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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연의 중국과 한반도] 트럼프의 꽃놀이패, 호르무즈 해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8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미 해군 함정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의 무인기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8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미 해군 함정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의 무인기를 격추했다고 밝혔다.ⓒ뉴시스/신화통신

최근 언론보도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곳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미국은 이곳을 통과하는 민간 선박 보호를 위해 ‘군사 호위 연합체’를 구성하겠다고 하고, 아주 이례적으로 미국 주재 주요 국가 외교관들을 국무부 청사로불러 들여 호르무즈 해협 관련 비공개 설명회를 진행했다. 비공개라 어떤 내용의 설명들이 있었는지 모르겠으나, 군사 호위 연합체에 참여하라는 압박의 메시지를 전달했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

“호르무즈 해협, 기름을 마셔야 움직이는 지구촌의 목구멍”

25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조갑제티비’의 조갑제 씨가 유조선을 타고 직접 호르무즈 해협을 기행한 후 이곳에 대한 설명을 표현한 것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 자료에 따르면 이 좁은 해협은 1일 평균 물동량이 1,850만 배럴(200리터 드럼통 약 1,470만 개)에 달하며 세계 원유 해상물량의 3분의 1이 지나가는 세계 1위의 해상원유수송로이다. 얼핏 보더라도 조갑제 씨의 표현이 아주 적절한 듯하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좁은 해협으로 북쪽으로 이란과 접해 있고, 남쪽으로는 아랍에미리트와 접해 있다. 에너지 안보상 매우 중요한 이 지구촌의 목구멍에 최근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문제의 핵심 당사자는 미국과 이란이다.

지난 2015년 7월 이란이 핵 개발을 포기하는 대가로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국 등 6개국이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해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포괄적 공동행동계획, 일명 이란 핵 협정을 체결했다. 문제의 발단은 작년 미국이 이란과 맺었던 핵 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면서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핵 협정 파기 이후 이란에 대한 직접적인 제재는 물론이거니와 이란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과 개인도 제재의 대상으로 삼는 세컨더리 보이콧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작년 11월부터는 2단계 조치로 이란의 에너지와 금융 부문까지 옥죄기 시작했다. 심지어 대표적인 이란산 원유 수입국인 한국, 중국, 일본, 인도, 이탈리아, 그리스, 터키, 대만 등 8개국에 부여했던 이란산 원유 수입 예외 조치마저도 중단했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이란산 원유 수입 중단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구글

트럼프의 꽃놀이패

호르무즈 해협의 갈등 유발은 트럼프 대통령의 계산된 전략이다. 미국은 오래전부터 중동지역의 안정에 꽤나 많은 물리력을 집중해 왔다. 이 지역에 어마어마하게 매장되어 있는 지구촌의 생명줄 석유가 그 핵심 이유였다. 중동지역에서 전쟁이 발발하게 되면 자연스레 국제유가는 폭등하게 되고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산업은 큰 혼란에 휩싸이게 된다. 그 때문에 미국은 노심초사 중동의 안정과 중동 지역의 패권을 잡기 위해 어마어마한 노력을 집중해 왔던 것이다.

그러던 중 미국에게 ‘셰일가스’라는 마법의 에너지원이 나타난 것이다. 이른바 ‘셰일혁명’으로 불리는 셰일 가스와 오일의 개발로 미국은 단숨에 원유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전환했고, 전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 공급을 조절할 수 있는 주도권을 가져오게 됐다.

이제 본격적으로 미국의 에너지 패권 전략이 시작된 것이다. 중동 지역의 불안정으로 인해 국제유가가 폭등해도 미국의 입장에서는 나쁠 것이 없다. 아니 도리어 중동 지역 산유국에서 원유를 수입하던 주요 국가들에게 싼 가격으로 미국산 원유를 판매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호르무즈 해협의 위험 때문에 원유의 수요가 미국으로 옮겨 가고 있다는 통계도 나오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전쟁이 나도 좋고 이 지역의 불안정으로 기존 고객들이 등을 돌리는 것도 나쁘지 않은 카드이다.

UAE동해에 위치한 푸자이라 항만의 원유수출 시설.
UAE동해에 위치한 푸자이라 항만의 원유수출 시설.ⓒAP/뉴시스

서두에 잠깐 언급했듯이 이 좁은 해협으로 세계 원유 해상물량의 3분의 1이 지나다닌다. 그중 80% 이상의 목적지가 아시아 지역 국가들이다. 중국 91%, 한국 72%, 일본 63%의 원유 수입량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각국으로 들어오게 된다. 이것이 바로 미국이 이 지역에 집중하고 있는 이유이다.

현재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은 중국이다. 이란산 원유의 최대 소비자 역시 중국이다. 이란 전체 원유 수출량의 25% 이상을 중국이 수입하고 있다. 중국 다음으로 큰 손인 인도는 얼마 전 미국산 원유 수입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 입장에서 미국의 이란 제재는 아주 위협적인 카드이다. 왜냐하면 국가 발전과 함께 에너지 소비량이 점점 더 늘어나는 상황에서 미국으로부터의 원유 수입량을 늘려갈 경우 앞으로의 패권경쟁에서 매우 불리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미국의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 조치에 대해 중국 외교부는 “미국의 일방적인 제재에 반대한다. 중국과 이란의 협력은 공개적이고 투명하며 합리적, 합법적인 것으로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고 강력하게 반발해 왔다.

상황이 이러한데 이런 중국을 놀리기라도 하듯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윗에 “중국은 석유의 91%를 그 해협에서 얻고 … 왜 우리는 다른 나라의 선로를 보상 없이 보호하고 있는가. 이들 모든 국가는 항상 위험한 여정이었던 곳에서 자국 선박을 보호해야 한다”고 하면서, 굳이 친절하게 중국을 콕 찍어 자국의 안전을 위해 ‘군사 호위 연합체’에 참여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 선점으로 자국의 원유 세일즈와 세계 에너지 시장의 주도권 확보, 중국에 대한 압박과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영향력 확대라는 꽃놀이패를 잡게 된 것이다. 그리고 국제사회에서 명분을 얻기 위해 이례적으로 미국 주재 외교관들을 모아 놓고 파병 설명회를 진행한 것이다.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강경화 장관과 면담을 하러 가던 중 청사 앞에서 ‘호르무즈 해협 한국군 파병 반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폐기’ 등을 촉구하는 시민단체 회원들을 향해 웃으며 손을 흔들어 보이는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강경화 장관과 면담을 하러 가던 중 청사 앞에서 ‘호르무즈 해협 한국군 파병 반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폐기’ 등을 촉구하는 시민단체 회원들을 향해 웃으며 손을 흔들어 보이는ⓒ뉴시스

이런 배경으로 호르무즈 해협 파병 얘기가 솔솔 나오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공식적인 요청도 없었다는데 이미 검토에 착수 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또한 애매한 시기에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일본과 한국을 연이어 방문했다. 순방기간 동안 한일 양국의 국방장관, 외교장관, 국가안보실장을 만나고 돌아갔다. 만난 인물들의 면모가 무역 갈등 중재는 아닌 듯하다.

이번 볼턴의 순방은 한국과 일본을 콕 찍어서 호르무즈 해협으로 모이라고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에너지 패권 전략에 이용당하는 아주 우스꽝스러운 양상이다.

절대 그럴 리 없겠지만,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불매운동을 하고 있는 이 시점에 저 멀리 호르무즈 해협에서 미국의 지휘 아래 일본 자위대와 공동 작전을 펼치는 끔찍한 모습은 연출 되지 않았으면 한다.

김택연 중국사회과학원 아태글로벌전략연구원 국제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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