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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한국 영화는 여성을 어떻게 그려왔나? 여성캐릭터로 보는 한국영화 100년 기획전
한국영화박물관 기획전시 ‘나쁜 여자, 이상한 여자, 죽이는 여자:여성 캐릭터로 보는 한국영화 100년展
한국영화박물관 기획전시 ‘나쁜 여자, 이상한 여자, 죽이는 여자:여성 캐릭터로 보는 한국영화 100년展ⓒ한국영상자료원 제공

과거 남성들이 대다수인 영화 산업 시스템 속에서 여성의 시선에서 바라본 영화들이 만들어지기란 쉽지 않았고, 여성 캐릭터는 남성들이 만든 이상적이거나 왜곡된 여성의 재현에 불과한 경우가 허다했다. 주체적이거나 자신의 욕망을 과감히 드러내는 여자는 어김없이 ‘나쁜 여자’가 되어 처단의 대상이 되거나 ‘이상한 여자’로 낙인 찍혀야 했다. 1990년대 여성 프로듀서와 여성 감독들이 본격적으로 출현하면서, 점차 여성의 시선에서 바라본 영화들이 나타나고, 여성 캐릭터들은 진화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오늘날 미투 운동과 같은 거대한 페미니즘의 물결 속에서, 캡틴 마블과 같은 주체적이고 당당한 여성 히어로가 나타나는 등 기존에는 볼 수 없었던 다양하고 입체적인 여성 캐릭터들이 등장하게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영화계에서 여성 주인공을 캐스팅하고 여성 중심의 서사를 선택하는 것은 일종의 모험으로 여겨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며, 최근 10년간 극장 개봉작 가운데 여성감독의 영화는 10%를 넘지 못하고, 여성이 주연인 영화는 20%대에 머무르는 있다는 사실 역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영화 100년의 역사 속에서 자신의 의지와 욕망에 충실하고, 경계를 넘고 위반하며, 사회의 위선과 억압에 어떠한 형태로든 저항했던 소위 ‘나쁜 여자’, ‘이상한 여자’로 불린 여성 캐릭터들을 조망하는 전시가 열린다. 한국영상자료원은 오는 7월 12일부터 10월 13일까지 상암동 한국영화박물관에서 기획전시 ‘나쁜 여자, 이상한 여자, 죽이는 여자:여성 캐릭터로 보는 한국영화 100년展’을 연다.

이번 전시에서는 한국영화 속 여성 캐릭터들의 변화 과정을 살펴보기 위하여 불온한 섹슈얼리티, 위반의 퀴어, 초-능력, 비인간 여자, 법 밖에 선 여성, 엄마의 역습이라는 여섯 가지 주제를 선정, 감각적인 영상과 함께 주요 캐릭터들을 소개한다. 한국영화에서 여성 섹슈얼리티를 다루는 서사의 원형을 제시한 ‘미몽’(양주남, 1936)의 애순(문예봉), 팜므파탈의 대명사 ‘지옥화’(신상옥, 1958)의 소냐(최은희), 맹목적 본능을 표출한 ‘충녀’(김기영, 1972)의 명자(윤여정) 등 익히 알려진 매혹의 여성 캐릭터들은 물론, ‘홍콩에서 온 마담장’(신경균, 1970)의 미령(정혜선), ‘유정검화’(권영순, 1970)의 여검객(홍세미) 등 새롭게 주목할 만한 캐릭터도 발굴, 소개한다.

지옥화(1958, 신상옥)의 최은희_
지옥화(1958, 신상옥)의 최은희_ⓒ한국영상자료원 제공
홍콩서 온 마담장(1970, 신경균)의 정혜선
홍콩서 온 마담장(1970, 신경균)의 정혜선ⓒ한국영상자료원 제공

또한 자신의 능력과 힘을 스스로 통제하고 거침없는 액션의 쾌감을 선사하는 ‘마녀’(박훈정, 2018)의 구자윤(김다미), 자신의 욕망과 정체성을 더 이상 변명하지 않고 험담과 음모를 정면으로 돌파하는 ‘아가씨’(박찬욱, 2016)의 히데코(김민희)와 숙희(김태리), ‘도희야’(정주리, 2013)의 영남(배두나), 모성의 이데올로기를 도전하고 극복하는 ‘마더’(봉준호, 2009)의 엄마(김혜자), ‘비밀은 없다’(이경미, 2015)의 연홍(손예진) 등 새로운 시선으로 다채로운 여성 캐릭터를 해석, 소개한다.

이번 전시에는 영화, 문화예술 및 페미니즘 평론가인 손희정, 김선아, 조혜영, 그리고 이화정 「씨네21」 기자, 심혜경 한국영화연구자, 오영숙 성공회대 연구교수가 공동 기획 및 자문에 참여했으며, 7월 말부터 진행되는 강연을 통해 각 섹션별 시사점을 관객들과 공유한다. 또한 전시에 반영된 13편의 영화 상영과 함께, ‘비밀은 없다’ 이경미 감독, ‘박쥐’(박찬욱, 2009) 정서경 작가 등이 참여하는 영화인 토크, 큐레이터 전시 해설 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 이를 통해, 영화 속에서 여성을 규정해 온 무의식적 구조를 인식하고, 여성을 역동적으로 바라보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어미(1985 박철수)의 윤여정
어미(1985 박철수)의 윤여정ⓒ한국영상자료원 제공
비밀은 없다(2015 이경미)의 손예진
비밀은 없다(2015 이경미)의 손예진ⓒ한국영상자료원 제공

‘반고흐:10년의 기록전’ 등 국내외 미디어아트를 선도하는 본다빈치(주)가 함께한 이번 전시는 7월 12일(금) 13시부터 일반 관람이 가능하며, 무료로 전시 및 부대행사를 관람할 수 있다. 부대행사 참여 방법은 자료원 홈페이지를(www.koreafilm.or.kr)를 참고하면 된다.

권종술 기자

문화와 종교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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