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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사업장 노동자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모른다”
이른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16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가운데, 민주노총 부산본부, 녹산노동자 희망찾기, 전국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동부산지회가 이날 부산고용노동청 앞에서 중소사업장 노동자들의 관련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른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16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가운데, 민주노총 부산본부, 녹산노동자 희망찾기, 전국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동부산지회가 이날 부산고용노동청 앞에서 중소사업장 노동자들의 관련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민중의소리 김보성 기자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도록 근로기준법이 개정돼 16일부터 시행에 들어갔지만, 정작 사업장에서는 “잘 모른다”, “처음 들었다”는 반응이 나온다. 노동단체는 관련 내용이 취업규칙에 제대로 반영되도록 고용노동부의 적극적인 감독을 촉구하고 있다. 또한, 실효성을 우려하며 사업주에 대한 처벌 기준 마련 등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 녹산노동자 희망찾기, 전국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동부산지회는 16일 부산고용노동청을 찾아 직장 내 괴롭힘 실태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 단체는 지난 5월부터 6월까지 녹산·정관·장안 산업단지 등 부산지역 주요 공단 노동자 274명을 상대로 1 대 1 면접 조사를 진행했다. 대부분은 평균 50명 이내 중소규모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었다.

지난해 12월 국회는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직장에서 벌어지는 괴롭힘을 법적으로 명시하고, 10인 이상 사업장은 이에 대한 예방과 징계를 포함하도록 의무화했다. 이는 이른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으로 불리며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이날부터 본격 시행됐다.

그러나 민주노총 부산본부 등의 이번 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82%는 ‘전혀 모른다’ 혹은 ‘이야기는 들었으나 내용을 잘 모른다’고 답했다. 법 시행을 인지하지 못하는 노동자가 10명 중 8명인 셈인데, 이는 사업장 내에서 관련 취업규칙이 제대로 제·개정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이들 가운데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고 답한 응답자는 34%에 달했다. 10명 중 3명은 직장 갑질이나 괴롭힘, 부당한 대우 등에 노출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주로 사장 등 임원(35%), 현장관리자(24%), 사무직 관리자(17%) 등 업무수행에 있어 사용지시의 지위에 있는 이들로부터 해당 사례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괴롭힘의 종류는 ‘이유 없이 성과를 인정하지 않고 조롱’, ‘욕설이나 위협적인 말’, ‘집단 따돌림’, ‘휴가 등 복지혜택 쓰지 못하도록 압력’ 등 다양했다.

강서구 재활용업체에서 오전 7시부터 하루 10시간을 일하는 A 씨는 요즘 쉴 수가 없다. 업무 특성상 노동강도가 높아 잠깐이라도 휴식을 하려 하면 어디선가 공장장이 달려와 소리를 치기 때문이다. 곳곳에 설치된 CCTV 카메라로 사장이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왜 그렇게 일하느냐” 시시때때로 현장에 참견한다. A 씨는 “인격모독이라고 느낀다.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일의 강도가 너무 심하다”고 토로했다.

녹산공단 C 업체에서 B 씨는 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정직’이라는 판정을 받았지만, 복직 이후 온갖 괴롭힘에 시달리고 있다. 회사는 자신을 외딴곳에 있는 사무실로 보냈고, 하루 종일 대기 상태로 업무를 보게 했다. 현장에서 생산직으로 일했던 B 씨는 공장으로 돌아갈 날만 그리며 견디고 견뎠지만, 동료와 격리된 이 모멸감을 버티지 못하고 퇴사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문제에도 대처법은 ‘참는다’라는 반응이 다수였다. 59%는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그냥 참고 지낸다”고 답했다. ‘해결을 요청했지만, 상황이 악화하거나 불이익을 당했다’(15%), ‘직장생활이 불편하다’(16%)라는 응답도 나왔다.

조사 과정에서 관련 법 시행을 알게 된 이후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선 응답자의 20%는 여전히 ‘이직하거나 묵묵히 참겠다’고 기존과 같은 방법을 고수했다. 반면 ‘적극적 문제해결을 회사에 요구한다’(31%)라고 답한 사람은 30%였다.

이주노동자들도 통역을 거쳐 별도의 조사에 참여해 눈길을 끌었는데 10명 중 9명은 ‘괴롭힘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양산지역 공단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 26명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이들은 ‘조롱’, ‘차별’, ‘병가, 휴가 통제’ 등의 불이익을 받았다고 답했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응답자 100%가 ‘직장 내 괴롭힘 법 시행을 전혀 모른다’고 답했다.

민주노총 등은 이날 결과를 토대로 ▲특별근로감독 ▲사업주의 처벌 조항 강화 ▲사용자 포함 직원 전체 괴롭힘 예방 교육 의무화 등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기영 민주노총 부산본부 동부산상담소 상담국장은 “노동부가 적극적인 근로감독 등 해당 법안의 이행 노력에 나서야 한다”며 “뿐만 아니라 피해자 보호, 사업주 처벌 등 관련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재남 민주노총 부산본부 부본부장도 “처벌조항이 없다는 이유로 노동부가 직무를 유기하는 행위를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며 “어떤 종류의 괴롭힘 행위도 용납되지 않도록 적극적인 조치를 해달라”고 촉구했다. 발표를 마친 노동단체들은 실태조사 결과와 요구사항을 직접 부산고용노동청에 전달했다.

김보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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