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보기
댓글보기
[단독]부천 코나EV 화재, 소방당국 ‘합동감식’ 거부한 현대차
지난 9일 부천 상동 한 주택가에 세워진 코나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지난 9일 부천 상동 한 주택가에 세워진 코나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부천소방서

경기도 부천시에서 발생한 전기차 코나 화재 사건 ‘합동감식’을 현대자동차가 거부한 것으로 파악됐다. 소방당국은 화재 차량 감식을 두 차례 시도했으나 현대차가 협조하지 않아 무산됐다. 결국, 원인 규명은 제작사인 현대차 손에 넘어간 꼴이 됐다.

28일 경찰‧소방당국과 현대자동차 설명을 종합하면, 부천소방서는 최근 화재가 발생한 코나 전기차에 대한 합동감식을 요청했으나 현대차가 거부했다. 소방관계자는 <민중의소리> 기자와 만나 “현대차가 합동감식 제안을 거부한 이유에 대해 설명이 없었다”며 “차량을 조사하기 위해 서비스센터에 두 차례 방문했지만, 협조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주차된 전기차 연기->화재->전소
특별사법경찰 “외부요인 화재 가능성 없어”
차량 자체 결함 추정...“해체도 못해”

경기도 부천시 주택가에 주차된 현대자동차 전기차 소형SUV 모델 ‘코나’에 불이 났다는 신고가 접수된 건 지난 9일, 밤 10시 18분경이었다. 6분 뒤, 30여명의 소방대원이 현장에 도착했다. 차량 뒷좌석 아랫부분에서 화염과 함께 시커먼 연기가 피어올랐다. 아직 차량 전체로 불이 번지지는 않았다. 소방대원들은 즉시 진화를 시작했다. 초기 화염은 금세 잡았지만, 뒷좌석 아래에 있던 배터리에서 끊임없이 고열이 발생했다. 대원들은 소방 호스를 통해 배터리에 소화액을 주입했고, 결국 2시간이 지나서야 화재진압을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CCTV 확인 결과 방화 가능성은 없었다. 차량 뒷부분에서 연기가 나기 시작한 지 5분여만에 불길이 솟았다”며 “불이 뒷좌석 아래쪽 배터리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는 충전된 전기 에너지가 모두 방출될 때까지 운동을 멈추지 않는데, 이 때문에 진화에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배터리 불안정은 이후에도 계속돼, 진압이 완료된 뒤에도 4시간이 지나서야 차량이 현대차 인천서비스센터로 옮겨질 수 있었다.

화재 발생 이틀 뒤인 지난 12일, 부천소방서 특별사법경찰관 A조사관 등 3명이 정확한 화재 원인 규명을 위해 차량이 있는 서비스센터를 찾았다. 화재 원인이 배터리인지, 배터리를 통제하는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인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조사를 위해서는 차량 하부에 복잡하게 장착된 배터리팩을 해체해야 했다.

소방당국은 현대차측에 합동감식과 해체 협조를 요청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같이는 안 합니다”라는 황당한 답변을 내놨다. 현장에 있던 A조사관은 “현대차가 이유도 설명하지 않고 합동감식을 거부했다”고 말했다. 해체 장비도 변변치 않았던 소방당국 관계자는 방수커버에 덮여 있는 화재 차량을 보지도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4일 뒤, 소방당국은 현대차로부터 연락을 받고 다시 서비스센터를 찾았다. 당연히 해체 준비가 되어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차량은 처음 이동한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조사관 일행이 ‘차량을 리프트로 올려달라’고 요청했지만 현대차 관계자는 이마저도 거부했다. 결국 조사는 이동용 간이 기중기를 이용해 차량 뒤쪽 하부만 육안으로 살펴보는 데 그쳤다.

A조사관은 “법적으로 합동감식을 강제할 수는 없다. 최대한 구체적으로 조사 하려고 했지만 현대차가 그렇게 나오니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현대차측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우리가 먼저 조사하는 게 예의가 아니라 해체든 뭐든 먼저 조사하라고 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 감식 시도까지 실패하자 A조사관은 “차량 해체를 마치면, 참관하겠다. 연락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현대차는 마지막 요청까지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 화재가 발생한 차량 주인 B씨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19일 차주만 따로 불러 차량 외관을 확인 시켰다. 그리고 3일 뒤인 지난 22일 “조사 방향이 어느정도 결정됐다. 보상을 해주겠다”고 통보했다.

12일과 16일, 소방당국과 합동감식은 거부하고 그 이후 현대차 단독으로 차량 해체와 화재 원인 파악을 끝낸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A조사관은 “현대차가 ‘해체 과정을 사진으로 찍어 보내주겠다’고 약속했으나 사고 발생 17일이 지난 지금까지 사진을 제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 9일 부천 상동 한 주택가에 세워진 코나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지난 9일 부천 상동 한 주택가에 세워진 코나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부천소방서

지난해 기준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 5만5천여대
전문가들 “전기차 화재 원인 규명 시급
현대차, 의혹만 키우는 꼴”

전기차 코나에서 화재가 발생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7월과 8월 두 달간, 3대의 전기차 코나가 불탔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전기차 발화 원인에 대한 진상규명이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국토교통부 자료를 보면 2010년 60여대에 불과했던 전기차 등록대수는 지난해 5만5천대를 기록하며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전기차 화재도 증가 추세다. 대부분 배터리와 배터리관리시스템에서 발생한 화재로 추정된다.

코나 전기차 배터리팩은 같은 모양의 셀 294개로 구성되고 이 셀은 일종의 전선 역할을 하는 버스바(구리로 된 판)로 이어져 있다. 배터리관리시스템도 이 버스바로 연결된다. 처음 불이 시작된 지점을 정확히 파악하려면 셀과 버스바가 불에 타 녹은 흔적과 그 흔적들의 패턴을 확인해야 한다. 패턴을 통해 문제의 부품을 추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차의 합동조사 거부로 객관적인 검증은 불가능해졌다. 결국 부천 코나 전기차 화재 원인 규명은 현대차 손에 달렸다. 책임져야 할 당사자가 스스로 원인을 밝히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그렇지 않아도 소비자 보호측면에서 취약한 현대차가 합동감식을 거부한 것은 의혹만 확대하는 꼴”이라며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전문가와 화재 원인을 정확히 분석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9일 부천 상동 한 주택가에 세워진 코나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지난 9일 부천 상동 한 주택가에 세워진 코나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했다.ⓒ코나 전기차 화재 차량 차주

조한무 기자

기자를 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작은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님의 후원금은 모두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이시각 주요기사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카카오스토리2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