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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왜 한국군 호르무즈해협 파병을 반대해야 하는가
지난해 파병을 앞두고 청해부대 28진 특수전요원들이 진압훈련을 하고 있다.
지난해 파병을 앞두고 청해부대 28진 특수전요원들이 진압훈련을 하고 있다.ⓒ뉴시스

문재인 정부의 호르무즈해협 파병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 8월 6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한국군을 파병해 달라는 “미국의 구두 요청”이 있었음을 인정하고 파병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국회에서 말했다. 그리고 소말리아 아덴만에 이미 파병된 청해부대를 호르무즈해협으로 보낼 가능성도 인정했다.

미국은 호르무즈해협의 긴장 고조에 대응해 다국적 함대(호르무즈해협 호위 연합체) 구성을 추진해 왔다. 그리고 호르무즈해협으로 군함을 보내어 다국적 함대에 가담하라고 한국에 노골적으로 요구해 왔다. 8월 4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이렇게 말하며 한국과 일본의 파병을 촉구했다. “일본, 한국처럼 이 지역에 이해관계가 있고 상품과 서비스, 에너지를 운반하는 나라들이 그들의 경제적 이익을 지키는 차원에서 참여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이미 지난달부터 한국 정부 관계자들의 입에서 한국 군함의 호르무즈해협 파병 얘기가 나왔다. 그리고 청해부대가 파병될 것이란 얘기도 파다했다.

따라서 전후 사정을 보건대 정부는 이미 청해부대의 호르무즈해협 파병을 결정한 듯하다. 그런 점에서 조만간 청해부대 임무 교대를 위해 한국을 떠나는 강감찬함에 잠수함 등의 수중 공격에 대비한 방어체계가 강화될 수 있다는 소식은 주목할 만하다. 소말리아 해적이 강감찬함을 잠수함으로 공격할 리 없지 않은가?

정부는 “우리 선박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파병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변한다. 그런데 호르무즈해협을 멀쩡히 잘 오가던 선박들이 최근에 위험해진 이유는 무엇인가? 바로 미국의 대이란 강경책 때문이다.

이 지역은 미국 트럼프 정부가 일방적으로 이란 핵협정을 탈퇴하고 대이란 제재를 부활시키면서 긴장이 고조돼 왔다. 이란이 핵협정을 준수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특히 올해 5월 미국이 항공모함 전단을 증파하고 나서부터 유조선 피격과 억류, 무인기 격추 등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긴장이 높아지면서 양측이 충돌할 뻔한 순간도 여러 차례 있었다. 6월 21일 트럼프는 이란 폭격을 승인했다가 실행 직전에 폭격을 취소했다. 전쟁으로 치달을 수도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그리고 7월 10일에는 영국 해군 구축함이 이란 혁명수비대 소속으로 추정되는 무장 함정에 조준 사격을 위협해 교전이 벌어질 뻔했다.

이제 미국은 다국적 함대를 호르무즈해협에 배치해 이란에 대한 군사 위협을 강화하려 한다. 또한 최대한 많은 국가들을 이 함대에 참가하게 해서, 미국의 대이란 강경책에 대한 지지를 과시하고 이란을 외교적으로 더 압박하는 효과를 노린다.

중동은 이미 미국, 러시아 같은 강대국들과 현지 국가들의 경쟁과 갈등이 중첩되면서 매우 불안정한 곳이 됐다. 그리고 중동에서 미국의 동맹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은 경쟁국인 이란을 제압할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그러므로 미국 트럼프 정부의 구상대로 호르무즈해협에 다국적 함대가 배치된다면, 그곳의 위기는 더한층 악화할 것이 분명하다. 우발적 충돌 가능성도 더욱 커질 것이다. 따라서 한국군 파병은 섶을 지고 불로 뛰어드는 격이다.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구글

한반도에 날아올 부메랑

문재인 정부는 국회 동의 절차도 거치지 않고 청해부대를 호르무즈해협으로 보내려 한다. 정의용 실장은 청해부대가 이미 4번이나 다른 해역으로 파병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부는 꼼수를 써서 해외 파병은 국회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법마저도 우회하려 한다.

한국군의 호르무즈해협 파병은 우리에게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 만약 패권을 위한 미국의 일방적 군사 행동이 이란을 상대로 소기의 목적을 이루는 데 성공한다면, 자신만만해진 미국이 한반도에서 더 강경하게 나갈지 모른다. 우리는 2003년 이라크 바그다드를 점령한 미국 부시 2세 정부가 기고만장해하며 북한을 위협해 한반도 상황을 어렵게 만들었던 일을 기억해야 한다.

외관상 호르무즈해협 위기는 우리가 사는 동아시아와 무관하게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석유 수입, 금융, 상품 교역 등 모든 면에서 그곳은 동아시아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중국이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가동하며, 호르무즈해협에서 멀지 않은 파키스탄 과다르항에 진출한 까닭이다.

미국은 중국 같은 경쟁국을 견제하고 자국의 패권적 지위를 지키려 애쓰면서, 인도·태평양 전략이라는 서태평양에서 인도양까지 아우르는 새로운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그 전략에서 일본은 미국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이고, 일본은 그 역할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그리고 미국은 미국·일본의 새로운 전략에 한국을 끌어들이려 한다. 그런 점에서 미국이 호르무즈해협에 일본과 한국 모두를 결집시키려 시도하는 진정한 의미가 드러난다.

중동에서 미국, 중국, 러시아가 뒤엉킨 경쟁과 갈등이 격화한다면, 이 갈등은 결국 동아시아와 한반도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게 분명하다.

문재인 정부는 미국의 패권을 위한 파병 요청에 호응함으로써 평화를 위한 약속을 스스로 공문구로 만들고 있다. 노동 문제에 이어 평화 문제에서도 신뢰할 수 없음을 정부 스스로 입증해 주는 셈이다.

그러나 그 파병의 대가는 문재인 정부가 아니라 이란 민중과 한반도 민중이 짊어지게 될 것이다. 그래서 파병을 용인할 수가 없다. 정부는 청해부대의 호르무즈해협 파병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

김영익(민중공동행동 자주평화통일특위, 노동자연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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