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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수출 제재, 잇따라 찾아올 세 번의 위기

일본 정부의 ‘경제보복 조치’ 풍향이 바뀔 기회와 위기가 향후 한 달여 간 잇따라 다가온다. 이달 18일과 21일, 내 달 말일이 주요 고비다. 12일과 내달 1일에는 공식 접촉이 예정돼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장기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오는 12일 한국 산업부와 일본의 경제산업성의 양자 협의가 도쿄에서 예정돼 있다. 일본의 수출 제재 이후 첫 공식 접촉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지만 일본 측은 협의 참석 대표자 지위를 국장급에서 과장급으로 낮추자고 주장했다. 사태 해결에 의미있는 성과가 나오기 힘들 가능성이 높아졌다. 일본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상은 “(수출 규제 조치는) 협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설명하는 데는 인색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협의는 양국 입장을 원론적 수준에서 교환하는 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

아베 신조(安倍 晋三) 총리가 지난달 29일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 회담 후 기자 회견에서 연설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 晋三) 총리가 지난달 29일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 회담 후 기자 회견에서 연설하고 있다.ⓒ제공 : 뉴시스, AP

15일에는 강제징용 피해자 대리인단이 전범 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을 대상으로 압류 자산의 현금화 신청에 나설 방침이다. 징용 피해자 대리인단은 지난달 27일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다음 달 15일까지 교섭에 응하지 않는다면 한국에서 압류된 자산의 현금화 절차를 밟겠다”고 통보했다. 미쓰비시중공업은 대법원 판단에 따라 현재 상표권 2건과 특허권 6건 등 8억400만 원 상당의 재산이 압류돼 있다.

오는 18일이 주요 고비다. 일본이 지난달 제안한 ‘제3국 중재위원회 설치’에 한국이 수용 여부 결정하는 마감 시한이다. 일각에서 이를 전후해 추가 보복 조치가 나올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일본은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라 제3국 판사들로 구성된 중재위원회를 설치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협정은 양국 사이에 분쟁이 생겼을 경우 ①외교 채널 가동 협의, ②양국 중재위원회 구성, ③제3국을 통한 중재위 구성 등 단계적으로 분쟁을 조정하도록 규정한다. 일본은 지난 5월 20일 양국 중재위 설치를 요청했고 한국이 답변하지 않자 제3국 중재위 설치를 지난달 19일 요청했다. 이 요청의 답변시한이 오는 18일이다. 일본은 자신들이 주장하는 협정에 따른 분쟁 절차를 차근차근 밟는 중이다. 양국 중재위 설치와 제3국 중재위 설치 사이에 나온 조치가 바로 지난 4일 일본의 수출 제재다. 일본은 한국이 답변하지 않으면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겠다고 밝혀 왔다.

우리 정부는 일본의 중재위 설치 요청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사법부의 판결에 행정부가 개입할 수 없는데 일본이 협정을 근거로 무리한 주장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국제 사회에서 일본의 부당한 조처를 강조하는 한편 외교적 해법을 타진하겠다는 방침이다.

21일에는 상원에 해당하는 일본 참의원 선거가 예정돼 있다. 사태 초기 일본의 수출 제재는 참의원 선거를 겨냥한 아베 정부가 반한 감정 등 보수 여론을 자극하기 위한 정치적 제스쳐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최근에도 이런 분석은 설득력을 얻고 있지만, 수출 제재 발효 이후 아베 정부의 지지율이 더 하락하는 등 부작용도 있었다. 참의원 선거 결과에 따라 향후 일본 정부의 수출 제재 풍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공정경제 성과 보고회의에서 국민의례를 위해 자리에서 일어서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공정경제 성과 보고회의에서 국민의례를 위해 자리에서 일어서고 있다.ⓒ제공 : 뉴시스

내달 1~3일로 예정된 아세안지역안보포럼에 양국 외교장관이 참석한다. 사실상 첫 장관급 접촉이라는 점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아직 양국 외교장관 회담 일정은 잡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중재위 설치‧참의원 선거 결과 등에 따라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있다.

내달 31일은 일본의 한국 제재가 산업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는 시점이다. 이른바 ‘화이트 리스트’ 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시점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 1일부터 일본의 ‘외국환 및 외국무역관리법’에 따른 27개 수출 우대 대상인 ‘화이트 리스트’에서 한국을 빼는 시행령(정령) 개정을 위한 의견수렴을 시작했다. 이 대상에서 제외되면 최근 수출 제재가 시작된 3종의 소재 이외에도 일본이 ‘국가안보와 관계가 있다’고 판단하는 모든 제품에 대해 건별로 일본 정부가 승인을 검토할 수 있다.

정부는 장기전을 예상하는 분위기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30대 재벌 총수들과의 간담회에서 “전례 없는 비상 상황이다.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매우 유감스러운 상황이지만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홍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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