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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난 아냐” 외면하던 ‘오탈’을 직접 마주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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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김철수 기자

변호사시험법 제7조 1항은 법학전문대학원 졸업자(또는 졸업예정자)가 5년 내 5회만 변호사시험을 응시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이러한 응시기회 제한 규정으로 평생 변호사가 될 기회를 박탈 당한 이들은 ‘오탈자(5번 탈락한 사람)’로 불려진다. 변호사시험 합격률 하락으로 오탈자가 대거 양산되고 있는 현실을 심층 조명해본다.

① “난 아냐” 외면하던 ‘오탈’을 직접 마주친다면

로스쿨 제도가 도입되면서 변호사 자격을 얻는 방법이 바뀌었다. 로스쿨에 입학해 석사학위를 취득하면 응시자격이 주어지는 변호사 시험에 통과해야 한다. 무기한, 무제한 응시할 수 있었던 사법고시와 달리 5년 동안 5회의 제한된 응시 기회. 그 안에 변호사가 되지 못하면 ‘평생’ 변호사가 될 수 없다. 이들은 ‘오탈자(5번 탈락한 사람)’로 불려진다.

법학전문대학원 졸업자(또는 졸업예정자)가 5년 내 5회만 변호사시험을 응시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변호사시험법 제7조는 애초 수험생을 보호하려는 목적으로 도입됐다.

사시 시절 시험에 계속해서 도전하느라 인생의 중요한 시기를 낭비하는 이들을 일컫는 ‘사시 낭인’과 같은 ‘변시 낭인’의 발생을 막겠다는 취지다. 즉 로스쿨 공부 3년, 수험생활 5년으로도 변호사가 되는 것에 실패했다면 이제 그만 다른 진로를 선택하라는 것이다.

오탈제 설계 당시에는 변호사 시험이 로스쿨 졸업생이라면 통과해야할 정도 난이도의 자격시험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전제됐기 때문에 이러한 응시금지 제한이 무리하지 않게 여겨졌다. 당시 예상 합격률은 80%였다.

그러나 현재 변호사 시험은 수준미달 여부를 평가하는 자격시험이 아니라, 옛 사시 시절과 같이 경쟁에서 밀리면 불합격하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합격자 수를 제한하려다보니 학생들을 선별하는 상대평가가 된 것이 원인이다. 합격률은 제2회 시험부터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해 현재는 50%대에 머무르고 있다.

“내가 될 줄 몰랐어요” 오탈을 예상한 오탈자는 없다

‘오탈누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탁지혜(37, 여)씨는 “나는 아니겠지, 3년 정도면 변호사될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처음 입학할 때 이상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언젠가 없어질 제도라고 생각했다. 불합리한 제도라는 걸 알아도 그것 때문에 로스쿨 선택을 안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 시험에서 오탈자가 된 김모(45, 남)씨는 “절대 내 일이라고 생각 못한다. 너 그러다 오탈된다, 이런 말을 농담처럼 했다”고 털어놓았다.

이 시험을 선택한 이상, 탈락할 것에 대비해가며 공부하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결국 오탈자들은 아무 대책없이 평생 변호사에 도전할 기회를 잃고 다른 직업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이들 대부분은 장기간 학업과 수험생활로 경제활동을 하지 않아 당장 생계가 어렵다. 더 이상 쓸모없어진 로스쿨 석사학위 빼놓고는 취업난에 남들 다 해놓은 스펙 마련도 하지 못했다.

버스 기사, 택배기사, 공장 단기 아르바이트 등 당장 생계를 위해 전공과 무관한 일을 구하는 이들이 많다. 애초 형편이 나은 경우 법무사, 노무사 등 다른 자격증 시험이나 공무원 시험에 도전한다고 한다.

만일 경제적 여력이 충분하다면 아예 이민을 가기도 한다. 국내 오탈제가 적용되지 않는 미국 등에서 변호사에 도전한다는 것이다.

오탈자들은 평생응시금지 제한을 두는 변호사법 7조를 폐지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가가 개인의 직업선택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것이다.

올해 오탈자가 된 최모(42, 남)씨는 “변시에 응시한 사람들은 자기 인생 계획대로 살아온 사회 모범생들이다. 자신의 인생계획이 있는데, 국가가 갑자기 다른 것하라고 내팽개치는 건 폭력적이다”라고 호소했다.

오탈자 외면하는 수험생들

평생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없는 이들이 매년 누적돼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 됐다.

그러나 실제 변호사시험을 앞둔 학생들은 오탈의 공포를 애써 외면하려는 듯했다. 자신은 해당사항이 없다는 이야기다.

변호사시험 수험생들 모습. 해당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
변호사시험 수험생들 모습. 해당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뉴시스

서울에 위치한 K대법학전문대학원. 학생들은 방학도 없이, 공부에 매진한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당연하다. 이러한 노력을 충분히 하지 않은 사람이 ‘오탈’하는 것이라는 게 K로스쿨 1학년에 재학중인 이모(27, 남)씨의 생각이다.

이씨는 오탈자에 대한 의견을 묻자 “부정적”이라며 “오탈하는 사람치고 제대로 공부한 사람을 못 본 것 같다. 제대로 공부했다면 오탈하기 어렵다는 게 제 생각이다. 다들 주말에도 와서도 하루종일 공부한다. 어떤 오탈자는 시험 준비하며 개인 취미생활도 했다던데 그렇게 했으면서 오탈을 문제삼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해당 로스쿨의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지난해 50%대에 머물렀다. 다들 주말도 없이 하루종일 공부하는데도 그중 절반은 합격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 합격률은 전국 25개 로스쿨의 평균치이기도 하다. 이처럼 절반 이상이 오탈되는 구조임에도 오탈자를 ‘패배자’ 혹은 ‘실패자’처럼 여기는 등 개인의 능력 부족을 원인으로 보는 인식이 널리 공유되고 있었다.

실제 로스쿨생, 변시생 등이 모인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네. 다음 오탈”, “거짓말이면 오탈됨” 등의 농담이 오가고 있었다. 표현이 정제되지 않는 익명 게시판 특성상 ‘나까지 재수 없어질까봐 오탈자와는 연락도 하기 싫다’는 격한 이야기도 서스럼없이 나온다.

오탈은 내 이야기 아니다?

탈락의 경험이 있는 변시생들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평일 오후 신림동 고시촌. 사시 시절에 비할 것이 아니라지만, 많은 청년들이 무거워 보이는 백팩을 매고 걸음을 재촉했다. 로스쿨 졸업 이후 사립학원에서 변시 준비를 하는 이들이다.

“말 걸지 마세요”, “빨리 말하세요” 잠깐의 시간 낭비도 허용할 수 없는 수험생들에게 염치불구하고 ‘오탈’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 “별로 얘기하고 싶지않다”, “특별한 생각이 없다”는 등의 대답이 대다수였다.

변호사시험장 모습.
변호사시험장 모습.ⓒ뉴시스

익명을 요구한 한 30대 초반 여성은 재시생이라고 밝히며 “오탈 문제에 대해 로스쿨 재학생이나 얼마 안 된 수험생들은 자기 문제로 생각하지 않는다. 오탈 제도가 객관적으로 타당하다 타당하지않다에 대한 논의를 하기 싫어한다. 나는 저걸 걱정하는 사람이 돼선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생각해보면 자기가 자기 돈, 시간 들여서 한다는데 왜 굳이 그렇게 제한을 할까 싶다”고 말했다.

또다른 변시생 임모(31,여)씨도 “오탈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는다”며 “가까운 친구들을 만나도 그 얘기를 진짜 안한다. 일부러 피하기보다는 그 생각을 아예 잘 안한다”고 말했다.

합격만 생각하고 공부해도 붙기 어려운 시험의 압박 탓에 여유가 없는 것일까. 어차피 나는 아닐 것이라는 생각에 문제 삼지 않는 것일까. 학생들은 오탈자의 존재를 철저히 외면하고 있었다. 자신도 오탈제 적용 범위에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지 않는다.

매년 시험이 치러질 때마다 수 백명의 오탈자가 나오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오탈자 숫자는 올해까지 총 441명에 달한다. 이 수치에 지난 4월 치러진 제8회 변호사시험에서 오탈자가 되게 된 237명까지 더 하면 전국 오탈자 수는 총 678명이다.

매년 나오는 오탈자 숫자는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로 이대로라면 다음해 총 오탈자는 천명을 넘길 것으로 예측된다.

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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