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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민의 청년전태일들] CCTV로 직원 감시,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으로 처벌 가능할까?

2018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16일부터 시행된다. 법률에서 처음으로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규정을 명시한 점은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신고를 받는 주체가 사업주인 점, 같은 현장에서 원청의 괴롭힘을 받는 하청직원은 구제를 받을 수 없다는 점, 4인 이하 사업장은 해당이 안 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일부 회사는 지금도 내부 신고제도가 있지만, 그 실효성이 미비하다는 점에서 이 법이 현장에서 얼마큼 변화를 가져올지는 지켜봐야 한다. 신고하면 바로 ‘찍힌다’는 인식을 가지는 대한민국 직장구조에서 이 법의 한계는 분명하다. 그러나 직장 내 성희롱 금지가 직장 내 성폭력을 모두 없애지는 못하지만 변화의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듯이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도 그동안 만연했던 직장 내 괴롭힘을 막는데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금천수요양병원 치료실 내부를 CCTV가 비추고 있다.
금천수요양병원 치료실 내부를 CCTV가 비추고 있다.ⓒ민중의소리

직원 일거수일투족 감시하는 CCTV

민중의소리에 따르면 금천수요양병원은 제대로 된 설명 및 개인 동의 없이 치료실 내 CCTV를 설치・운영하였고 사생활 침해나 노조탄압 의혹 등이 제기됐으나, 병원 측은 환자 안전과 도난방지를 이유로 CCTV를 설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로는 병원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생활을 감시하기 위해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8년 회사 측이 한 치료사를 대상으로 20~30분 간격으로 무엇을 했는지 문서로 정리한 사례가 그 증거다. 노동자들은 이것이 인권침해이자 개인사찰이라고 주장하면서 사측에 CCTV 감시를 중단할 것을 요청했지만 현재 묵묵부답이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은 금천수요양병원에서 CCTV 감시로 피해받는 치료사들을 보호할 수 있을까? 우선 고용노동부가 2019년 2월에 발표한 직장 내 괴롭힘 판단 및 예방·대응 매뉴얼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의 사례로 “회사 내에 CCTV가 설치되어 있고 해당 모니터가 중간관리자의 자리에 설치되어 있음. 출입구 등에 사람이 지키고 있지 않아 CCTV 외에는 직원들의 움직임을 확인할 수 없는 구조임에도, 간식을 먹고 난 후 ‘간식은 맛있었냐’는 등 실시간으로 모니터로 직원들을 관찰하고 경고 메일, 메시지 등을 보내는 방식으로 감시 사실을 직원들에게 주지시킴”을 예시하였다.

고용노동부 사례에 따르면 상사가 직원들을 감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CCTV를 이용한 것은 구체적 사례를 따져야겠지만 처벌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피해 접수 대상자가 사용자이기 때문에 그 실효성은 지켜봐야 한다. 병원장의 지시로 CCTV를 설치하고 직원들을 감시하는데 신고접수 대상이 사용자라면 가해자에게 판결권을 주는 것과 다름이 없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실효성을 발휘하려면 그 신고접수자를 사용자에서 고용노동부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직장 내 개인과 개인의 사례는 사용자가 일부 해결할 수 있지만, 그 괴롭힘이 CCTV 설치 등과 같은 회사 내 조직적인 괴롭힘이라면 고용노동부의 개입이 필요하다. 이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

법 개정 필요한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또 다른 하나는 하청, 도급 등에 대한 원청과 발주처의 괴롭힘이다. 최근 IT업계에서 종사하는 청년노동자는 자신이 받는 대우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지 청년전태일에 문의를 했다. IT 회사에서 프리랜서(도급제)로 일을 하는데 사용자인 발주처에서 출근 시간, 점심시간, 퇴근 시간 때마다 문자로 보고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구의역 김군, 발전소 김용균처럼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한 사업장에서 일하는 직종도 문제이다. 원청 직원이 하는 괴롭힘의 경우, 실질적으로 구제를 받을 수가 없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통과가 이제 10일도 남지 않았다. 그동안 노동조합이 있는 조직된 노동자들은 문제가 있을 때 부족하지만 노조를 통해서 보호를 받았다. 그러나 노조가 없는 90% 안에 포함됐던 청년 노동자들은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같은 법률의 시행 전에는 아무런 보호장치가 없었다. 수많은 노동자의 호소에 응답, 국회에서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만들어졌다. 이 법의 시행 취지에 맞게 보호가 이뤄지려면 취업규칙 변경부터 정부의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 더불어 4인 이하 사업장이나 하청, 도급, 특수 고용노동자 등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을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보호 안에 넣을 수 있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

김종민 청년전태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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