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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광진 “한국과 일본은 지금 역사전쟁을 벌이고 있다”
김광진 대통령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사무국장이 9일 서울 명동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광진 대통령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사무국장이 9일 서울 명동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정의철 기자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로 본격화된 한일 간 분쟁이 어떻게 귀결될지 예측하기 힘든 상태다. 일본은 끝내 '화이트리스트'(안보상 수출우대국)에서 한국을 배제하면서 확전을 꾀하고 있다. 한국은 장기전까지 내다보면서 대일전선에 진지를 구축하고 있다. 사실상 '경제전쟁'이 시작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명목상 경제조치지만 확실하게 매듭지어지지 않은 과거사가 발단의 중심에 있다는 점에서 한일관계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일본은 전략물자의 수출을 규제하면서 한국을 사실상 '안보우려국' 취급하고 있다. 이 사안이 양국의 문제를 넘어 동북아 정세에 어떤 후폭풍을 가져올지도 가늠하기 어렵다.

"지금 한일 간에 벌어지고 있는 것은 '경제전쟁'보다는 '역사전쟁'에 가깝다. 돈의 문제보다는 식민지배 역사와 단절해야 하는 문제를 보여준다. 그리고 그 열쇠를 쥔 당사자는 일본이다."

일본의 의도와 전망에 대해 복잡하고 다양한 분석이 난무하면서 갈수록 본질을 들여다보기가 어려워질 때, 간결하면서도 명료한 관점을 제시하는 사람이 있다. 김광진 대통령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사무국장은 9일 '민중의소리' 인터뷰에서 한일 간 제대로 종결짓지 못한 과거사가 여전히 규정력을 행사하고 있는 지점을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광진 국장은 대학원에서 일제시대와 '친일' 문제를 전공한 역사학도 출신이다. 민족문제연구소(전남동부지부) 사무국장도 지냈다. 현실의 문제를 역사적 관점에서 진단하고 이를 바로잡는 분야에서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지난 19대 국회의원을 지냈을 때는 일제 간도특설대 출신의 백선엽 씨를 "민족반역자"로 지칭했다는 이유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세력의 타깃이 되기도 했다.

아베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아베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뉴시스

김 국장은 인터뷰에서 "일본이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해 개인청구권을 인정한 우리 대법원의 판결에 대한 불만을 빌미로 다른 형식을 빌려 보복하는 것"이라며 "청산되지 못한 과거사의 연장선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말했다.

특히 현재의 한일관계를 규정하는 한일기본조약 및 청구권협정, 이른바 '1965년 체제'의 근본적인 모순에 대해 지적했다. 그는 "일본은 한일협정 체결 과정에서 한 번도 '개인청구권' 논의에 동의하지 않았다"며 "(개인청구권을 포함해) 한일협정으로 모든 문제가 종결됐다는 일본의 주장은 그래서 모순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한일협정은 병탄조약 등 과거 강압적으로 이뤄진 양국 간 조약 및 협정의 효력에 대한 해석의 모호성을 제공함으로써, 일본이 침략 역사를 '합법적'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식민지배가 유효하고 정상적이었다고 가정해야 일본 입장에서는 사과와 배상을 할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 국장은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이중플레이'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일본은 1963년 일본인 원폭 피해자들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과, 소련에 의해 시베리아에 억류됐던 일본인들이 1981년 제기한 강제징용 배상 청구 소송에서 미·소에 대한 개인청구권을 인정한 적이 있다"며 "한국에 대해서만 억지를 부리고 있는 것은 명확하다"고 밝혔다.

나아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의도는 '평화헌법' 개정을 통해 전쟁이 가능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국내 정치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것에 있다"며 "트럼프의 '아메리카 퍼스트'와 비슷한 일본 중심의 시대를 새롭게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국장은 한국 정부가 대응카드로 폐기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에 대해서는 "이 협정은 평화헌법을 지키라고 주장해야 하는 한국이 스스로 일본의 자위대를 군대로 인정해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회의원 시절 지소미아 체결을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이미 체결된 조약을 폐기하는 데 있어서는 '국가적 신뢰성'의 문제를 들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 국장과 진행한 인터뷰의 내용이다.

"일본 '개인청구권 소멸' 주장은 모순"

김광진 대통령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사무국장이 9일 서울 명동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광진 대통령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사무국장이 9일 서울 명동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정의철 기자

질문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로 촉발된 현재의 한일 간 분쟁 상황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답변 "요즘 '경제침략'이라고 많이들 얘기하는데, 사실은 한일 간 역사논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죠. 일본이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해 개인청구권을 인정한 우리 대법원의 판결에 대한 불만을 빌미로 다른 형식을 빌려 보복하고 있는 거잖아요. 결국 여전히 끝나지 않은 '역사전쟁' 중이고, 청산되지 못한 과거사의 연장선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이 중요하죠.

그게 크게 보면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일제 식민지배의 잔재를 어떻게 청산할 것인가', 다른 하나는 '1965년 한일협정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이 지점에 대해 한일 간 합의가 종결되지 않은 것이죠. 양국 간에는 끊임없이 논쟁이 있을 수밖에 없고, 옳고 그르다는 관점에서 딱 잘라서 판단하기 어려운 지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이 과거 범죄에 대해 정식으로 사과하고 배상하는 것으로 충분히 종결을 지을 수 있습니다. 그걸 하지 않으니까 문제죠."

질문 일본이 경제보복 조치의 후폭풍을 감수하면서까지 과거사 문제는 1965년 한일협정으로 모두 끝났다는 입장을 강하게 고집하고 있지만, 대법원 판결은 한일협정으로 개인청구권이 소멸하지 않았다는 데 방점이 있습니다. 해석의 문제일까요?

답변 "정권은 유한해도 국가는 존속되기 때문에 박정희 정부 때 맺은 그 협정이 우리에게 불리하거나 잘못됐더라도 국가의 입장에서는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입니다. 하지만 따져볼 수는 있죠. 일단 청구권협정문 그대로만 보더라도 '개인청구권이 소멸됐다'는 일본의 주장은 국제법상 잘못된 주장입니다. 한일협정의 '청구권' 부분은 1951년 체결된 샌프란시스코 4조에 따른 국가 간 재산권 처리에 관한 문제를 다루는 것이고, 특히 일본은 7차례에 이르는 협의 과정에서 한 번도 '개인청구권' 논의에 동의하지 않았어요. 실제 일본쪽 속기록을 보면 '개인청구권은 독립돼있는 것이고, 따라서 협정에서는 국가 간 채무관계에 대해서만 논의한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게다가 아베 총리 이전의 일본 정부는 '개인청구권이 소멸됐다'고 주장하지 않았어요. 한일협정으로 모든 문제가 종결됐다는 주장은 그래서 모순되는 거죠.

또 하나 중요한 건 일제강점기에 대해 어떻게 규정할 것이냐의 문제가 있어요. 당시를 정상적인 병탄 절차를 거친 것으로 볼 것이냐, 아니면 불법적인 강제점령으로 볼 것이냐. 한일 기본협정문에는 '1910년 8월 22일 및 그 이전에 대한제국과 대일본제국 간에 체결된 모든 조약 및 협정이 이미 무효임을 확인한다'고 돼있는데, 여기서 '이미 무효' 부분을 어떻게 해석할지에 대해 모호한 표현을 쓴 거죠. 한국은 병탄조약 등이 당시부터 무효라고 해석하고, 일본은 1948년 한국정부 수립과 이후 한일협정을 통해 무효가 됐다고 주장합니다."

'식민지배 불법성' 해석에 모호성 남겨둔 한일협정

지난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아베규탄 4차 촛불문화제’에서 참석자들이 모이자 815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지난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아베규탄 4차 촛불문화제’에서 참석자들이 모이자 815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질문 당시의 해석이 지금까지도 문제의 여지를 제공하고 있는 거군요?

답변 "한일 간 협정문 해석에 이견이 있으면 영문본을 따르게 돼 있는데, 그게 "already null and void"에요. 이미 무효이고 효용가치가 없다는 뜻이지만 모호성이 더해지죠. 한국은 오래전부터 명백히 무효라는 주장을 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같은 입장을 유지하는 게 맞지만, 아베 총리를 비롯한 일본 극우세력은 '당시에는 유효했다'는 해석을 통해 식민지배의 유효성을 주장하고 있어요. 일본 입장에서는 식민지배가 유효하고 정상적인 것이었다고 가정해야 사과와 배상을 할 이유가 없을 테니까요.

결국 일본이 경제보복의 빌미로 삼은 강제징용 판결은 1965년 한일협정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대한 한일 간 관점의 차이가 드러난 부분이기도 해요. 저는 이 문제를 국제법상으로 다퉈도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일본은 1963년 일본인 원폭 피해자들이 자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과, 소련에 의해 시베리아에 억류됐던 일본인들이 1981년 제기한 강제징용 배상 청구 소송에서 각각 미국·소련에 대한 개인 청구권을 인정한 적이 있어요. 다시 말해 자국민에 대한 보상에 관해서는 일본이 다른 국가에 개인청구권을 요구하는 거죠. 그러니까 한국에 대해서만 억지를 부리고 있는 것은 명확한 거에요.

물론 한국도 한일협정을 맺을 때 의도적이든 실수였든 간에, 이걸 맺으려고 계엄령까지 발동해서 국회에서 통과시킨 거에요. 지금의 기준에서 보면 정상적인 외교협상을 거두지 못한 것은 인정해야겠죠."

질문 일본 정부가 지금에 와서 이 문제를 걸고 도발에 나선 배경은 어떻게 봐야 할까요?

답변 "물론 여러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을 겁니다. 일단은 아베 총리가 생각하는 '정치적 이념성'이 주요하게 작동한 것이죠. 소위 '평화헌법' 개정을 통해 군대를 가질 수 있는 보통국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인데, 중요한 건 지금의 평화헌법은 일본 다수의 국민이 동의해서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는 거잖아요. 그것을 바꾸려고 한다면 평화헌법에 기초한 사과와 반성이 필요한 것이고, 군대를 갖추더라도 과거 범죄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줘야 하는 거죠. 그게 없이는 다시 전쟁을 일으키고 싶어하는 야망으로 오인될 수 있지만, 아베 총리는 그것을 정치적으로 의도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물론 일본의 선거 이슈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지만, 경제적 관점으로 보더라도 일본으로서는 한국의 성장에 대한 두려움과 염려도 엿보이는 거죠. 따라서 경쟁대열에서 한국을 배제하고, 트럼프의 '아메리카 퍼스트'와 비슷한 일본 중심의 시대를 새롭게 만들겠다는 측면도 있을 겁니다. 다만 그게 자신의 생각만큼 효용성을 발휘하지는 못하는 것 같네요."

"지소미아는 '자위대=군대' 인정한 꼴, 쉽게 끝날 싸움 아냐"

김광진 대통령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사무국장이 9일 서울 명동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광진 대통령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사무국장이 9일 서울 명동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정의철 기자

질문 한국 정부는 일본과 2급 이하의 군사기밀을 공유하는 '지소미아 폐기' 카드를 검토하는 분위기입니다. 국회의원 시절에 지소미아 체결에 반대했던 입장에서 어떻게 보시나요?

답변 "미국은 한국보다는 일본을 '적화'의 마지노선으로 삼아 샌프란시스코 조약 체제를 완성했고, 그 토대에서 일본과의 군사적 동맹관계를 우선적으로 확장시켜나갔습니다. 그 연장선에서 2014년 한미일군사정보공유 양해각서(MOU), 2016년 지소미아가 체결된 거죠. 저도 국방위에 있을 때 이 협정에 끝까지 반대했는데요, 기본적으로 일본의 자위대를 군대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입장에서 군사협정을 맺는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 아닙니까. 일본에 평화헌법을 지키라고 주장해야 하는 한국이 스스로 자위대를 군대로 사실상 인정해버린 것, 그게 지소미아입니다.

다만 체결되기 전에는 이게 반대할 수밖에 없는 협정이지만, 이미 한일협정과 동일하게 체결된 협정이잖아요. 아무리 박근혜 전 대통령이 식물대통령 상태에서 했더라도 대한민국과 일본이 국가 대 국가로서 맺은 협정인 거죠. 그래서 이걸 중단시키려면 한국이 국가로서 감당해야 할 책임감이 있는 겁니다. 협정을 맺기 전과 후의 입장은 다른 무게감을 갖고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지금 일본과의 협상카드로 우리가 지소미아 폐기를 꺼내고 있는데, 우리가 먼저 이걸 폐기하겠다고 하는 게 과연 우리에게 유리한 전술인가 하는 의문은 듭니다. 일본이 한국에 수출하는 전략물자가 잘못 쓰일 염려가 있으니 수출을 통제한다는 건데, 그렇다면 일본이 지소미아 폐기를 선언해야죠. 전략물자 수출도 못하겠다는 나라와 2급 군사기밀을 어떻게 공유하겠냐고 일본 스스로 선언하는 게 맞죠. 그래서 지소미아 폐기 여부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가 '효용가치'만을 놓고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봅니다."

질문 현재 일본의 조치에 대응해나가는 문재인 정부와, 자발적 불매운동을 벌이면서 국제 여론전에 한 몫 보태는 시민들의 모습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답변 "모든 국민이 인식하는 것처럼, 대한민국은 촛불혁명 이전과 이후로 많이 달라졌습니다. 국민의 정치적 성숙도가 '공동의 지향점'이라는 것으로 발전한 것은 촛불 이후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문재인 정부와 국민들이 함께 잘 대응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이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 국민들이 명확하게 지적하고 양국이 함께 나아갈 길을 보여줘야죠.

이 싸움이 쉽게 끝날 싸움은 아닙니다. 단순히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을 철회한다고 끝나지는 않을 겁니다. 결국 일본이 과거사 문제에 대해 정상적으로 사죄와 반성을 하고 국제법적 배상까지 해야 끝나는 것이지, 100년이든 200년이든 시간이 지나서 식민지의 아픔을 경험한 세대가 사라진다고 없어질 문제는 아닌 거죠. 그래서 이 긴 싸움에 국민들이 함께하고 있는 것이 더욱 의미가 크다고 봐요."

지난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아베규탄 4차 촛불문화제’에서 참석자들이 아베 규탄 손피켓을 들고 있다.
지난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아베규탄 4차 촛불문화제’에서 참석자들이 아베 규탄 손피켓을 들고 있다.ⓒ김철수 기자

신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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