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대학교 일하던 60대 청소 노동자가 지난 9일 휴게실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고인이 소속된 노동조합은 "고인의 죽음은 열악한 노동환경이 불러온 참사이며, 명백한 인재"라고 주장했다.
14일 노조에 따르면, 서울대에서 일하는 청소 노동자 A(67)씨는 폭염이 기승이던 9일 오전 작업을 마치고, 서울대 공과대학 제2공학관(302동) 내 직원 휴게실에서 휴식을 취하러 들어갔다. 낮 12시 30분쯤 휴게실로 들어온 동료가 숨진 A씨를 발견했다.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연맹 서울일반노동조합(이하, 노조)은 "고인의 죽음은 열악한 노동환경이 불러온 참사이며, 오랫동안 열악한 노동환경을 방치한 서울대가 부른 명백한 인재"라고 주장했다.
고인이 숨진 채 발견된 공간은, 폭염을 피할 에어컨이 설치되지 않은 곳이었다. 고인이 사망한 날엔 폭염경보가 발령됐다. 그간 노조는 폭염을 대비해 에어컨 설치를 계속 호소해왔지만, 해당 휴게실에는 에어컨이 설치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해당 휴게실에는 창문이 없었고, 환풍기가 있으나 환기가 잘 안 돼, 숨쉬기 어려운 열악한 환경이었다. 문 방향에는 학생 강의실이 있어 덥거나 답답해도 문을 열어 놓을 수 없다고 한다.
휴게 공간은 계단 밑과 강의실 사이의 가건물 형태로, 크기는 3.52㎡(1.06평)라고 한다. 노조는 "교도소 독방 기준인 1.9평 보다 작다"며 "둘이 누우면 몸이 닿을 정도로 비좁은 공간을 3명이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A 씨는 심장질환을 앓고 있었고, 경찰은 A 씨의 사인을 병사로 기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열악한 휴게실 환경과 폭염으로 고령의 심장질환을 갖고 있는 노동자가 쉬는 시간조차 편히 쉬지 못하고 정신적 육체적으로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을 것"이라며 "고인의 사망은 이러한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지 않고 방치한 무책임에서 비롯된 인재"라고 강조했다.
이어 "폭염의 경우, 열을 낮추려 심장 박동이 빨라져 심장에 무리가 따르고, 폭염에 의한 열기는 혈관 이완 작용을 일으켜 심장 부담을 증가시킬 수 있다"며 '폭염과 심장질환 돌연사와의 상관성'을 주장했다.
노조는 "현재 고인의 산재 사망 가능성에 대해 조사 중"이라며 "우선 열악한 휴게실을 전수조사하고 대책을 세울 것을 학교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서울대 학생들도 청소 노동자의 죽음에 학교 측의 책임이 있다고 목소리를 냈다.
14일 서울대 학생 모임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이하, 비서공)은 성명을 내고 "학교 측은 사용자로서 그를 비인간적 환경에 방치한 책임을 인정하고 모든 노동자에게 인간다운 근무환경과 처우를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비서공은 "학교 측은 고인이 지병으로 인해 사망했다고 선을 그으려 하고 있으나 비인간적 환경에 고인을 방치한 것은 사용자인 학교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비서공은 "고인의 숨진 날 서울의 낮 기온은 35도였는데, 8068평에 달하는 건물을 매일 쓸고 닦던 노동자에게 내어진 공간은 고작 한 평 남짓 뿐"이었다며 "이 사건은 노동자의 인간적 대우에 관심 없는 학교의 모습을, 폭염에조차 불평등이 스며든 우리 사회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한편, 서울대 측은 오세정 총장이 문상을 다녀왔고, 고인의 장례 절차를 지원했다고 밝혔다.

양아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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