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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건설업 취업 제한’해 유일한 생계수단 끊어버린 법무부
16일 오후 서울 보신각 앞에서 난민인권센터 주최로 열린 '난민과 함께하는 행동의 날' 집회 참가자들이 난민 혐오를 반대하며 효자동 주민센터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16일 오후 서울 보신각 앞에서 난민인권센터 주최로 열린 '난민과 함께하는 행동의 날' 집회 참가자들이 난민 혐오를 반대하며 효자동 주민센터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김슬찬 기자

법무부는 지난 1일부터 내부 지침을 통해 난민신청자와 인도적 체류자의 건설업 취업을 금지했다. “저소득 내국인의 일자리를 보호하기 위한 부득이한 조치”라는 게 법무부 설명이다. 그러나 “단순 노무만이 유일한 생계수단인 난민들의 생존을 위협한다”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번 조치로 건설업에 종사하던 난민신청자와 인도적 체류자들은 한순간에 길거리로 내쫓겼다. 어떻게 먹고 살지 앞이 깜깜하다. 이들에 대한 정착지원이 부재한 현실에서 생존은 오로지 개인의 몫이다. 이런 상황에서 언어와 문화의 장벽에도 힘겹게 구한 유일한 생계수단마저 잃은 것이다.

유일한 처우 규정 ‘취업허가’마저

직격탄을 맞은 건 2천여 명의 인도적 체류자들이다. 이들은 본국으로 돌아갈 시 박해의 위험은 있지만, 난민 사유에 해당하지 않아 일시적 체류 자격을 부여받은 사람들이다. 당장 강제송환은 없지만, 생존권을 위협받는 현실은 본국에서 처했던 상황과 큰 차이가 없다. 난민법에 따르면 아무런 정착지원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취업활동만 가능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들은 법무부 지침으로 취업마저 어렵게 됐다. 타 문화권에서 온 이들이 택할 수 있는 생계수단은 단순 노무가 대부분이었다. 난민인권네트워크는 지난 3일 성명을 통해 “단순 노무업을 취업 가능 직종에서 배제하는 것은 난민들의 생존권을 당장 박탈해 거리로 내모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법무부는 건설업을 제외한 제조업, 중고차 등 무역업, 택배 상·하차 등 물류, 농어업 등에 취업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들의 취업 상황은 여전히 불안정하다.

난민인권센터 김연주 변호사는 “인도적 체류자는 직종 제한이 없다고 하지만, 사실상 (법무부는) 내부 지침으로 직종을 제한해 왔다”라고 말했다. 이들이 일자리를 얻어 법무부에 허가 신청을 하면 제한된 직종이라서 불가하다는 답을 듣기도 한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건설업 제한은 공개적으로 발표라도 됐다. 당사자들이 어느 직종이 제한되는지 몰라 혼란을 겪고 있다. 법무부는 (외부에 직종 제한) 기준을 공개하지 않고 불분명한 내부 기준에 따라 직종을 제한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난민심사 장기화 책임 떠넘기기

난민신청자들도 고통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난민법에 따르면 난민신청자들은 생계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의무 규정이 아닌 탓에 유명무실할 뿐이다. 2017년 기준 생계비를 받은 난민신청자는 3.2%에 불과하다.

난민심사를 언제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난민법은 6개월 이내에 난민 인정 심사를 진행하도록 규정했지만, 담당 인력 부족으로 심사가 한없이 지연되고 있다. 불안정한 지위로 오랜 시간 체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번 조치로 난민심사 장기화에 따른 고통을 신청자들에게 떠넘겼다는 비판이 나왔다. 심지어 법무부는 난민신청자 등에게 다른 외국인들처럼 체류 허가 수수료 납부 의무를 부과했다. 체류자격 연장허가를 신청하면 6만 원, 취업허가를 위한 체류자격 외 활동허가를 받으려면 12만 원을 내야 한다.

김 변호사는 “다른 외국인의 경우 체류 기간은 보장된다. 하지만 난민신청자의 체류 기간은 6개월이 대부분이다. 최근 신청자가 늘어나면서 3개월 단기 체류 자격을 부여하기도 한다. 이마저도 담당 공무원의 재량에 따라 달라진다. 체류 연장을 위해 매번 수수료를 부과하는 건 실질적으로 과도하다”라고 꼬집었다.

“정부 과실 가리고 난민 편견 부추긴다”

이번 조치는 법무부의 ‘가짜 난민’ 프레임의 연장선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법무부는 한국에서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허위로 난민 신청하는 자들이 증가했다고 주장해왔다. 이번 조치의 이유 역시 난민신청자와 인도적 체류자가 ‘내국인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것이다.

난민과함께공동행동 등은 지난 8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조치는 난민을 실업의 원인인 양 호도하려는 희생양 삼기일 뿐”이라며 “정부는 난민과 이주민의 삶을 옥죄는 정책들로 실업 증가와 복지 부족 등 정부의 실책을 가리고 편견을 부추기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에 난민법 개정보다 법무부의 실질적인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김연주 변호사는 “난민법 개정을 통해 처우 개선을 꾀할 수 있다”라면서도 “현실적으로 체류 연장, 취업허가 등 절차를 어렵게 만드는 건 실무 단계다”라고 말했다.

이어 “법은 취업을 통한 자력 생존의 방법을 열어놨는데, (법무부가) 실질적으로 가능하지 않게 하고 있다”라며 “난민신청자와 인도적 체류자들이 취업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실질적인 조사부터 이뤄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강석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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