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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팅게일의 노래] 환자보다 돈을 선택한 서울대학교병원
근무시작 시간 전 전자의무기록 프로그램 로그인 차단을 안내하고 있는 서울대병원.
근무시작 시간 전 전자의무기록 프로그램 로그인 차단을 안내하고 있는 서울대병원.ⓒ필자 제공

2019년 7월 2일, 서울대학교병원은 환자를 버리고 돈을 선택했다.

지난 7월 2일 20시를 기하여 서울대학교병원은 근무시작 시간 전 전자의무기록 프로그램(HIS)에 로그인하는 것을 차단시켰다. 노동조합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간호사들의 정시출퇴근 문화 정착을 위한다”는 핑계로 이런 정책을 강행한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간호사를 위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 정책을 노동조합은 왜 반대하는 걸까? 간호사들은 왜 정시에 출근하지 않고 몇 시간씩 일찍 출근해서 전자의무기록(HIS)상의 환자 기록을 조회하려는 걸까?

간호사들도 병원이 좋아서 일찍 출근하는 것은 아니다. 간호사들이 일찍 출근하는 이유는 간호사 1인당 담당 환자수가 4~5명에 불과한 선진국들과 달리, 서울대병원은 의료기술이나 환자 중증도는 선진국 수준이지만 간호사 1인당 담당 환자는 12~17명이다. 혼자서 십여명의 담당 환자들을 간호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근무 시작 전 담당 환자들의 기저질환이나 과거력, 현 상태 및 향후 치료계획, 검사 결과 및 타과의뢰내용, 필요한 검사나 수술 진행에는 문제가 없는지, 어떤 약을 투여해야 하고, 어떤 처치를 해야 하는지 근무 시작 전에 파악하고 정리를 해두지 않으면 의료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특히 신규간호사들은 근무 시작 후 밀어닥치는 일들로 인한 엄청난 속도전을 따라갈 엄두가 나지 않아서 연차가 높은 간호사들보다 훨씬 일찍 출근하곤 한다. 환자 정보를 미리 파악하지 않은 채로 업무를 시작할 경우 여러 가지 크고 작은 사고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두려움이 신규간호사들이 졸린 눈을 비벼가며 꼭두새벽에 출근하게끔 하는 것이다. 실제로 7월2일부터는 전자의무기록(HIS) 로그인이 차단된다는 공지가 뜨자 7월 2일 오전 7시가 근무시작 시간인 신규간호사들은 전날 저녁 9시에 출근해서 환자 파악을 했다고 한다.

신규간호사들이 조기출근을 하거나 장시간 연장근무를 하는 것은 비단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나 역시 신규간호사 시절에는 기본 1시간에서 1시간 반 이상 일찍 출근했다. 그리고 근무 중에 여러 응급상황이나 다급한 일들에 우선순위가 밀려 미처 다하지 못한 일들을 두세 시간씩, 때론 네다섯 시간씩 남아서 하곤 했다. 그때는 신규간호사들이 그렇게 일찍 출근하고 또 늦게 집에 가도 신경도 쓰지 않던 병원이 왜 갑자기 간호사들의 정시출근을 신경 쓰기 시작한 걸까?

서울대병원은 간호사들에게 전 근무자를 통해 전자의무기록 프로그램에게 접속하라고 안내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간호사들에게 전 근무자를 통해 전자의무기록 프로그램에게 접속하라고 안내하고 있다.ⓒ필자 제공

시간외근무수당 주지 않으려는 병원의 꼼수

그건 병원이 작년에 근로감독관에게 적발되어 지급한 간호사 시간외근무수당 ‘14억’ 때문일 것이다. 그전까지 간호사들은 조기출근이나 연장근무에 대해서 시간외수당을 요구하지 않았고, 대부분은 요구할 수 있다는 것조차 몰랐다. 그러나 2017년에 최저임금법까지 위반한 ‘서울대병원 간호사 첫 월급 36만원’이라는 엽기적인 임금체불사건으로 인해 고용노동부는 서울대병원 간호사들에 대해 즉각 근로감독을 지시했다. 그리고 디지털 포렌식으로 간호사들이 전자의무기록(HIS)에 로그인/로그아웃한 시간을 분석한 결과 간호사들의 엄청난 시간외근무가 드러났고 근로감독관은 이에 대해 시간외수당을 지급하라는 시정지시를 내렸다. 2017년 8월~11월까지 고작 4개월에 대한 시간외수당이 무려 14억이 나왔다.

당연히 지급해야 할 돈을 지불한 것이지만 병원은 그동안 간호사들에게 제대로 된 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던 것에 대한 반성은 없었다. 오히려 시간외수당을 주지 않으려고 짜낸 아이디어라는 게 바로 간호사들의 시간외근무 증거가 남지 않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중의 하나가 전자의무기록(HIS) 로그인 자체를 차단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어차피 신규간호사들은 불안해서 어떻게든 일찍 나와서 전자의무기록을 볼 방법을 찾을 것이다. 그 방법이 불법이든 아니든 병원은 개의치 않는 것 같다. 심지어 어떤 관리자는 앞턴 근무자의 ID로 로그인해서 쓰라고 공공연하게 불법을 지시하는 메일을 보내기까지 했다.

결국 병원의 관심은 간호사들의 실제 근로시간을 단축시켜주는 것이 아니라 이전처럼 공짜로 일을 시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ID를 기꺼이 빌려줄 앞턴 근무자를 못 만난 간호사가 환자 파악을 전혀 못 하고 업무를 시작해서 생기는 의료사고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하다. 자잘한 의료사고는 말하지 않으면 모를뿐더러, 가끔 뉴스에 나오듯 환자의 배에 수술 도구를 넣고 봉합하는 실수를 해도 환자가 모르는 경우도 많다.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NICU)처럼 동시다발적으로 희생자가 나오는 특이한 케이스가 아니면 대부분의 일반인은 뭔가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지나갈 수밖에 없다.

서울대학교병원은 의료사고 발생 우려가 있든 말든, 환자의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든 말든 간호사들에게 시간외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방법에만 골몰할 뿐이다.

서울대병원, 환자의 안전 걱정하고 있나

서울대병원의 전자의무기록(HIS) 로그인 차단 정책을 앞두고 불안해하고 있는 간호사.
서울대병원의 전자의무기록(HIS) 로그인 차단 정책을 앞두고 불안해하고 있는 간호사.ⓒ필자 제공

병원은 입으로는 환자의 안전을 말하지만 손으로는 환자들의 목을 조르고 있는 것이다. 사실 병원은 환자의 안전이나 생명 따위 중요하지 않다고, 환자의 안전을 진정으로 걱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간호사들에게 공공연하게 암시하는 것이다.

노동조합은 간호사들이 정시출근할 수 있게 하려면 간호사 인력을 늘리고 1인당 환자수를 줄여주는 방법밖에 없다고 계속 주장해왔다. 노동조합이 이렇게 일방적이고 갑작스럽게 전자의무기록 접근을 차단하는 것에 대해 의료사고의 우려에 관해 얘기하며 앞으로 일어날 사태에 대해 책임질 거냐고 묻자 병원은 뻔뻔하게 대답했다. 어차피 조기출근을 할 때에도 의료사고는 일어났었다면서 그걸 왜 병원이 책임져야 하느냐고 무책임한 말을 내뱉었다.

일반인도 인지할 수 있을 정도로 명백하고 심각한 의료사고가 연이어 일어나거나 신규간호사가 업무압박에 못 이겨 자살하는 사건이라도 일어나지 않는 이상, 서울대병원은 막대한 인건비를 절약해줄 이 정책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끔찍한 희생이 일어난다면 그 희생자에게도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런 사고가 일어나기 전까지 보이지 않는 죽음들, 혹은 크고 작은 피해를 보게 될 환자들이 안타까울 뿐이다.

간호사들이 바보라서, 혹은 병원이 좋아서 출근 시간보다 훨씬 일찍 출근했던 것이 아니다.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환경에서 그런 보이지 않는 위험과 사고로부터 환자들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해 왔던 것이다. 병원은 일찍 출근하는 것이 간호사들의 “습관”이라고 말한다. 정당한 노동의 대가임에도 보상조차 바라지 않았던 그 수많은 시간과 간호사들의 희생들은 고작 습관이라는 말로 폄하되었다. 그 습관이 살린 무수한 생명을 병원은 고작 시간외수당 몇 푼을 아끼기 위해 과감하게 포기한 것이다. 2019년 7월 2일 20시, 서울대학교병원은 환자보다 돈을 선택했다. 의료인으로서 가져야 할 최소한의 양심을 판 것이다.

행동하는 간호사회 최원영 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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