임자 자격으로 올해 3월 전교조 산하 참교육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2002년에 창립한 참교육연구소는 현장교사들이 주축이 돼, 현장중심의 교육정책 대안과 교육개혁안에 대한 연구를 하는 곳이다.

'학교를 바꾸고 싶다', 그가 참교육연구소에 온 근본적인 이유다. 무너진 교실을 세우고, 수업시간에 잠자는 아이들을 깨우고 싶었다. 그는 자신의 두 자녀 뿐만 아니라 모두의 아이들이 학교에서 숨을 쉬고, 삶을 배우며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면서 성장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가 제일 마음이 무겁고 아파하는 대목은 우리 아이들이 하루에 2시간 정도를 자기가 원하는 스포츠 활동을 할 수 없는 여건 속 에서 산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학교 끝나고 학원에 가야하고, 과외를 해야 하고, 밤 12시~1시까지 독서실에 앉아 있어야 하는 게, 비교육적이라고 생각해요. 이 살인적인 경쟁 시스템의 견고한 벽을 깨부셨으면 좋겠어요."

그는 답답한 교실 속에서 아이들에게 일종의 탈출구가 될 수 있는 '놀이 교육'이자, 서로 같이 어울리면서 인간 관계를 배울 수 있다는 '네트워크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단일 학교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 있는 모든 아이들이 하루에 최소한 2시간씩 자신이 하고 싶은 운동이나 악기를 다루면서 여유 속에서 성장했으면 좋겠어요. 아이들이 최소한 하루에 두시간 정도씩은 맘대로 뛰어놀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주는 일에 역량을 쏟아붓고 싶어요."

그는 교사 생활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기간을 '고3 수시 때'라고 떠올렸다.

"'(대학) 목표가 뭐냐'라고 물어보면, 아이들은 '집에서 다니는 거요', 'KTX 기준으로 1시간, 2시간' 이런 얘기를 해요. 이게 그냥 듣기에는 우스갯 소리같은데, 아이들한테는 아픈 거예요. 그리고 대학으로 자기의 삶이 결정된다고 그 나이 때는 믿는거예요. 그게 아니라고 해도..."

"신영복 선생님께서 쓴 글을 보면, '변방'이 '중심부'를 이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 중에 하나는 '자존감'이라는 이야기가 나와요. 자존감이 훼손돼지 않아야 창의적인 도전을 통해서 이겨낼 수 있다고 해요. 그럼 과연 우리 사회가 아이들한테 자존감을 키워주고 있는가? 이번 자사고 문제를 우리 사회가 한번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양아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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