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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에 쓰러지는 건설노동자들 “정부, 서울시처럼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하라”
물을 들이키는 건설현장 노동자
물을 들이키는 건설현장 노동자ⓒ민중의소리

“쓰러지기 싫다. 죽기 싫다.”

연일 30도가 넘는 폭염이 계속되는 가운데, 건설노동자들이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이같은 구호를 외쳤다.

건설노조는 13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0도가 훌쩍 넘는 건설현장에서 적정 휴게시간 및 휴게장소 제공에 대한 법과 정부 가이드라인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고발했다.

지난 6일 한 경기도 수원지역의 한 건설현장의 온도가 40도를 넘고 있다.
지난 6일 한 경기도 수원지역의 한 건설현장의 온도가 40도를 넘고 있다.ⓒ건설노조 제공

폭염 시 40도 훌쩍 넘는 건설현장
실효성 없는 권고, 쓰러지는 노동자들

건설현장은 무더위에 취약하다. 기온이 30도가 넘어 폭염경보가 울린 날이면, 그늘막이 없는 건설현장은 40도가 훌쩍 넘는다. 콘크리트가 굳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과 뙤약볕을 받아 뜨거워진 철근이 발산하는 열로 현장은 그야말로 불지옥이다. 콘크리트 담당, 철근 담당 노동자는 이런 고온 속에서 일해야만 한다.

숨막히는 건설현장의 더위 때문에 노동자들은 어지럼증에 시달린다. 그러다 추락하거나, 넘어져 뾰족하게 세워진 철근에 찔리는 사고를 당할 위험에 노출돼 있다.

이런 이유로 산업안전보건법은 사업주에게 적정 휴식시간 및 그늘진 휴게장소를 제공토록 의무화하고, 이를 지키지 않을 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을 물도록 하고 있다. 또 고용노동부는 지난 1일 “폭염이 심화됨에 따라, 노동자의 건강보호를 위해 폭염 시 무더위 시간대(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옥외작업 작업중지 권고 온도를 35도(현행 38도)로 낮춰 현장 지도토록 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막상 현장에선 이런 법과 권고가 무용지물인 것으로 확인됐다. 건설노조가 지난 9일부터 12일까지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구글독스를 이용해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상당수 건설현장이 관련 법을 지키지 않고 있었다.

‘폭염 특보 발령 시 1시간 일하면 10~15분 이상씩 규칙적으로 쉬고 있나’는 질문에 “쉬고 있다”는답변은 23.1%에 그쳤다. “재량껏 쉬고 있다”고 답한 조합원은 58.7%였으며, “쉬지 않고 봄, 가을처럼 일한다”는 답변도 18.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더운 시간대인 오후 2시~5시 사이 긴급작업을 제외하고 작업을 중단했는지’ 묻는 질문에 “폭염으로 작업이 중단된 적 있다”고 답한 이는 22%에 그쳤다. “폭염이어도 별도 중단 지시 없이 일하고 있다”고 답한 이가 78%였다. 사실상 대부분의 건설현장에서 고용노동부의 권고를 지키지 않고 있는 셈이다.

또 ‘쉴 때 그늘진 곳, 햇볕이 완전 차단된 곳에서 쉬나’라는 질문에 73.5%가 “아무데서나 쉰다”고 답했다. “햇볕이 완전히 차단된 곳에서 쉰다”는 답변은 26.5%에 그쳤다. ‘쉴 때, 모든 사람들이 충분히 쉴 만한 공간이 마련돼 있냐’는 질문에 “마련돼 있다”고 답한 이는 9.9%였으며, “있긴 한데 부족하다”는 답변이 66.9%, “없다”는 답변이 23.1%였다.

기존 법과 고용노동부의 권고가 전혀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건설노조는 “고용노동부가 물, 그늘, 휴식을 보장해야 한다며 TV 광고까지 내보내고 있지만, 현장에선 무용지물”이라고 비판했다.

건설노조는 13일 청와대 앞에서 건설현장 폭염 실태 폭로 및 대책 마련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건설노조는 13일 청와대 앞에서 건설현장 폭염 실태 폭로 및 대책 마련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었다.ⓒ민중의소리

“작업중단 시 임금손실 보전 방안 마련돼야”

모든 행정적 조치가 무용한 것은 아니었다. 건설노조 관계자는 실효성 있는 조치로 서울시 권고를 꼽았다. 고용노동부 권고와는 다르게, 서울시는 휴식시간에 대한 임금손실 보전 방안도 함께 마련했다. 권고사항을 이행하여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휴식을 취했을 때 발생하는 임금 손실에 대한 우려를 제거한 것이다.

건설노조 관계자는 “올해 서울시가 내린 권고를 보면, 폭염경보 발령 시 오후 작업을 중지하게 하면 그만큼의 임금손실을 보전해주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며 “서울시의 보완 대책 덕분에 현장에서 권고가 더 잘 지켜지고 있는지 여부가 아직 확인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그동안 권고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던 이유가 임금 손실이었던 만큼,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서울시의 권고는 서울시가 발주한 공사현장에만 해당하기 때문에 전체 건설현장엔 적용되지 않고 있다”며 “임금손실 보전 등의 방안이 전체 건설현장에도 적용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건설노조 서울건설지부 동남지대 김창식 부지대장은 “서울시가 발주한 건설현장만 그러면 뭐 하나. 민간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생명도 똑같이 소중하다”며 “정부는 작업 중단 시 임금손실을 보전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모든 건설현장에서 해당 권고가 지켜지고 있는지 꼼꼼히 감시하는 등,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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