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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민보] 굳이 ‘그 책’을 선택한 문 대통령이 ‘매력적’이지 않은 이유
없음

‘굳이 그 책을?’

문재인 대통령이 휴가기간 청와대 전 직원에게 ‘90년생이 온다’ 책을 선물했다는 기사를 보고 든 생각이었다. 책을 읽을 당시 찝찝함을 지울 수 없었는데, 그 이유는 기자가 ‘90년생’이기 때문이었다. 분명, ‘90년생’에 대해 분석해놓은 책인데, 왜 ‘90년생 기자’는 해당 사항이 이토록 적을까. 책장을 넘기는 매순간 ‘나는 90년생이 맞는가’를 의심하며 읽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고 헛웃음마저 나왔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에 반론을 제기하기도 애매했다. 이 책의 분석이 대체로 들어맞다고 하는 90년생도 있을 것이고, 기자와 같은 이도 있을 것이다. 말문이 턱 막힌 가운데 찝찝함이 이어졌다.

문제는 묘한 소외감이었다. 문 대통령은 ‘90년생이 온다’는 책을 선물한 이유에 대해 ‘20대를 알자’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90년생이 온다’의 분석에 들어맞지 않는 기자와 같은 이들은 어찌해야 하는가. 똑같은 90년생이고 20대인데 누군가는 대통령의 ‘앎’의 시야에서 멀어지는 건 좀 억울하다.

찝찝함과 억울함이 이어질 때 즈음, ‘청년팔이 사회’라는 책의 소개 글 한 대목이 눈에 들어왔다. “다양한 청년들을 ‘청년세대’라는 동일성 범주로 집단화하며 청년 개인들의 복잡다단한 삶의 조건이나 가치 지향을 ‘지운 채’ 청년 당사자들의 견해나 뜻과는 전혀 무관한 진단을 내리고 있다. 이런 집단주의적 상상력은 실제 청년들에게 매우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왜 이런 진단을 내렸는지, 이 책의 저자 김선기 씨를 14일 광화문 인근 카페에서 만났다.

김선기 신촌문화정치연구그룹 연구원이 14일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9.08.14
김선기 신촌문화정치연구그룹 연구원이 14일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9.08.14ⓒ김철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90년생이 온다’를 선물한 이유

우선 김선기 씨는 문 대통령이 ‘90년생이 온다’ 책을 선물한 데 대해 ‘진정성 있게 20대를 궁금해 한다’고 봤다. 다만, 김선기 씨는 ‘90년생이 온다’를 읽음으로써 20대를 알게 될 것이라는 발상에 대해 “편견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선기 씨는 “이런 방식이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를 읽고 내 파트너를 알려고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요”라고 꼬집었다. 그는 “보통 그런 책을 읽으면서 여자는/남자는 어떤 동물인지 이해하려 해요. 예를 들어, ‘남성은 간혹 동굴에 들어간다’고 하는데 모든 남자가 동굴에 들어가나요? 동굴 들어가는 여자도 있지 않나요?”라고 되물었다. 여자/남성을 범주로 나눠 설명한 글을 읽더라도 각 개인에 적용하는데 한계가 있을뿐더러, 그 설명조차 오류를 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이런 류의 책을 읽는 심리에 대해 김선기 씨는 “그런 책을 통해 내 파트너를 이해하는 ‘프레임’을 얻어, 결국 본인이 만족감을 얻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렇듯 ‘프레임=이해 ’의 양상을 띄다보니, 문제도 발생했다. 기성세대의 생각대로 프레임을 구성하고, 그 프레임이 마치 젊은 층에 대한 진실인양 번지는 것이다. 이와 관련한 ‘청년팔이 사회’ 책 일부 내용을 인용해 소개한다.

‘청년팔이 사회’는 프레임 구성에 가장 적극적인 주체인 언론의 보도 형태를 지적했다. ‘청년팔이 사회’의 2장 ‘세대론 홍수:신세대부터 N포세대까지’(97~114p)를 종합하면 진보 언론, 보수 언론가리지 않고 선거 시즌이 되면 청년 투표 관련 기획기사를 쏟아낸 것으로 드러났다. 주로 보수 언론은 청년의 진보적 투표에 대해 ‘미성숙’하거나 ‘무지’에 따른 것이므로 ‘합리적인 태도’를 갖출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고 목소리 높인다. 때론 ‘청년 보수화’란 프레임을 만들기도 한다. 이는 ‘신안보세대’(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의 영향을 받아 젊은 층이 안보의식으로 무장하게 됐다는 평가), G세대(상대적으로 부유한 환경에서 자란 20대) 등과 같은 단어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김선기 신촌문화정치연구그룹 연구원이 14일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9.08.14
김선기 신촌문화정치연구그룹 연구원이 14일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9.08.14ⓒ김철수 기자

진보 언론도 청년세대에 대해 비판의 칼날을 겨눈다. 다만, 논리는 다르다. 진보언론은 청년을 진보 세력으로 전제한 뒤, “투표로 노인-보수에 대응하라”고 주문한다. 정치적 승리를 거두기 위해서 결집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것인데, 청년의 투표가 승리의 기점이 됨을 특별히 강조하는 식이다. 그 과정 속에서 ‘정치에 무관심한 청년’은 마땅히 비판받아야 할 존재가 된다.

심지어 프레임에 맞는 통계를 사용하다, 오보를 낸 언론도 있다. 한 진보 성향의 언론사는 2016년 20대 총선 다음날 ‘2030의 선거반란’이란 기사를 1면에 실었다. 이 기사는 ‘연애, 결혼, 출산 등을 포기한 N포세대가 헬조선을 탈출하기 위해 투표장으로 몰려갔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이 매체는 19대 총선보다 20대 총선에서 청년세대의 투표율이 13%나 증가했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19대 총선의 투표율이 전체 투표율이 아닌 강원도만의 청년 투표율이었고, 심지어 20대 총선의 투표결과는 출구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 기사였음이 밝혀졌다. 김선기 씨는 당시를 떠올리며 “해당 언론사에서 정정보도도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당시 팩트 체크도 제대로 하지 않을 만큼 미리 깔려 있던 프레임이 존재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보까지 낸 이들의 속내는 무엇일까. 김선기 씨는 “청년을 팔아 정치적 이익을 도모한다고 생각해요”라고 지적했다. 개별 청년들이 어떤 가치를 지향하는지, 어떤 사건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등의 맥락은 ‘지움 당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김선기 씨의 설명을 듣던 기자는 문득 궁금해졌다. 그렇다면 문 대통령이 20대를 알기 위해서 ‘90년생이 온다’ 선물 외에 어떤 행동을 취해야 했을까.

“젊은 사람들이 궁금하면 책을 선물할 게 아니라, 젊은 사람들하고 계속 이야기를 하세요. 만약 상대가 입을 열지 않는다면, 왜 당신에게 입을 열지 않는지 되돌아보세요” 그는 현재 정부 비서실에서 ‘청년소통정책관’을 신설해 전국을 돌아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이런 노력이 더 매력적인 태도라고 강조했다.

김선기 신촌문화정치연구그룹 연구원이 14일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9.08.14
김선기 신촌문화정치연구그룹 연구원이 14일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9.08.14ⓒ김철수 기자

‘청년’이 도대체 뭐야? 다양한 청년 속 애매한 ‘청년’이란 단어

그렇다면 이러한 프레임으로 인해 청년은 실제로 어떤 상황에 직면했을까. 이에 대해 김선기 씨는 ‘정치적 이익에 따른 일시적 이용’을 언급했다. 이와 관련, 김선기 씨는 고함20, 청년오픈플랫폼Y,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등 청년단체에서 활동하며 보고 느낀 바를 찬찬히 소개했다.

정치적 이익에 따른 일시적 이용이 가장 극명히 나타나는 것은 바로 ‘청년 정치인’이었다. 청년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드높던 2012년, 각 정당은 ‘청년 정치인’을 비례대표 당선시켜 정치에 입문시켰다. 청년 당사자가 청년을 대변해 문제를 해결하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곧 비판여론에 직면했다. ‘청년 정치인이 왜 청년을 대변하지 않냐’는 비판이었다. 이 비판 속에는 중요한 함의를 담고 있다. 계급적으로 가난한 청년이 있었고 부유한 청년이 있었다. 이를 한데 묶어 ‘같은 청년 문제’를 경험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웠다. 또 남성 청년과 여성 청년이 처한 사회적 현실도 달랐다. 이렇듯 ‘다양한 청년’을 단 한 명의 청년 정치인이 모두 대변하기 어려웠다.

게다가 다수의 기성 정치인 속에서 극소수의 청년 정치인이 낼 수 있는 목소리도 한계가 있었다. 당시의 상황에 대해 김선기 씨는 “청년 정치인들이 얻을 수 있는 것은 비례대표 단 1석 만큼이었습니다”라고 표현했다. 정치적 기반이 없는 청년 정치인이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음을 지적한 것이었다.

이쯤 되자, 보다 근본적인 질문도 제기됐다. ‘도대체 청년은 누구냐’는 질문이었다. 다양한 청년이 있음에도 이들을 하나로 묶는 ‘청년’이라는 개념이 필요하냐는 질문이었다. 청년의 개념이 모호하다보니, 사회에서도 청년이란 단어는 홀로 사용되지 않았다. 추가로 설명을 덧붙여 단어를 아예 만들어 사용한다. 예를 들어 청년‘지원활동’은 청년을 지원하는 활동이니, 구직자 청년을 의미하는 식이다.

이에 대해 김선기 씨는 “저도 처음에는 청년이라는 단어를 아예 사용하지 말자고 했다”라면서도 “이 책을 쓰고 난 이후 생각이 변했습니다”라고 답했다.

그 이유에 대해 김선기 씨는 “이미 싸움판은 벌어졌는데 단순히 ‘쓰지 말라’며 그대로 두면 세상은 변하지 않습니다”라며 “이미 벌어진 싸움판에 끼어 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라고 밝혔다.

곧 싸움판이 다가온다. 내년 4월이면 다시금 청년 호명이 가장 활발해지는 총선 시즌이다. 또다시 청년팔이에 몰두할지 모를 정치권, 언론계를 향해 김선기 씨는 “내년에는 청년 기사를 많이 안 봤으면 좋겠습니다”라고 경고했다. 굉장히 억눌러 말했다는 김선기 씨의 입이 삐죽 나왔다. 2020년 4월 총선이 눈에 그려지기라도 한 듯, 김선기 씨의 눈엔 답답함을 담겼다.

장윤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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