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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종현의 교육희망] 사학법인이 징계권을 남용해도 어쩔 수 없다는 교육부?

“‘청구인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라는 결정을 구합니다.”
학교법인 동구학원이 징계권을 남용하여 공익제보교사를 여러 차례 파면하고, 동구마케팅고와 동구여중 교장에 대해 임용취소와 몇 차례 파면 처분을 일삼는 동안 학교는 수년째 파행하고 있다. 특히 동구여중의 경우 학생과 학부모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으며 교장과 교사들이 2015년도부터 추진해왔던 혁신교육은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동구여중 학부모와 학생, 교사 429명은 작년 11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사립학교법의 징계 관련 조항이 학교법인의 징계권 남용을 불러옴으로써 헌법상의 교육받을 권리와 교육의 공공성 그리고 자주성·전문성,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과 기본권 보호의무, 그리고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1월 14일 해당 소송을 전원재판부에 회부했다. 그리고 이해관계인인 교육부장관에게 의견을 요청하였다. 이에 대해 법무법인 ‘시헌’을 대리인으로 지정한 교육부는 지난 7월 9일 ‘청구인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라는 결정을 구합니다’라는 의견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하였다. 청구인들의 헌법소원심판 청구가 적법요건에 어긋나며, 현행 사립학교법 징계권 관련 조항이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제한한다고 볼 수도 없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현행 사립학교법에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다.

이는 현실에서 벌어지는 징계 남용과 그에 따른 학사 파행 및 학생과 학부모들의 학습권 침해에 대해 애써 눈감아 달라는 의견이다. 사학법인이 징계권을 무기로 내부 구성원을 통제하는 비민주적인 구조를 묵인하라는 의견이다. 부정비리, 성적조작, 인권침해, 스쿨미투 등 온갖 비위와 전횡이 대부분 사립학교에서 발생하는 이유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징계권을 전가의 보도로 삼아 내부비판을 원천봉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판과 견제가 불가능하면 조직의 균형이 무너진다. 유난히 우리나라 사립학교가 부패한 까닭은 징계권 남용을 허용하는 현행 사립학교법 때문이다. 현실이 이런데도 교육부는 사립학교 징계권 남용을 방관하는 것이 맞다는 의견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하였다.

동구학원의 부당징계 철회를 요구하는 교사, 학부모들.
동구학원의 부당징계 철회를 요구하는 교사, 학부모들.ⓒ필자 제공

친일·족벌 세력이 대를 이어가며 운영해 온 동구학원

동구학원은 우리나라의 전형적인 사학법인이다. 동구학원을 통해 사립학교를 보면 우리나라 사학의 현실이 보이고, 아울러 교육부의 의견 제출이 얼마나 무책임했는지 알 수 있다. 동구학원은 1942년 조선총독부로부터 설립인가를 받았다. 동구학원의 설립을 주도한 사람은 조석봉과 김활란이다. 총독부는 태평양전쟁 발발 직후 조선징병령 시행을 앞둔 1942년에 학교 설립을 인가했다. 그해 대표적인 친일잡지 ‘조광’은 당시의 5개 여학교 교장들을 모아 ‘징병령과 여자교육’이라는 좌담회를 열었다. 조석봉을 비롯한 교장들은 징병제 실시에 맞춰 ‘군국(君國)의 어머니’ 같은 책을 여학생들에게 적극적으로 읽히고, 군인의 아내와 어머니로 여성을 교육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며 의기투합했다. 김활란은 1941년 임전보국단 결전부인대회에서 ‘여성의 무장’, 1942년 싱가포르 공략 대강연회에서는 ‘대동아건설과 우리 준비’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그리고 여러 잡지에 ‘징병제와 반도여성의 각오’, ‘뒷일은 우리가’, ‘남자에 지지 않게 황국 여성으로서 사명을 완수’ 등의 글을 발표하며 조선 민중들에게 일제의 침략 전쟁에 적극 참여할 것을 활발하게 종용하였다.

조석봉과 김활란을 연결하는 인물은 평북 의주 출신 일제 밀정 김달하이다. 일제 치하 항일독립운동가들에게 밀정의 존재는 공개적인 탄압과 토벌 못지않은 실질적 위협이었다. 극한 환경에서 동지조차 믿지 못하고 서로 의심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일제 고등경찰보다 더 악랄했다. 항일 독립활동가들에겐 더 큰 증오와 경멸의 대상이었다. 김달하는 북경에서 독립활동가들에게 접근하여 수많은 정보를 빼돌려 동지와 민족을 팔아먹고 혁명운동을 파괴했던 인물이다. 그러다가 의열단 단원들에 의해 비참하게 처단된 것으로 역사는 기록하고 있다.

김달하의 아내가 김활란의 언니 김애란이고, 김달하와 김애란의 사위가 조석봉이다. 조석봉과 김활란은 조카사위와 처이모의 관계다. 조석봉과 부인 김정옥(김달하와 김애란의 딸)의 아들이 조웅이고, 며느리가 최길자이다. 조석봉이 36년(1942~1978), 아들 조웅이 27년(1978~2005), 2대가 63년 동안 동구마케팅고 교장을 역임했다. 조석봉의 부인 김정옥은 12년(1969~1981), 조웅의 부인 최길자는 8년(1994~2002) 동안 동구여중 교장을 역임했다. 최길자는 현재 동구학원의 이사장이다. 최초 동구학원의 학교 건물과 부지는 1941년에 미감리교회 조선선교부 유지재단으로부터 무상사용을 승낙받은 것이다. 해방 후 1950년 재단법인의 설립인가 당시에도 이들의 재정 출연금 기여도는 미미하였다고 알려져 있다. 성북동 일대 38,000평의 교지는 적산을 불하받은 것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사학족벌을 이루고 대를 이어가며 국가 세금으로 학교를 운영하며 온갖 전횡을 저질러 온 것이다.

학교 비리 고발한 공익제보교사 파면 남용
비리 재단 손 들어준 서울행정법원

최근의 동구학원 문제는 2011년부터 시작되었다. 당시 행정실장은 공사 수의계약과 공사비 허위 계상 과다지급 등의 업무상 횡령과 배임수재 혐의로 징역10월 및 집행유예와 추징금의 확정판결을 받았다. 그런데도 법인은 정관을 바꿔서 행정실장을 당연퇴직시키지 않았다. 2012년 4월 동구마케팅고 소속 교사가 이를 서울시교육청에 공익제보하였다. 이에 법인은 공익제보교사에 대해 2014년부터 파면을 반복하며 징계권을 남용하였다. 교원소청심사위원회와 행정소송을 통해 파면 처분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받고 복직하여도 곧바로 또 다른 사유를 들어 직위해제와 파면 징계를 반복하고 있다. 공익제보교사는 지금도 교단으로 돌아가지 못한 상태다.

그 사이에 이사장 조웅은 뇌물제공 및 교비 횡령이 드러나 2013년 6월 임원승인이 취소되었다. 서울시교육청은 동구학원에 대한 특별감사를 실시하였고, 2016년 1월에 결과를 발표하였다. 2016년 6월 서울시의회가 임시이사 파견 촉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하였으며, 9월에는 서울시교육청이 이사 전원에 대해 임원승인 취소를 통보하였다. 그리고 2017년 2월 임시이사를 선임하여 새롭게 동구학원 이사회를 구성하였다. 관선이사회는 공모를 통한 공개채용 방식으로 동구마케팅고와 동구여자중학교 교장을 선출하여 5월에 임명하였다. 그런데 서울시교육청의 임원승인 취소 처분에 대하여 서울행정법원은 취소 판결로 구재단의 손을 들어주었다. 사학법인의 교원징계권 남용을 제어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부족한 탓이다.

다시 복귀한 구재단 측은 곧바로 임시이사가 공모절차를 통해 임명한 교장들의 임용을 취소하였다. 그리고 1,2차에 걸친 직위해제와 파면을 반복하고 있다. 공익제보 교사와 공모제 교장들에 대해 직위해제와 파면을 남발하는 것은 횡령과 배임수재 등으로 징역형을 받은 행정실장을 가볍게 징계한 것과는 극단적으로 달랐다. 현행 사립학교법에서는 부정을 저질러도 법인에 충성한 사람은 징계당할 일이 없고, 반대로 비판과 견제의 목소리를 낸 사람은 살아남기가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가 되었다.

사학법인의 징계 남용을 막으려는 교육 주체들의 헌법소원심판 청구서와 교육부의 반대 의견서.
사학법인의 징계 남용을 막으려는 교육 주체들의 헌법소원심판 청구서와 교육부의 반대 의견서.ⓒ필자 제공

사학법인 징계 남용 막으려던 학생·학부모·교사들
“이유 없는 주장”이라며 일축하고 사학법인 옹호한 교육부

사학의 징계 남발로 공모 교장을 빼앗김으로써 학습권을 침해당한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당사자인 교사들이 사립학교법의 징계권 관련 조항에 대하여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청구인들은 사립학교법 제62조가 사립학교 교원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사립학교법인에 설치하도록 한 것 자체가 문제라고 주장하였다. 사립학교 역시 국·공립학교와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 더구나 사립학교 재정은 운영비의 98% 이상을 국가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한다. 그럼에도 교사의 징계권을 사학법인이 배타적이고 독점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교육의 공공성과 자주성 및 전문성에 반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사립유치원의 교원에 대한 징계는 국·공립 교원과 마찬가지로 교육공무원징계위원회에서 심의·의결하도록 하고 있다. 이것은 사립 초·중등 교원에 대한 징계사건을 교육공무원징계위원회에서 심의·의결하는 것이 전혀 문제가 될 수 없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오히려 그렇게 하는 것이 헌법상의 평등원칙에 맞으며, 사립학교의 공공성 및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을 보호할 수 있다.

청구인들이 또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사립학교법 제54조와 제66조의2 조항이다. 학교법인 내에 부정비리가 발생해도 관할청은 직접 징계를 심의·의결할 수 없고 법인 임용권자에게 해임 또는 징계를 요구할 수 있을 뿐이다. 그리고 법인으로부터 통보받은 징계의결 내용이 징계 사유에 비추어 가볍다고 인정되면 다시 법인에게 재심의를 요구만 할 수 있을 뿐이다. 1심 재판부에 그대로 2심 재판을 요구하는 것과 같다. 다른 결과를 기대할 수 없는 것은 뻔하다. 법인 징계위원회가 동일한 징계의결을 하여도 교육청의 다른 감독 수단이 없다. 당연히 교육청이 재심의를 요구하는 경우가 드물다. 관할청의 감독 권한은 무력화되고 사립학교에서는 부조리한 문제가 끊이지 않는다. 동구학원처럼 학교법인이 징계권을 남용하는 경우에 관할청이 강력한 감독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함에도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사립학교법에 ‘입법부작위’ 상태로 근거를 만들지 않는 것은 교육의 공공성을 침해하고 학생과 학부모의 학습권을 보장하지 않는 위헌이라고 청구인들은 주장했다.

청구인들의 주장에 대해 이해관계인인 교육부는 모두 이유가 없는 주장이라고 반대 의견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하였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국회의원 시절 누구보다 사학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 노력했던 정치인이다. 그런데 왜 청구인들보다 사학법인의 입장을 완벽하게 옹호하는 의견을 제출했을까? 교육부 장관은 현행 사립학교법 아래서 동구학원과 같은 사태가 왜 발생한다고 생각할까? 7년 동안이나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볼까? 과연 교육부가 제출한 의견서는 장관의 소신인가, 관료의 의견인가. 장관은 저런 의견서가 제출된 것을 파악하고는 있을까?

유은혜 장관 취임 이후 이와 같은 일이 처음은 아니다. 작년 2월 전국 14개 교육단체와 1053명의 교사는 교원의 정치기본권을 원천적으로 제약하는 법률에 대하여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이에 대하여 헌재는 작년 12월 이해관계인인 교육부장관에게 의견을 요청하였다. 이에 대한 답변으로 교육부는 기존의 낡은 논리를 그대로 반영하여 매우 부정적인 의견을 제출한 바가 있다. 사학 징계권에 대한 의견 제출과 경향이 매우 비슷했다. 그러나 교육부 장관은 추후 사태를 다시 파악한 후 수정의견서를 제출하였다. 처음 제출한 의견서에 장관의 생각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는 짐작을 가능하게 한다. 사학법인이 징계권을 남용해도 어쩔 수 없다는 교육부? 동구학원의 사태의 상징성에 비추어 사학 공공성 강화를 위해 다시 한번 재고를 촉구한다. 사립학교는 개인의 사유물이 아니고 공교육 기관이기 때문이다.

권종현(전교조 부대변인, 우신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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