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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준 ‘병역 기피 입국 금지’ 판단이 대법원에서 뒤집힌 이유
2012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MAMA) 당시의 유승준
2012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MAMA) 당시의 유승준ⓒ뉴시스

미국 시민권을 취득해 병역 의무를 기피했다는 이유로 2002년 입국이 금지된 스티브 승준 유(이하 한국명 유승준) 씨가 17년 만에 한국에 입국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김재형)는 11일 법무부 장관의 입국 금지 결정에 따라 유 씨의 사증(비자) 발급을 거부한 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관의 처분이 적법하다고 본 원심이 잘못됐다고 판단해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1976년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유 씨는 2002년 1월 미국 시민권을 취득해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한 재외 동포다. 그는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하기 전까지 수년간 연예 활동을 하며 대중적 인기를 누렸다.

병무청은 유 씨가 병역 기피를 위해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고 보고 법무부에 유 씨의 입국 금지를 요청했다. 당시 병무청장은 유 씨가 재외 동포로 입국해 연예 활동을 하면 국군 사기 저하, 병역 의무 경시, 병역 기피 수단으로 외국 국적 취득 사례 증가 등이 우려된다고 봤다.

대중들의 반응도 싸늘했다. 가수로 활동할 당시 유 씨는 인터뷰 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병역 의무를 이행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입대를 앞두고 돌연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이에 법무부 장관은 출입국관리법 제11조 제1항 제4호 사회 질서를 해치거나 선량한 풍속을 해칠 염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 등 이유로 유 씨의 입국 금지 결정을 했다.

2015년 8월 유 씨는 한국에 입국하기 위해 LA 총영사관에 재외 동포(F-4) 체류자격의 사증발급을 신청했는데, 법무부의 입국 규제 대상자라는 이유로 거부당했다. 이에 유 씨는 LA 총영사를 상대로 사증발급 거부 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1·2심은 법무부의 입국 금지 결정과 그에 따른 사증발급 거부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도덕적 비난’과 ‘제재의 위법성’ 구분해야
병역 기피라도…‘무기한 입국 금지’ 과도해

그러나 대법원은 입국 금지 결정이나 사증발급 거부 처분이 위법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유 씨의 행동이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수 있지만, 처분의 적법성은 실정법에 따라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재외동포법이 재외 동포의 대한민국 출입국과 체류에 대한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라며 “재외 동포에 대해 기한의 정함이 없는 입국 금지 조치는 법령에 근거가 없는 한 신중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병역 기피 목적으로 외국인이 된 경우라도 당시 재외동포법에 따르면 38세 전까지만 재외 동포 체류자격 부여를 제한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비자 발급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 사건 사증발급 거부 처분 이후 재외동포법은 병역 기피 재외 동포의 체류자격 제한 나이를 41세로 상향하는 등 내용으로 개정됐다. 개정법은 이번 대법원판결 취지에 따른 파기환송심에서 적용되는데, 유 씨는 이미 41세가 넘어 제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또 재판부는 법무부 장관의 입국 금지 결정에 대해 법적 구속력이 없는 행정 내부의 지시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당시 법무부가 유 씨의 입국 금지를 내부전산망에만 입력하고 유 씨에게 통보하는 등 공식적인 방법으로 외부에 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약 13년 전 법무부 장관의 결정을 유일한 이유로 사증발급을 거부한 LA 총영사는 자신의 법적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지 않았다고 봤다. LA 총영사는 사증발급 권한이 있는 재외공관장으로 상급 행정기관의 지시를 따를 게 아니라 유 씨가 입게 되는 불이익 등을 고려해 처분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에서 유 씨의 의무 위반 행동과 그 제재가 비례하지 않다고 본 만큼 파기환송심에서 유 씨의 입국 금지를 해제할 가능성이 커졌다.

강석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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