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총파업이 7월 3일부터 3일간 있었다. 3일간 총파업에 참가한 비정규직 노동자는 10만명, 총파업의 요구를 알리기 위해 3일 광화문 광장에서 진행된 집회에는 6만명의 노동자가 모였다. 집회 현장에는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약속했던 문재인 정부의 응답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넘쳤다. 차별받는 비정규직을 이제는 없애겠다는 설움과 바람이 섞여있는 외침이 마음을 흔들었다.
총파업 대회에 참가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얼굴 하나하나 들여다보니 모두 여성이었다. 중년여성이 가장 많다. 보통 뉴스에서 보던 노조의 파업, 집회의 모습과는 달랐다. 머리띠를 질끈 묶은 남성노동자가 아니라 여성이 대다수인 광화문 집회현장은 낯설면서도 새로운 느낌을 주었다. 급식 조리사, 아이 돌봄 강사, 요양보호사,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 등이 있었다. 열악한 처우, 차별받는 비정규직을 바꿔달라고 외치러 나온 사람의 다수가 여성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임금도 처우도 차별받는 비정규직, ‘밥하는 동네 아줌마’, ‘똥 치우는 아줌마’라고 편견을 받으며 저평가되는 돌봄 노동을 떠맡고 있는 사람들이 여기에 있는 것임을 알 수 있는 순간이었다.
돌봄의 영역이 이렇게나 많이 비정규직, 불안정 노동에 놓여있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돌봄의 가치를 얼마나 저평가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돌봄을 사회에서 중요한 영역이 아닌 주변의 업무라는 사회통념이 돌봄을 외주화시킨다. 돌봄의 담당자가 여성이라는 성역할 고정관념도 그대로 반영되어 여성들이 이 돌봄을 맡고 있다. 결혼, 출산, 양육으로 경력단절을 경험하고 재취업하는 중년 여성들에게 주어지는 일자리 중 하나가 돌봄 노동이다. 학교에서는 급식 조리원으로, 요양보호사의 돌봄으로 그렇게 여성들의 노동이 자리 잡게 되었다.
돌봄 노동이 ‘단순한 일’로 일축되는 일련의 과정에서 노동의 가치가 축소된다. 실제로 급식노동자들은 급식실이 시간싸움, 체력싸움으로 전쟁터 같은 공간이라 말한다. 요양보호사가 종일 중증환자 또는 치매환자의 생활을 돌보는 일은 육체적으로나 감정적으로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하지만 여전히 ‘별것 아닌 일’로 취급되는 것이 돌봄이다. 가사노동이라는 보이지 않는 노동으로 쌓인 여성들의 숙련에 무임승차하면서 돌봄은 여성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하는 세상이 여성의 일자리를 비정규직으로 만들었다. 저평가 저임금의 굴레에 돌봄 노동이 놓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공공부문에서마저도 돌봄 영역의 노동자 다수가 비정규직인 것은 정부 역시도 돌봄의 영역을 저평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여성 노동과 돌봄 노동을 저평가하는 사회적 통념을 만들고 구조화하는데 국가가 일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시정하는데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은 돌봄의 저평가를 유지하겠다는 선언으로 볼 수밖에 없다. 돌봄노동에 대한 편견을 거두고 사회의 재생산을 위해 돌봄의 영역을 공적으로 책임져야한다는 사고의 전환이 함께 있어야 돌봄 노동의 비정규직화를 멈출 수 있을 것이다.
자회사 고용으로 정규직화 실적 부풀리기
비정규직 차별해소의 핵심을 알아야
정규직 실적 부풀리기는 비정규직을 두 번 울리고 있다. 지난 23일 고용노동부는 공공부문 정규직화 가이드라인 발표 2주년을 맞아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실적을 공개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중 85%가량이 정규직으로 전환되었다는 것이 골자였다. 하지만 정부의 정규직 전환 중에 41%는 자회사 고용이었다. 생명 안전 업무 직접고용을 제시한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기관에 왜곡 적용되어 생명 안전 업무를 제외한 업무는 자회사 설립으로 변질되었다. 그렇게 무분별한 자회사 설립이 남용되고 있다. 그동안 공공기관들이 사용자의 책임과 의무를 회피하고 비용절감의 수단으로 자회사를 운영해온 경험을 반복하는 것이 될 뿐이다. 심지어 자회사 고용에 문제제기하며 직접 고용을 요구한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들을 한국도로공사가 집단해고하는 일까지 있었다. 경부 고속도로 서울톨게이트 위에서의 농성이 이어지고 있다.
2000년대 이루어진 공공기관 구조조정과 민간위탁으로 비정규직이 대량 양산되기 시작했고 이를 부채질한 파견법 제정이 비정규직 시대의 화룡점정을 만들었다. 생계를 부양해야하는 남성과 가사를 돌보는 여성이라는 편견과 노동유연화의 명목은 손을 맞잡아 다수의 비정규직 일자리에 여성이 놓이게 만들었다. 비용을 줄이고 효율을 높인다는 이유로 성차별, 임금차별을 양산하고 안전과 고용을 희생양으로 삼았던 지난 10여년간의 과오를 돌리자는 것이 정규직화 요구의 핵심이다. 비정규직 정규직화가 차별해소와 맞닿아 있는 지점도 이 지점이다. 문재인 정부는 여성들이 왜 이런 일자리에 머물게 됐는지, 비정규직 양산의 과정이 어떠했는지 고민해야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약속을 제대로 지킬 수 있다.
변화를 만드는 사람으로 거듭난 여성들
공공부문 비정규직 총파업을 준비하며 100명의 학교비정규직 여성노동자가 삭발했다. 삭발하면서 눈물이 흘렀지만 일주일 후 힘차게 투쟁하고 웃음 지으며 6만명과 함께 광화문에 모였다. 노동조합을 하면서 말할 수 있게 된 사람들은 총파업을 결정하고 광화문에 나서는 모든 순간 변화를 만들어가는 주인으로 서있었다. ‘우리가 하는 이 일은 이렇게 취급받을 일이 아니에요. 보람을 많이 느껴요. 이 일을 차별하고 있는 것은 세상이에요. 그래서 우리가 바꿔내야해요.’ 당사자들은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고, 노동조합을 통해 가치있는 일을 하는데도 차별받아야하는 서러움을 스스로 떨쳐내겠다는 사람들이 되었다.
톨게이트 수납원들도 계속해서 고공농성중이고, 경산시 환경미화노동자들도 무기한 파업에 들어가며 민간위탁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교육당국의 불성실 교섭으로 교섭이 중단되어 공정임금제와 정규직화 약속 이행을 요구하며 2차 총파업을 선언했다. 차별을 없애고 정규직화 정부의 약속을 지키라는 투쟁은 조금 더 길어질 것 같다. 하지만 결국, 총파업하는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이루어낼 것이다.
손솔 민중당 인권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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