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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위기 : 유조선들의 억류는 왜 일어났나
이란의 반미 시위. 이 시위는 1979년 이란 혁명 40주기에 맞춰 열렸다. 2019.2.11
이란의 반미 시위. 이 시위는 1979년 이란 혁명 40주기에 맞춰 열렸다. 2019.2.11ⓒAP/뉴시스

편집자주/미국이 우리 정부에 ‘호르무즈 호위 연합’ 참가를 강권하면서 더 이상 이란 문제는 ‘강 건너 불’이 아니게 됐다. 미국과 이란은 왜 대립하는가? 그리고 최근 일어난 이 해역에서의 유조선 억류는 어떤 배경을 갖고 있을까? 미국의 독립언론 카운터펀치에 실린 기사를 소개한다. 원문은 Ship of Fools:Britain, America and the Iranian Oil Tanker Incidents에서 확인할 수 있다.

미국은 이란을 수탈했던 영국의 식민 지배를 이어 받아 수십 년 동안 이란을 협박해 왔다.

미국이 이란을 경제적으로 옥죄기 위해 현재 쓰는 핑계는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엔의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미국이 반복해 온 이 거짓말을 뒷받침 할 만한 근거를 찾아내지 못했다.

사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태스크포스는 미국의 ‘진정한 이유’를 설명한 바 있다. 미국과 영국이 툭하면 어기고, 그들의 동맹국이자 비공식적 핵 보유국인 이스라엘이 끝내 가입하지 않은 핵확산금지조약(NPT)의 제4조에서 허용한 이란의 민간용 원자력 프로그램을 반대하는 이유 말이다.

당시 나왔던 태스크포스 보고서에는 이런 부분이 있다.

“미국이 이란의 [민간용] 부셰르 시설을 단호하게 반대하는 동안에는 미국에 우호적인 어떤 아랍 국가도 적극적으로 민간용 원자력을 추구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란이 민간용 원자력 발전소를 보유할 수 있다는 것을 미국이 받아들이자, 미국은 더 이상 우호국들에게 비슷한 능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지 말라는 얘기를 할 수 없게 됐다.

아무리 제한적이더라도 이란의 핵농축을 인정하는데 합의한다면 다른 국가들도 같은 능력을 갖추려 할 수 있고 외교적으로 이들을 설득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반대로) 국제사회가 이란의 행동을 얼마나 심각하게 우려하는지를 보여주면 이를 모방하려는 국가들을 좌절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언론이 미국 외교가의 엘리트가 아닌 미국 국민을 위해 복무한다면, 이 사실 - 그러니까 미국이 화석연료로부터 거리를 두려는 중동 국가들을 막기 위해 이란을 괴롭히고 있다는 사실이 주기적으로 언론의 1면을 장식할 것이다.

그러나 전면전을 원하는 이들이 있다.

원로 기자인 세이모어 허쉬가 세상에 알린 계획이 그것이다. 부시 행정부 시절 딕 체이니 미국 부통령이 미국 군함과 ‘이란 군함으로 위장한 미국 군함’ 간에 가짜 해상 충돌을 일으키려고 했다는 계획 말이다.

허쉬에 따르면 그 계획은 다음과 같다.

“전쟁을 일으킬 만한 방법에 대해 10여 개의 아이디어들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이 갔던 것은 미국에서 이란의 초계 어뢰정과 비슷하게 생긴 어뢰정을 4, 5척 만든다. 그리고 무기를 잔뜩 싣고 이란 해군 표시를 한 후, 미국 배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갈 때 총격전을 시작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최근에 이와 유사한 사건들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란 제재:“훨씬 심한 고통을 겪게 하라”

2012년, 영국은 미국의 대 이란 경제 제재에 가세했다. 반기문 당시 유엔 사무총장은 경제제재가 “일반 국민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물가상승률이 높아졌고 상품과 에너지 가격이 올랐다. 실업률도 높아지고 의약품을 포함한 필수품이 부족하다”고 했다.

그런데도 필립 해먼드 당시 영국 국방부 장관은 이란 국민에게 “우리는 분명히 고통을 더 크게 만들 수 있다”고 엄포했다. (해먼드는 의원으로서 영국의 노딜 브렉시트를 막기 위해 애쓰고 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식료품과 의약품 부족을 걱정해서다. ‘이란 국민은 고통을 받아도 좋지만 우리는 안 되지.’ 이것이 그의 속내일 테다.)

서방의 “자유” 언론이 칭찬했던 소위 “핵협정”은 이란에게는 사실상 재앙이었다.

2015년, 이란과 (영국을 포함한) 유럽연합은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에 서명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도, 그러니까 미국도 JCPOA를 UNSCR 2231로 채택했다.

이 협정에서 이란은 민간용 원자력 프로그램을 제한하고 더 세세한 IAEA 사찰을 허용하기로 합의했다. (앞서 언급했듯 IAEA는 그 전이나 그 후에도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려 한다는 증거를 찾아내고 있지 못하다).

이 “합의문”에는 “JCPOA가 무역과 기술, 금융 및 에너지 부분을 포함해 이란의 핵 프로그램과 관련된 다국적 제재와 일국적 제재 및 모든 유엔 안보리 제재를 해제할 것”이라 명시돼 있다.

그러나 미국은 JCPOA의 정신을 즉각 위반했다. 미국 의회조사국은 오바마가 “관련 제재”를 해제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제재가 남아 있고, 결국 JCPOA의 문구는 아니더라도 JCPOA의 정신을 위반하고 있다고 했다. 결국 “이란과의 일반적인 무역이 여전히 금지돼 있었고 역내 정부들과 무장세력에 대한 이란의 지원, 이란의 인권 탄압, 미사일과 고급 재래식 무기의 구입 및 이란 혁명수비대는 여전히 제재 대상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2018년 5월, 트럼프 미 대통령은 미국의 “JCPOA 참여”를 “중단”하는 대통령 명령에 서명했다.

일본 국적의 코쿠카 커레이져스 호에 접근해 미처 폭발하지 않은 부착식 기뢰를 제거하고 있는 특수요원들. 미 국방부는 이 사진을 공개하면서 이들이 이란의 혁명수비대 소속 요원들이며 이는 이란이 이번 유조선 공격에 책임이 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다만 일본과 영국을 제외한 유럽국가들은 이런 설명이 충분치 않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2019.6.17
일본 국적의 코쿠카 커레이져스 호에 접근해 미처 폭발하지 않은 부착식 기뢰를 제거하고 있는 특수요원들. 미 국방부는 이 사진을 공개하면서 이들이 이란의 혁명수비대 소속 요원들이며 이는 이란이 이번 유조선 공격에 책임이 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다만 일본과 영국을 제외한 유럽국가들은 이런 설명이 충분치 않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2019.6.17ⓒ미 해군/AP/뉴시스

해상에서 수상한 일들이 벌어지다

지난 5월, 퇴역한 관세청 특별 수사요원인 칼 골로빈은 미국 합참의장인 던퍼드 장군에게 “이란과의 전쟁을 촉발할 조작된(false flag) 테러리스트 공격이 일어날 가능성”에 관해 물었다.

던퍼드 장군은 이례적으로 이에 대해 답변했다.

“이 질문에 직접 대답하지는 않겠다.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것 하나만 말하겠다. 나는 전쟁을 치를 때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 매우 잘 알고 있고 이와 관련된 군사적 조언을 줘야 하는 임무를 굉장히 심각하게 생각한다.

미국이 군사적 행동을 하는 것을 원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물론이다. 공개적인 장에서 그런 생각이 떠돌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의견이 [내가 할] 군사적 조언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다.”

영국 하원 도서관 자료실(House of Commons Library)은 이란이 대리 세력(proxy)을 내세워 걸프만에서의 활동을 늘리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에 따라 미국이 걸프만에 항공모함을 보냈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거기에는 이런 말이 덧붙여져 있다.

“이슬람국가(IS)와 싸우고 있는 이라크 주둔 연합군의 부사령관인 영국군 소장은 지난 5월 14일에 이와는 다른 말을 했다. 그는 ‘이라크와 시리아에는 상당수의 민병대가 있는데 현재로서는 이들 중 어떤 단체도 특별히 위협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지난 5월 12일에는 미국이 네 척의 유조선을 사보타주한 배후로 이란을 지목했다. 그 중 두 척은 (이란의 적국인) 사우디아라비아 유조선이었고 한 척은 (중립국인) 노르웨이, 나머지 한 척은 (서방의 동맹국인) 아랍에미리트 유조선이었다.

이란의 소행이었다는 (미국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아랍에미리트가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한 예비 보고서에는 이란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지난 6월에는 미국이 흐릿한 동영상을 제시하며 두 척의 유조선, 프론트 알타이르호와 코쿠카 코레이져스호를 공격한 배후로 이란을 지목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라는 요구를 받자 영국의 중동 담당 장관은 “우리는 가능한 한 최대로 확신한다(We are as sure as we can be)”고 밖에 대답하지 못했다.

영국령 지브롤터에서 나포된 이란 유조선 그레이스 1호. 2019.7.4
영국령 지브롤터에서 나포된 이란 유조선 그레이스 1호. 2019.7.4ⓒAP/뉴시스

그리고 지난 7월 4일, 시리아에 “불법”으로 원유를 수송 중이라는 명분으로 영국 해병대 30명이 영국령 지브롤터 해상에서 이란의 유조선 그레이스1호를 억류했다.

이란은 이것이 국제법 위반이라고 주장한다. 유럽연합의 대 시리아 제재는 유럽연합의 바깥에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논리였다. 사실 그렇다.

영국은 이란이 법을 어기기 위해 지브롤터 해상을 이용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미국이나 유럽연합, 혹은 지브롤터가 이란이 어디에 원유를 팔아야 하는지를 지정할 법적, 도덕적 권리가 있는가?

영국 해병대는 민간인인 선원들을 무릎 꿇게 하고 이들에게 총을 겨눴다고 한다. 그레이스1호의 선장은 “그들은 내가 선장이라는 것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우리가 어긴] 규제도 없었고 우리에게는 28명의 무장하지 않은 선원만 있었다. 나는 완전히 충격 상태에 빠졌다. 모두가 충격을 받았다. 군대를 이끌고 이렇게 폭력적으로 배를 탈취할 수 있는 것인가? 대체 왜?”라며 분개했다.

영국 국방부는 그날의 폭력성을 “관리 운용 규정”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상법 전문 로펌인 테이덤 앤드 코는 이렇게 논평했다.

“이번 억류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그것이 7월 3일, 그러니까 억류가 이뤄지기 하루 전에 지브롤터에서 발효된 ‘제재 법안(Sanctions Regulations 2019)’에 기반해 이뤄졌다는 점이다.

이 규제는 지브롤터 총독에게 어떤 선박이 유럽연합 규정 위반에 연루되었거나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의심할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경우, 그 선박을 ‘특정 선박’으로 지정할 권한을 준다. 그리고 그레이스1호는 2019년 7월 3일에 ‘특정 선박’으로 선정됐다.”

한편 옵저버 지의 사이먼 티스달은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국가안보 팀이 지브롤터 사건을 만들어내는데 직접적으로 개입했다”는 “증거”를 인용하면서, “트럼프의 세계적인 통상금지령에 따라 이란의 원유 수출을 막는 임무를 맡은 미국의 정찰용 위성들이 이른바 시리아로 향하는 그레이스1호를 추적하기 시작하자 볼턴이 기회를 발견한 것”이라고 했다.

10여 년 전의 딕 체이니의 계략만 기억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볼튼이 ‘항복은 옵션이 아니다(Surrender Is Not An Option)’라는 이란 관계 지정학에 관한 책을 썼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스페인은 지브롤터에 대한 영국의 지배권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스페인은 왜 이란의 이 불법적인 행동에 관여하지 않았을까? 아마 미국이 이미 영국 정보 당국에게 정보를 줬을 (그러니까 영국에게 선박을 나포하라고 지시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사건 이후 이란은 영국에 등록된 스웨덴 소유의 스테나 임페로호와 영국이 운영하는 메스다르호 두 척을 억류했다.

이란혁명수비대(IRGC)의 고속정이 영국에 등록된 유조선 스테나 임페로 호의 주위를 순찰하고 있다. 이란은 이 유조선을 억류했고, 지브롤터에서 영국 해군에 나포된 자국 유조선과의 교환을 요구했다. 2019.7.21
이란혁명수비대(IRGC)의 고속정이 영국에 등록된 유조선 스테나 임페로 호의 주위를 순찰하고 있다. 이란은 이 유조선을 억류했고, 지브롤터에서 영국 해군에 나포된 자국 유조선과의 교환을 요구했다. 2019.7.21ⓒAP/뉴시스

결론 - 미국은 지금도 이란을 되찾으려 한다

영국은 100년 넘게 이란을 수탈하고 약탈했다. 앵글로-페르시안 석유회사(현재의 BP)가 사실상 독점적으로 이란의 원유를 훔친 것이 대표적이다.

미국은 1953년 영국과 협조해 모사데크 정권을 무너뜨렸다. 그 후 미국과 영국은 잔인한 국왕을 이란 국민에게 강요했고, 이란이 1979년 혁명을 통해 그들의 족쇄를 벗어던진 것을 단 한 번도 진심으로 받아들인 적이 없다.

미국과 영국, 그리고 이스라엘은 이란의 이웃 국가였던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에게 이란-이라크 전쟁(1980-89)동안 무기를 공급했을 뿐만 아니라, 살인과 사보타주를 포함해 이란 정권을 전복하려는 노력을 꾸준히 해 왔다.

최근 벌어진 이란 유조선 나포 사건은 이런 제국주의 정책의 연장선상에 있다.

정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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