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보기
댓글보기
[엄미야의 사람과 현장] 냄새를 찾아서

아침부터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 작업을 시작하려고 검사실 문을 열었는데, “으악!” 본드 냄새(로 추정되는) 냄새에 화장실 냄새도 섞여 풍겨온다. 도저히 일을 할 수가 없어서 사무실로 달려가 관리자를 붙들고 올라왔다. 그도 “어? 이게 무슨 냄새지?” 한다.

일단 환기를 시켜보라고 해서 시키는대로 해본다. 공기청정기를 설치해주겠다고 말하고 그는 다시 돌아간다. 조장 언니가 지나가면서 무심하게 “이거 화장실 냄새야. 예전부터 났어”라고 말해준다. 머리가 아파서 일을 못할 것 같다고 하니 머리 아프면 약을 먹어보라며 ‘친절하게도’ 약통 위치를 알려준다.

작업장에서 냄새가 심해 머리가 아프다고 하니 약을 먹으라고 한다.
작업장에서 냄새가 심해 머리가 아프다고 하니 약을 먹으라고 한다.ⓒ필자 제공

점심시간이 지나자 관리자에게 전화가 왔다. “지금은 냄새가 좀 어때요?” 냄새는 좀 덜한데 머리가 아프다고 말하니 문을 열어놓고 환기를 시키라고만 한다. 답답한 말이다. 문 열어놓고 일할 거면 방진복은 왜 입히니? 공기청정기 얘기를 꺼내니, 아침과 말이 다르다. “어려울 것 같아요. 회사 돈 쓰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예요” 란다. 안다, 알아. 제품에 문제가 생기는 것도 아닌데 무슨 공기청정기냐고, 위에서 짤렸겠지.

같이 일하는 동생이 계속 두통을 호소한다. 나는 눈이 시리다. 급한대로 약통에서 타이레놀 두 알을 꺼내 먹었다. 사실 약 먹어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사실 공기청정기 설치가 문제가 아니라 냄새의 원인을 찾아야 하는데, 사용하는 약품 정보에 접근할 길이 없다. 상무가 입사 첫날 교육하면서 MSDS(물질안전보건자료) 책자를 현장에 비치해 뒀다고 말했던 것 같은데, 본 기억이 없다. 조립 라인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몇 년 동안 (냄새를) 맡고 산 사람들도 있는데, 그게 뭐 대수인지’하는 반응들이다. 혼자 예민한 사람이 된 것 같아 뻘쭘해지기만 했다.

도대체 네 정체가 뭐냐?

사흘째 냄새의 원인을 찾을 길이 없다. 그래도 담당 관리자 두 명은 우리가 신경쓰이는지, 답도 없는 안부를 묻는다. “지금은 좀 어때요? 환기를 자주 시키세요” 라고.

하긴 예전에 노조가 있는 사업장에 다닐 때도 눈이 아프다니까 레모나 주고 땡이었다. 10~20년 전에는 노동조합을 하면서도 임금 올리는 것만 관심이 있었지, 노동 안전에 참 무지했다.

공단에 걸린 민주노총의 노동안전 현수막, 노동자들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세심함이 아쉽다.
공단에 걸린 민주노총의 노동안전 현수막, 노동자들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세심함이 아쉽다.ⓒ필자 제공

퇴근하는 길에 민주노총에서 공단에 걸어놓은 현수막이 눈에 띈다. “노동안전, 노동자 모두의 권리입니다”. 나는 혼자 속으로 응답해본다. ‘그래서 어떻게 하라고요?’ 현수막 하나를 걸더라도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세심함이 아쉽다. ‘차라리 사업주들에게 산안법을 지키라든지, 그렇지 않으면 과태료를 문다든지 하는 문구가 낫겠다’는 생각을 하며 현수막을 지나친다.

그나저나 원인을 안 찾아주면 나라도 찾아야겠는데. 평소에 노동안전에 대해 공부 좀 해놓을걸. 후회막심이다.

엄미야 금속노조 조합원

기자를 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작은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님의 후원금은 모두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이시각 주요기사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카카오스토리2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