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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남북대화에서 한미합동훈련 못 다룰 이유 없다 

북한 외무성 권정근 미국 담당국장은 11일 담화에서 남측을 심각하게 비난했다. 권 국장이 담화에서 대화 상대방이자 북측의 최고 지도자와 여러 차례 만났던 문재인 대통령과 우리 정부를 과도하게 비난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그의 담화를 단지 남북 사이의 ‘기싸움’쯤으로 낮추어 보는 건 적절한 대응이 아니다. 

권 국장이 내놓은 주장은 비교적 간명하다. 자신들이 최대의 우려를 표시해 온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미국과는 대화하겠지만 남측과는 대화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자신들의 ‘상용무기 현대화’에 대해서도 남측이 지나치게 반응하고 있다면서 청와대의 대응이 “남측 국민들의 눈에는 안보를 제대로 챙기려는 주인으로 비칠지는 몰라도” 자신들에게는 별다른 의미가 없다고 비난했다. 

사실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외형상 주체는 우리와 미국이지만, 그동안 북한과 이 문제를 다루어 온 주체는 미국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싱가포르 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한미군사훈련 중단을 공언했고, 그 이후에도 북한과의 협상 진척 여부에 따라 수위를 조정해왔다. 우리가 미국의 최첨단 무기를 도입하는 문제도 비슷했다. 북한이 보기에 우리가 미국의 방위 체계에 종속되어 있다는 것으로 비쳤을 테다. 

물론 우리 정부가 지금까지 이런 문제에 대해 ‘로키’를 유지해 온 것은 이해할 만하다. 우리가 수십 년간 한미동맹을 안보의 근간으로 삼아왔고, 핵 문제 해결에서 미국의 입장이 다른 무엇보다 중요했던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다소 굴욕적으로 보이면서까지 ‘중재자’와 ‘촉진자’를 자처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이런 태도를 벗어날 때가 되었다. 무엇보다 평화는 북미 간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남북 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북한으로부터 느끼는 안보상의 우려가 있다면, 북한도 자신들이 느끼는 안보상의 우려에서 남측이 차지하는 역할이 있다고 느끼기 마련이다. 만약 북한이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최대의 안보 현안이라고 판단한다면 이 문제에서 우리의 발언권도 분명히 있다고 봐야 한다. 남북 사이에 이런 우려들을 꺼내놓고 이야기하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 

무엇보다 지금은 트럼프 대통령부터 나서서 한미군사훈련에 대해 회의감을 내비치고 있다. 우리가 한미동맹을 고려한다면서 미리부터 스스로의 입을 막을 이유는 없다는 의미다. 나아가 전시작전권 환수를 포함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의 도정에서 우리가 당사자로서 나서야 한다는 건 명확하다. 지난 수십 년간의 한미관계를 고려해 스스로의 역할을 낮추어 볼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협상 국면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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