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보기
댓글보기
[사설] ‘핵동결 입구론’ 공식화한 미국

북미 실무협상 재개를 앞둔 미국이 북한의 핵동결(freeze)이 비핵화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9일 언론 브리핑에서 미국은 “명백하고 확실하게 북한에 있는 대량살상무기(WMD)의 완전한 제거를 보기를 원한다”면서도 “핵 동결은 비핵화 과정의 입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테이거스 대변인의 말은 완전한 비핵화라는 미국의 목표가 변함이 없다는 걸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왔지만, 북한의 핵동결이 협상의 한 단계가 될 수 있음을 공식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미국이 이른바 ‘빅딜’을 요구함에 따라 결렬된 하노이 회담 이후 북미는 판문점 회동이라는 새로운 계기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그렇다면 하노이 회담 이전, 즉 싱가포르 공동성명에서 출발하면서, 하노이 회담이 실패했던 지점을 극복해야 마땅하다. 같은 맥락에서 북한의 핵 능력 ‘동결’과 미국의 ‘상응 조치’를 교환하는 건 좋은 출발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북한이 핵 능력을 갖고 있다는 건 객관적인 사실이며 지금 진행되고 있는 북미 협상의 토대이기도 하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여러차례 “지난해부터 핵실험도, 장거리 미사일 발사도 없었다”고 강조하는 것도 이런 현실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협상의 최종 지점에서 분명해질 문제를 벌써부터 우려하는 건 북미 상호 간의 불신만 부추기는 것으로 이어진다.

싱가포르 공동성명에서 확인한 것처럼 북미관계의 근본문제를 해소하려면 신뢰 구축이 가장 중요하다. 신뢰는 몇 마디 말로 쌓일 수 없으며, 서로의 우려를 해소해 나가는 행동 속에서만 가능하다. 미국의 입장에서 출발해 북한이 과연 비핵화에 대한 의지가 있느냐고 묻는다면, 북한 역시 미국과 진정으로 새로운 관계가 가능하냐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놓고 상대가 굴복하기를 기다리는 건 낡은 대결적 과거를 반복하는 것일 뿐이다.

오히려 지금 시점에서 주목할 것은 미국의 ‘상응 조치’다. 현재까지의 보도로만 보면 미국은 대북제재를 유지하면서 인도적 지원이나 연락사무소 설치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연락사무소 제안 등은 과거 북미 협상에서도 큰 의미를 갖지 못했었다. 또 국가간의 경제제재는 군사적 공격을 제외하면 가장 적대적인 행동이다. 미국이 적대 행위를 지속하면서 자신의 안보적 우려만 해소하려 한다면 협상은 또다시 난관에 봉착할 수도 있다.

민중의소리

기자를 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작은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님의 후원금은 모두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이시각 주요기사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카카오스토리2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