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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의 안하무인

한국도로공사의 톨게이트 요금수납 노동자들이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이강래 사장이 직접고용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사장은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간담회를 열고 “수납업무를 담당하는 자회사에서 354개 영업소 전부를 운영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직접고용의 길은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노동자들이 하루빨리 자회사에 동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강래 사장의 이번 발언은 여러 면에서 문제가 많다. 해고 위협에 내몰려 파업 중인 노동자들의 마음을 헤아리기는커녕 갈등을 부추길 뿐 아니라, 자회사 전환으로 정규직 전환을 덮으려는 그릇된 발상이다. 이강래 사장은 “청와대도 자회사 방식은 확고하게 동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렇지 않아도 문재인 정부가 내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가 ‘묻지마 자회사 전환’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많다. 이 사장의 말에 따르자면 문재인 정부는 이와 같은 비판에 아예 귀를 막고 있다는 얘기다. 문재인 정부 시대에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직접 고용은 이제 물 건너간 일인가.

사실관계조차 오도하고 있다. 당초 톨게이트 요금수납 노동자들은 도로공사의 정규직 직원이었다. 하지만 도로공사가 요금수납 업무를 외주화하면서 이들은 용역업체 소속 비정규직이 됐다. 노동자들이 2013년 도로공사를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냈고, 1·2심 법원은 도로공사가 이들을 직접고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비정규직으로 채용된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게 아니다. 정규직이었던 노동자를 원래 상태로 회복시켜야 할 책임이 도로공사에 있다는 것이다. 자회사로 전환하고 여기에 정규직으로 들어오면 된다는 이 사장의 주장은 법원 판결과 완전히 배치된다. 이 사장은 자신을 법보다 위에 있는 존재로 여기는 모양이다.

그는 또 자회사를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하면 고용불안이 해소될 수 있다는 주장도 했다. 공공기관 직원이므로 고용안정이 보장된다는 논리다. 그렇지 않다. 공공기관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수시로 공공기관 지정과 해제가 이뤄진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1월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고 한국기술자격검정원과 인천항보안공사, 부산항보안공사 등 6개 기관의 공공기관 지정을 해제했다. 도로공사의 자회사도 공공부문 효율화를 명분으로 이렇게 되지 말란 법은 없다. 공공기관으로 지정할테니 안심하라는 이 사장의 말은 설득력이 없다.

대법원의 확정 판결이 나와도 “도로공사 직원의 신분은 인정받지만 어떤 업무를 부여할지는 경영진의 재량”이라는 이 사장의 말은 귀를 의심하게 한다. 노동자들을 경영진 마음대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전근대적이고 권위주의적 태도다. 노동존중을 내세운 정부의 공기업 사장이 한 말 맞는가. 법원 판결이 나오면 그 취지에 맞게 업무를 설계하는 것은 ‘재량’이 아니라 ‘책임’과 ‘능력’의 문제다. 무책임과 무능을 경영진의 권한으로 포장해선 안 된다.

정권에 대한 신뢰가 작은 데서 금이 가고, 이를 제때 수습하지 못해 심각한 상황이 오기도 한다. 도로공사를 비롯한 공공부문의 대규모 파업 직후에 나온 이강래 사장의 안하무인격 발언이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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