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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여기에 정말 일하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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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구하기ⓒ뉴시스

외부 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여성에게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고 비아냥거렸던 시대에 비해 지금은 여성의 지위와 역할이 향상됐다. 아니 향상됐다고 한다. 하지만 어렵사리 직업을 구한 뒤 열정을 바쳐 일하던 그 많은 여성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좋아하던 일을 하며 경력을 쌓던 여성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결혼과 출산을 하면서 이들은 경력을 잃었다. 회사로 복귀했지만 회사는 출산한 여성을 지양한다. 어떤 회사는 입사 지원과 면접을 진행하면서 여성을 차별하고 배제한다. “결혼했나요?”, “출산 계획이 있나요?”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말이다.

자신을 먹여 살려줄 노동을 끝까지 할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할 수 없었던 여성들이 사회 곳곳에 존재한다. 정말 많다. 가까운 친구, 지인, 가족 등 광범위하게 분포돼 있다. 문화예술계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연극인복지재단이 주최하고 주관한 ‘2017 연극인 단일 실태조사’를 보면, 제시된 질문과 답변의 행간 속엔 일하고 싶지만 일을 하기 어려워지는 여성들의 고충이 담겨 있다.

이 실태조사의 남녀 참여 비율은 남자 400명, 여자 451명으로, 대체로 고른 분포를 보이는데 자세히 살펴보면 흥미로운 지점이 많았다. 특히 연령대 성별 비율이 그랬다. 20대와 30대의 경우 여성 연극인의 비율이 굉장히 높았는데 40대부터는 줄기 시작했다. 나이가 들수록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남성은 40대 이상부터는 남성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많아지기 시작했다. 이러한 행간을 읽어봤을 때, 그 많았던 여성 연극인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지 생각해 보게 된다.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여성 연극인의 비율이 줄어드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단일실태 조사에서는 이러한 이유를 추적해 볼 만한 다양한 입체적 접근이 가능하도록 해놓았다. 이 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임신, 출산과 관련한 여성의 경력단절이었다. 경력단절 사유 중 남녀 모두 높은 수치를 차지한 것은 ‘경제적인 이유’이었지만 ‘결혼 임신 출산 육아’로 경력단절을 겪었다는 성별은 여성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왜 우리 사회는, 결혼과 임신이 여성에게 핸디캡으로 작용하게 만들었을까. 결혼과 임신은 행복이자 축복인데, 왜 노동을 못 하도록 만드는 도구로 역할 하게 됐을까. 이러한 부분만 숨통을 트여줘도 30~40대 이후에도 계속 연극을 할 수 있는 여성 연극인의 비율이 늘어날 것이다. 문화예술계뿐만이 아니라 일반 회사에 다니는 여성도 마찬가지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결혼과 출산을 했다는 이유로, 그들의 일과 노동과 예술을 빼앗아선 안 된다. 그것은 이들에게 인간으로서 누릴 행복권을 빼앗는 것이다. 물론 경력을 놓아 버린 시간 만큼 복귀하는데 시간이 조금 걸릴 수도 있다. ‘함께 살자’, ‘같이 가자’ 철학은 여성 노동자들에게도 절실히 필요한 세계관이다. 과거보다 지금이 더 나아진 세상이라면, 이러한 가치관이 기저에 당연히 녹아 있어야 한다.

전시 ‘RETURN TO THE STAGE’
전시 ‘RETURN TO THE STAGE’ⓒ민중의소리

김세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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