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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가 기회.. 한일관계, 개선 아닌 재구축 해야”
31일 오후 참여연대 참여사회연구소·평화군축센터 주최로 한일관계 어디로? 시민사회의 역할을 묻다 토론회가 참여연대 아름드리홀 2층에서 열렸다. 2019.07.31
31일 오후 참여연대 참여사회연구소·평화군축센터 주최로 한일관계 어디로? 시민사회의 역할을 묻다 토론회가 참여연대 아름드리홀 2층에서 열렸다. 2019.07.31ⓒ민중의소리

일본 정부가 지난달 수출 규제 조치를 한데 이어, 오는 2일엔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면서 한일관계는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다. 이에 대해 시민사회단체들이 이번 일본 정부의 행보를 비판하며, 한일관계의 변화를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31일 오후 참여연대 참여사회연구소·평화군축센터 주최로 '한일관계 어디로? 시민사회의 역할을 묻다' 토론회가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 2층에서 열렸다. 토론회에 참석한 이들은 '한일관계는 개선이 아닌 재구축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는 국제정치·경제·사회 등 복합적인 원인이 있지만, 지난해 강제징용 배상 판결이 직접적인 방아쇠를 당겼다고 짚었다.

지난해 10월 30일 대법원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신일철주금(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재상고심에서 피고가 피해자들에게 1억 원씩의 위자료를 지급하여야 한다고 한 원심을 확정했다. 무려 13년 만의 승소로, 1965년 한일협정 이후 단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초유의 상황이었다. 재판부는 1965년에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으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소멸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판결 확정으로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집행권원이 있는 손해배상채권을 확보하게 됐다.

강제징용 피해자가 일본에 찾아갔지만...
"일본 기업은 일본 정부 뒤에 숨었다"

강제징용 소송 담당했던 임재성 변호사는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저희가 저희돈 들여서 합의서 들고 일본 본사까지 찾아가서 협의하자라고 했는데, 협의하지 못했다"면서, "비공개 협의까지 요청했지만 어떠한 연락도 줄 수 없다는 회신만 받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3차례의 일본 방문을 언급하며, "더 이상은 기다릴 수 있는 명분도, 이유도 없어서 압류했다"면서 "한국 피해자들은 판결에 따른 이행을 촉구했는데 일본 기업은 일본 정부 뒤에 숨었다"고 비판했다. 이어"한국 피해자들과 일본 정부가 충돌하는 방식이 상당 기간 진행됐다"면서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원론적인 입장 이외에 한국 정부가 일본정부에 어떠한 의견도 제시하지 않은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특히 임 변호사는 한국 정부의 안으로 제시된 '1+1 제안'에 대해서는 "피해자들과 사전 논의가 전혀 없었다"며 "TV를 보고 알았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기업의 책임 인정이 부재하고, 확정판결 피해자에 대한 구제책만 존재한다는 점을 짚으며 비판적으로 평가했다.

임 변호사는 2012년부터 시작된 2기 아베내각의 강경대응에 한국 정부가 사법부의 판결을 뒤집거나 2015년 위안부 합의 등으로 피해자를 청산하는 방식을 택해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시간을 '잃어버린 6년'이라고 표현했다.

한편, 임 변호사는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대해서 여러 평가와 우려도 존재하지만 '성숙한 의사표현'이라고 말했다. 임 변호사는 "외국의 특정한 정치세력에게 의사를 전달하는 방식이 많지 않다"며 "불매운동은 일반적인 사람들이 의사를 전달하는 수단"이라고 말했다.

"수출 규제 조치는 '저강도 복합전술'...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갈 가능성 있어"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는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를 '아베스러운 조치'라고 말했다. 남 교수는 수출 규제 조치 강도에 대해선 '저강도 복합전술'이라고 평가했다. 남 교수는 "강도가 세지 않은 조치를 취했기 때문에 이를 세게 보이게 하기 위해서 가장 핵심적인 품목 3가지를 들고 나왔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실 포괄적 허가에서 개별적 허가로 넘어가는 90일의 여유가 있어서 어느 정도 (한국 정부가) 대처도 가능하다"며 "90일 지나서 개별적허가 마저도 안 해줄 경우에는 빼도 박도 못하고 WTO(세계무역기구) 위반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남 교수는 "우리가 당황하지 않고 대응을 하면 위기를 극복해서 오히려 이것을 기회로 만들어갈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면서 "너무 당황하고 시간이 없어서 굉장한 무언가를 내놓아야 할 것처럼 얘기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정부에 조언했다.

이어 동북아 국제정세에 대해 "2018년 시점으로 시작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서 일본은 비켜나 있다"며 "안주해 왔던 질서가 변하는 위기가 복습됐다"며 "대법 판결이 직접적인 방아쇠를 당겼다"고 말했다. 이어 "전후체제 붕괴에 일본이 지금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모르겠다는 것"이라며 "역설적으로 보면 일본 정부가 힘이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한반도를 평화와 협력의 무대로 만들어 내는 새로운 질서가 '신한반도체제'라면서, 한반도 정전협정체제를 종식시키려는 한국과 한반도 정전협정체제를 전제로 성립한 동북아시아의 전략적 균형을 유지하려는 일본의 상황을 설명하며 "한반도 정전협정체제를 해석하는 역사적 층위의 불일치가 상호불신을 증폭시켜 오다 2018년 한일관계에 위기를 가져온 것"이라고 말했다.

"화이트리스트 국가 제외...
일본, 기술 우위 지키겠다는 의지"

이지평 LG경제연구소 상근자문위원은 "화이트 국가에서 한국이 제외될 경우 첨단 제품에 관한 한일간 기술교류, 한국에 대한 첨단 분야 투자도 규제 및 심사 대상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이 상근자문위원은 "심사를 관장하게 될 경제산업성은 그동안 한국 기업들이 일본 기업의 기술을 모방해 일본 기업을 추격 및 능가했다고 보는 시각을 갖고 있으며, 기술정보의 보안 정책을 강화해 왔다"며 "앞으로는 일본의 핵심소재나 헬스케어, 로봇, 우주 관련 첨단 산업에서 일본의 기술적인 우위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는 "WTO 일반이사회에 이어 RCEP(역내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 ARE(지역안보포럼) 등에서 계속 외교전을 전개하는 한편 이를 일본과의 양국간 무역관리 제도 협상 등의 계기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면서 "일본이 표면상 무역관리상의 문제를 이유로서 내세우고 있기 때문에 양국 협의로 이것이 해결됐다 하면 일본은 한국 무역보복의 명분을 상실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베는 이전 일본 정부 입장 존중하고 있나"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아베정부가 참담했던 과거사를 반성하고 이를 토대로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로 나가자고 천명했던 1995년 무라야마 총리 담화, 1998년 한일 파트너십 선언, 2010년 간 나오토 총리 담화등을 존중하고 있는가 되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사무처장은 "2018년 강제징용에 대한 대법원의 확정판결은 일본 식민지배에 대한 불법성을 전제한 것으로, 1951년 일본을 국제사회에 재등장시키고, 한국을 배제시켰던 '샌프란시스코 협정'과 이를 기초로 맺은 1965년 한일협정의 모호함을 정면으로 건드렸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줄곧 식민지배에 따른 과거사 문제 해결을 모호하게 봉합시켰던 기존 협정의 전제들을 재검토하고 있는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그러한 협정이 가능했던 구조가 흔들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양아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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