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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팅게일의 노래] 과로살인

지난 2월 가천대 길병원에서 소아청소년과 전공의가 당직실에서 죽은 채로 발견되었다는 뉴스를 보게 되었다. 병원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라면 뉴스를 본 순간 직감적으로 떠올린 단어는 아마 “과로사”였을 것이다.

그의 죽음 이후 어느덧 6개월이 흘렀다. 그리고 어제 전공의협의회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7월30일이 지난 2월 사망한 전공의 신형록 선생님의 업무상 질병판정위원회가 열리는 날이라고, 기자회견 장소에 와줄 수 있는지 물었다. 그리고 함께 보내온 부검감정서.

어제 처음 신형록 선생님의 부검감정서를 읽어본 나는 기자회견장에 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총 여섯 페이지의 부검감정서를 읽는 내내 안타까움이 밀려왔다. 그의 부검감정서에는 계속 반복되는 문구가 있다.

“특기할 손상을 보지 못함.”
“특기할 병변이나 손상을 보지 못함.”
“특기할 병리학적 소견을 보지 못함.”
“특기할 점을 보지 못함.”

31세의 건장한 청년의 몸에서는 어떤 특이한 점도 발견되지 않았다. 그는 또래 청년들과 다를 바 없는 아주 평범한 몸을 가진 젊은이였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이제 더이상 그의 몸에는 따뜻한 피가 흐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하나 더, 그가 “의사”였다는 사실이다.

30일 가천대 길병원에서 근무하다 사망한 신형록 전공의의 산재 인정 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인천노동복지합동청사 앞에서 열리고 있다.
30일 가천대 길병원에서 근무하다 사망한 신형록 전공의의 산재 인정 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인천노동복지합동청사 앞에서 열리고 있다.ⓒ필자 제공

주당 110시간 살인적인 노동강도

나는 간호사이기에 전공의들의 업무강도나 고충을 자세히 알진 못하다. 다만 학생 때 알고 지냈던 의대 친구들이 병원에 들어가서 어떻게 일하는지 보고 듣고, 그리고 같이 일했던 전공의들의 모습을 옆에서 지켜본 것이 전부이다.

하루는 24시간밖에 되지 않는데 전공의들은 36시간씩 근무하곤 했다. 그래서 내가 출근했을 때 일하고 있던 전공의가 내가 퇴근할 때도, 그리고 다음날 다시 출근했을 때도 같은 자리에서 여전히 일하고 있었다.

신형록 선생님도 일주일에 110시간 이상 일하곤 했다고 한다. 일주일은 7일인데...휴일없이 일했다손 치더라도 하루에 17~18시간씩 일한 셈이다.

이것은 과로사 정도가 아니라 과로살인이라고 해도 부족하다. 병원이 의사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전문의를 충분히 고용하지 않고 상대적 약자인 수련 전공의들에게 과중한 업무부담을 지운 것이다. 살인적인 노동강도가 정말로 신형록 선생님을 죽인, 살인을 저지른 것이다. 정말 이렇게 일을 시키면 사람이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걸까?

주당 110시간씩 일했던 신형록 선생님의 월급을 그가 일한 시간으로 나눠보면 시급은 최저임금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두 명, 세 명이 할 일을 한 사람에게 떠맡겨놓고, 그렇게 해서 아낀 인건비는 길병원의 주머니 속으로 들어갔을 것이다. 그 돈이 바로 신형록 선생님의 목숨값이다.

30일 가천대 길병원에서 근무하다 사망한 신형록 전공의의 산재 인정 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인천노동복지합동청사 앞에서 열리고 있다.
30일 가천대 길병원에서 근무하다 사망한 신형록 전공의의 산재 인정 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인천노동복지합동청사 앞에서 열리고 있다.ⓒ필자 제공

또다른 신형록이 나오지 않으려면

신형록 선생님의 부검감정서에는 사인이 해부학적으로 불명이라고 나와 있다. 그의 죽음이 해부학적으로 불명일지 모르나 그의 당직표와 그의 근무시간으로는 명백하다. 과로사의 인정기준이 되는 것이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1주 평균 60시간 초과’인데, 신형록 선생님은 거의 두 배에 달하는 주110시간씩 일했다. 이게 과로사가 아니라면 이 나라의 어떤 죽음에 감히 과로사라는 말을 쓸 수 있겠는가?

문제는 지금 신형록 선생님의 동료들뿐만 아니라 전국의 수많은 전공의들은 여전히 그 “살인적인” 당직표에 따라, 단순히 비유적인 표현으로서가 아니라 정말로 사람을 죽게 만들기도 하는 그! 당직표에 따라 일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형록 선생님의 죽음은 산재다. 그의 죽음을 산재로 인정하고 제2, 제3의 신형록이 나오지 않도록 전공의들의 근무시간을 줄이고 업무강도를 개선해야 한다.

행동하는 간호사회 최원영 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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