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보기
댓글보기
[현장] 장마·무더위 뚫고 모여 국회에 “노동법 개악 중단” 요구한 노동자들
‘탄력근로제 확대’, ‘최저임금 공약 파기’에 반발해 총파업에 돌입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총파업 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9.07.18
‘탄력근로제 확대’, ‘최저임금 공약 파기’에 반발해 총파업에 돌입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총파업 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9.07.18ⓒ김철수 기자

“국회는 탄력근로제 도입,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악 논의를 지금 당장 멈춰라!”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노동개악저지, 노동기본권쟁취, 비정규직철폐, 재벌개혁, 최저임금 1만원 공약 폐기 규탄, 노동탄압 분쇄’ 민주노총 수도권 총파업 대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에는 민주노총 조합원 7천여명(주최 측 추산)이 참석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각종 노동 관련 법안 처리 여부를 주목하며 투쟁의 목소리를 높였다. 노동자들은 정부와 여당이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는 ILO핵심협약은 비준하지 않으면서 국회에서 탄력근로제와 최저임금법을 개악하려고 하는데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영섭 민주노총 강원본부장은 “2019년 대한민국 모든 언론과 정부가 경제 파탄의 주범을 인상된 최저임금 받는 저임금 노동자라고 하는데 동의 할 수 없다. 경제파탄이 났다면, 그 주범은 재벌과 정부다. 경제지표나 고용지표는 최저임금 인상 전부터 바닥을 쳤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순식간에 나타난 일이 아니다”라면서 “정부가 왜 재벌이 하는 이야기를 그대로 하면서 헌법 32조의 적정임금 보장과 최저임금제 시행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최준식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ILO핵심협약 비준과 최저임금 1만원은 대통령 대선 공약인데, 왜 이것을 요구하는 우리를 내팽개치냐”면서, “우리는 대통령의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것을 거듭 확인해 분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의 싸움은 피할 수 없는 싸움이기에 우리는 싸워야 한다. 끝까지 싸워서 노동의 역사를 새로 써가자”며 참가자들을 독려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총파업 대회에서 투쟁을 외치고 있다. 2019.7.18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총파업 대회에서 투쟁을 외치고 있다. 2019.7.18ⓒ김철수 기자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현 정부가 출범한 이래, 논쟁적인 정책은 어느 것 하나 해결되는 것 없이 역주행에 역주행을 거듭하고 있다. 정부가 ‘노동존중’, ‘촛불정부’를 내세웠다는 말이 진부한 이야기 되어버렸다”고 통탄하며, “정부는 실행 계획 없는 그럴싸한 말만 내세우고, 민주노총이 비판하면 대안 없이 불평이나 늘어놓는 집단으로 치부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럼에도 민주노총이 아니면 이 땅 어느 누구도 대변할 사람 없는 비정규·청년·여성 노동자가 있고,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이 있다. 싸울 힘과 결의가 있는 동지들이 모인 민주노총이 나서서 강단 있게 투쟁해야 한다”면서 “보수정당과 보수언론이 우리의 절실한 투쟁 이유와 절규 내용을 들여다보는 대신 제멋대로 보도하겠지만, 그래도 투쟁 의지를 꺾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정부가 생떼부리는 자본가의 편에 선다면, 민주노총은 정부의 모양새 갖추기에 들러리 설 생각 없다. 이후에 민주노총은 정부의 기만적 노동정책을 폭로하고 투쟁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날 민주노총은 결의문을 통해 “무더위와 장마 속에 노동자가 국회 앞에 모인 것은 민중을 장시간 노동의 수렁으로 밀어 넣고, 최저임금 결정구조를 개악해 노동자의 임금인상 요구에 재갈을 물리려는 국회의 무뢰배들에게 맞서기 위한 것”이라고 이날 총파업 투쟁에 나선 이유를 밝혔다

이어 “여야가 탄력근로제 기간확대와 재량·선택 근로제를 논의하는 것은, 자본과 재벌의 청탁에 굴복해 한국 사회를 과로사 공화국으로 되돌리려는 시도”라며, “이 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재벌과 자본이 노동자들이 고혈을 더욱더 세차게 쥐어짤 면죄부가 생기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또 정부와 여당이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파기한데 이어 “자한당과의 야합으로 최저임금 결정구조를 개악해 노동자들이 자신의 임금을 결정하지 못하도록 재갈을 물리려 한다. 이러다간 적폐정당이 요구하는 주휴수당 폐지, 최저임금 차등적용까지 수용할 기세”라면서, “우리는 반드시 노동법 개악 시도를 막을 것이며, 이를 노동기본권 전면 쟁취 투쟁으로 이어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18일 국회 앞에서 열린 총파업 집회를 마친 후 국회 정문으로 향하고 있다. 2019.07.18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18일 국회 앞에서 열린 총파업 집회를 마친 후 국회 정문으로 향하고 있다. 2019.07.18ⓒ정의철 기자
18일 국회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 총파업 집회를 마친 조합원들이 국회 정문으로 향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9.07.18
18일 국회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 총파업 집회를 마친 조합원들이 국회 정문으로 향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9.07.18ⓒ정의철 기자

총파업 대회 참가자들은 집회를 마친 뒤 국회에 항의의 뜻을 표하기 위해 세 갈래로 찢어져 국회 방면으로 행진했다. 경찰은 국회의사당역 2·5번 출구를 경계로 바리게이트와 경력을 배치해 행진을 막았다. 집회 참가자들은 “평화적인 행진을 막지 말라”고 항의하며 경찰과 대치상태를 이어갔다.

이날 집회는 오후 4시 열릴 예정이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이하, 환노위) 전체회의가 무산된 뒤에야 끝났다. 환노위 전체회의는 정경두 국방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와 관련한 본회의 일정 조정과 관련해 여야가 의견충돌을 일으키면서 무산됐다.

당초 환노위는 오늘 탄력근로제 확대 등과 관련한 법안을 처리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난 15일 회의에서 자유한국당이 탄력근로제 확대 안에 더해 선택근로제까지 확대하는 안을 내놓으면서 여야간 논의가 평행선을 달리게 됐다. 여당은 선택근로제 확대안이 노동자 건강권을 위협한다며 반대하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 열린 환노위 고용노동소위도 유연근무제에 대한 노사의견 청취 외에는 별다른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한편, 이날 민주노총은 수도권을 포함해 전북, 광주, 전남, 대구, 경북, 울산, 경남. 제주 등 총 10개 지역에서 지역별 총파업대회를 개최했다. 전국 각지서 열린 총파업 대회엔 약 1만5천여명(주최 측 추산)의 조합원이 참가했다. 총파업에는 민주노총 간부들과 가맹조직 5만여 조합원들이 동참했다.

이소희·이승훈 기자

기자를 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작은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님의 후원금은 모두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이시각 주요기사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카카오스토리2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