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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투쟁 한 달, 빗속에 모인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 “우린 직고뿐”
톨게이트 노조 조합원들이 31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소공원 앞에서 열린 톨게이트 수납원 직고용 촉구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9.07.31.
톨게이트 노조 조합원들이 31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소공원 앞에서 열린 톨게이트 수납원 직고용 촉구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9.07.31.ⓒ뉴시스

1500명 집단해고 된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이 한국도로공사에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경부고속도로 서울톨게이트 캐노피 위 고공농성과 청와대 앞 노숙농성에 나선지 오늘로 32일 째를 맞았다. 그 사이 1평 남짓한 일터에서 생계를 위해 일하던 평범한 요금 수납원들은 투쟁하는 거리의 노동자가 됐다.

31일 한국노총 톨게이트노동조합,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등 양대노총 소속된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 600여 명(주최 측 추산)은 서울 종로구 세종로소공원에서 열린 결의대회에 참여했다. 그간 폭염 속에서 투쟁했던 요금수납원들은 이날은 장대비 속에서 '함께 끝까지 투쟁하자'고 각오를 다졌다.

거침없이 떨어지는 빗방울에도 이들은 자리를 떠나지 않고, 우비를 입거나 우산을 쓰고 자리를 지켰다. 요금수납원들은 서울 톨게이트 캐노피 위에서, 청와대 앞에서 한 달 넘게 투쟁해 온 동료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31일 오후 한국노총 톨게이트노동조합·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등 주최로 서울 종로구 세종로소공원에서 직접고용 촉구 결의대회가 열렸다. 2019.07.31
31일 오후 한국노총 톨게이트노동조합·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등 주최로 서울 종로구 세종로소공원에서 직접고용 촉구 결의대회가 열렸다. 2019.07.31ⓒ민중의소리
31일 오후 한국노총 톨게이트노동조합·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등 주최로 서울 종로구 세종로소공원에서 직접고용 촉구 결의대회가 열렸다. 2019.07.31
31일 오후 한국노총 톨게이트노동조합·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등 주최로 서울 종로구 세종로소공원에서 직접고용 촉구 결의대회가 열렸다. 2019.07.31ⓒ민중의소리

한국도로공사 자회사 소속 전환에 동의하지 않았던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1500명은 지난 6월 30일 용역업체와의 계약만료로 해고 상태가 되었다. 그간 1년마다 재계약을 반복했던 이들은 이번 '해고'로 다시 한 번 비정규직 노동자의 비참한 현실을 느꼈다.

일터를 잃고 청와대 앞 거리에서 노숙농성 중인 구경숙 민주일반연맹 인천일반노조 인천톨게이트지부 지부장은 "비정규직이라는 것이 처음에는 와닿지 않았는데, 2016년에 7명이 하루아침에 짤리는 것을 보면서 이게 비정규직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또 "2019년 6월 30일부로 1500명이 한꺼번에, 그냥 근무표가 안 나오고 끝났다"면서, "국가정책도 법원 판결도 적용되지 않는 게 비정규직"이라고 통탄했다.

해고된 노동자들은 현재 1,2심 법원 판결대로 한국도로공사가 요금수납원들을 직접고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013년 요금수납 노동자들이 법원에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1,2심 법원은 한국도로공사가 이들을 직접 고용하지 않는 것에 대해 '불법 파견'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 사건이 대법원에 계류돼 노동자들이 최종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사이, 한국도로공사는 용역업체 직원들의 자회사 소속 전환을 진행했다.

31일 오후 한국노총 톨게이트노동조합·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등 주최로 서울 종로구 세종로소공원에서 직접고용 촉구 결의대회가 열렸다. 2019.07.31
31일 오후 한국노총 톨게이트노동조합·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등 주최로 서울 종로구 세종로소공원에서 직접고용 촉구 결의대회가 열렸다. 2019.07.31ⓒ민중의소리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들 중 상당수가 가장이다. 이들은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내쫓겼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일상을 포기하면서까지 직접고용 쟁취 투쟁을 하고 있다.

마산에서 서울로 올라온 민주일반연맹 경남일반노조 칠서톨게이트지부 전서정 지부장은 "어제 고용보험과 한 달 월급이 들어왔다"며 "54만 1080원. 이 월급으로 8월 한 달을 살아야 한다"며 녹록하지 않은 현실을 전했다. 세 노모를 모시며 살고 있는 전 지부장은 "저 혼자 가는 길이 아니라 여러분들과 다 같이 가기 때문에 이 자리에 있는 것이 좋다"면서 "한 사람도 흩어지지 말고 우리 다 같이 직접고용 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앞에서 농성 중인 요금수납원들은 "뿐이고"라는 대중가요를 개사한 "직고(직접고용)뿐이고"를 불렀다. 다른 요금수납원들은 손뼉을 치거나 손피켓을 흔들며 분위기를 띄웠다. 이후 이들은 한국도로공사를 향해 "강래(한국도로공사 사장 이름)야, 우리는 직고간다"라고 구호를 외치며 무대를 마쳤다.

민주노총 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지부 박순향 부지부장은 "(기사에 비난) 댓글이 달린다고 가슴 아파하지 말라"고 조합원들을 위로했다. 그러면서 "겨우 최저임금 받고 있는 우리들이 갑자기 8~9000천 만원 달라고 투쟁하고 있겠냐"며 터무니 없는 비방을 하는 이들에게 따져 물었다. 그는 "끝까지 함께해서 당당하고 확신 있게 직접고용 쟁취하고 (회사에) 들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양대노총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들은 '분리교섭'을 요구하는 한국도로공사 측에 '공동교섭'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날 결의대회 사회자인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공공연대노조 이정범 조직실장은 "(한국도로공사 측에서) 공동교섭하겠다고 이야기 했다"면서 "우리가 교섭공문을 보내니까 교섭 일자를 8월 12일 이후로 조정하자고 했다"고 현재 교섭 상황을 전했다.

이 조직실장은 "내일(8월 1일)은 실무차원에서 교섭을 하자는 연락이 (한국도로공사 측에서) 왔다"며 "도로공사가 아무리 버티려고 해도 우리가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자리를 지키고, 투쟁을 하니까 도로공사도 어쩔 수 없이 교섭에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민주일반연맹 관계자는 "8월 1일 오후 3시 30분에 한국도로공사와 양대노총 공동교섭단 6명이 실무교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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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아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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