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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IT사업가 국보법 재판 증인들 “이상한 경찰서에서 유도신문 받아”
김호씨는 남북 경제 관계에서 미국 달러에 의존하지 않도록 가상화폐 형식의 특수목적 화폐를 마련하는 사업을 구상해 진행하고 있다. 산업은행에서 최근 사업설명회를 가졌다.
김호씨는 남북 경제 관계에서 미국 달러에 의존하지 않도록 가상화폐 형식의 특수목적 화폐를 마련하는 사업을 구상해 진행하고 있다. 산업은행에서 최근 사업설명회를 가졌다.ⓒ김호 제공

중국법인을 통해 대북사업을 벌이다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기소된 IT 사업가 김호씨 재판에서 증인들이 경찰 참고인 조사 당시 심리적으로 위축된 상황에서 유도신문을 받았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 (김미리 부장판사) 심리로 27일 열린 김씨의 국보법 위반 등 혐의 공판에는 김씨와 협업했던 IT업체 관계자들이 증인으로 출석해 경찰서 출석 당시 상황에 대해 증언했다.

김씨 업체의 얼굴인식기술 소프트웨어를 구입했던 A업체 상무이사 조모씨는 지난해 8월 경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조씨는 당시에 대해 “(경찰서가) 뭐 이상한 데였다”며 “통상적인 경찰서가 아니였다. 생소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자필 진술서에 대해 자의로 쓴 것이 아니라 경찰이 요구해서 썼다고 밝히면서 “경찰관이 문의하고 답변하는 형태였는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진술서라기보다 유도를 많이 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조씨는 “김호 대표가 북한 문제(북한 개발자를 통해 프로그램을 제작해 들여온 일)에 있어서 의도가 있지 않았느냐고 질문했다. 제가 의도가 없었다고 하니까, (경찰관이) ‘그러면 만일에…’ 라면서 가정을 많이 하더라. 만약 북한 개발자인지 알았으면 거래했겠느냐고 물어보면 저는 당연히 아니라고 답했다. 그런 유도성 질의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조씨가 경찰 참고인 조사를 받은 곳은 서울지방청 신정동 보안수사대 보안분실이다. 경찰 보안분실은 국보법 위반 사건 등을 수사하는 경찰 보안수사대가 사용하는 별도 사무실로 과거에는 대공분실이라고 불렸다. 경찰서라고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일반적인 모습과 거리가 있다. 철제 대문과 높은 담벼락, 담장 위의 철조망 등으로 격리돼있으며 경찰서라고 알리는 표식도 전혀 없다.

남영동 대공분실 건물 안에 있는 나선형 계단의 모습
남영동 대공분실 건물 안에 있는 나선형 계단의 모습ⓒ민중의소리

김씨 업체와 기술 교류 등 협력 관계에 있던 B업체 지모 대표 역시 지난해 8월 무렵 같은 곳에서 경찰 조사를 받았다.

지씨는 이날 재판에서 경찰 조사와 관련해 “김호를 아느냐, 국보법으로 조사할 것이 있다며 출석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그 말을 듣고 국보법이 아직도 있나. 사문화되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고, 한편 안면이 있는 지인이다 보니 두려움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어 “철문 안에 있는 보지 못했던 경찰서 건물로 갔다. 영화에 나오는 대공분실 분위기같았다. 상당히 위축됐다”며 “굉장히 오래된 건물이었다. 사람이 다니는 경찰서가 아니었고 철문으로 열고 안에 머리 짧은 사람이 지키는 곳. 경찰서라기보다 영화에서 본 국정원같은 분위기였다”고 설명했다.

지씨는 “당시 신문지상으로 이미 김호 혐의를 알고 갔다. 경찰이 질문을 하더니 마지막에 악성코드가 나왔다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저는 ‘그럴 리가 없을 텐데요’라고 말했다. 제가 아는 김호는 돈을 버는 사업가였다. 돈을 못 벌어 맨날 쩔쩔 매고 저에게 가끔 돈을 빌려달라고 하기도 했다. 그런 성향이 아니었기 때문에 악성코드 얘기에 그럴 리가 없다고 했더니, 경찰이 고대에 의뢰를 했더니 나왔다고 해서 또 ‘그럴 리가 없을 텐데요’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김씨 측 변호인이 “증인도 피의자가 될 수 있다, 형사재판을 받을 수 있다는 취지의 말을 들었느냐”고 묻자 “진술서를 받으며 그런 이야기를 했다. 똑바로 이야기하시라, 본인도 큰일날 수 있다. 이렇게 분위기를 깔고 갔다”고 답했다.

IT업계 전문가인 증인들, 검찰 '사이버테러' 주장에 “말도 안 돼”

검찰은 김씨가 중국을 통해 북한 IT기술자들이 만든 안면인식 프로그램을 국내로 들여와 국내 업체들에 판매하는 경제협력 사업을 한 혐의(국보법 위반)로 지난해 8월 구속기소했다.

김씨가 북한 개발자들을 통해 만들어 판매한 프로그램에 악성코드가 심어져 있어 국내에 사이버테러 위협을 가했다는 것이 검찰 측 주장이다.

그러나 각자 IT업계에 오래 종사한 이들인 증인들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조씨가 상무이사로 있는 A업체는 건설IT 분야에서 정보시스템 납품, 개발 등 사업을 하는 업체다. 조씨에 따르면 A업체는 2014년 무렵 얼굴인식기술 프로그램이 필요해 업체를 찾는 과정에서 김씨의 업체 한비이노베이션을 알게 됐다.

조씨는 얼굴인식기술 프로그램을 건설현장에서 건설 노동자들을 상대로 하는 출입관제시스템에 활용하기 위해 김씨 측과 계약을 맺었다.

당시 A업체는 김씨 회사의 얼굴인식기술 프로그램의 성능이 우수하다고 판단해, 건설분야에 대한 판매권을 갖는 계약도 추가로 체결했다고 한다.

검찰은 A업체가 김씨 업체의 얼굴인식기술 프로그램을 사용한 건설현장이 평택 미군기지였다는 점을 지적했다. 주요 군사정보가 외부로 유출될 위험이 있었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조씨는 “말도 안 되는 소리.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이 프로그램은 인터넷이 안 되는 서버에 단독으로 돼있고 거기서 저희 시스템이 원하는 정보만 주게 돼있다. 그 정보자체가 그냥 노무자 1, 2가 출입했다, 안했다. 그 정도 정보밖에 없다. 그런데 김씨 회사 쪽에서는 노무자 정보도 모르고, 실제로 뭘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악성코드 검출이 됐느냐”, “미군기지에서 보안상 문제로 항의를 한 적이 있느냐”는 등의 김씨 측 변호인의 질문에 “전혀 없다”고 답했다.

‘북한’이라 문제라는 검찰에 “베트남, 터키, 인도와 뭐가 다르냐”는 증인

또 다른 증인 지씨도 악성코드 위험과 관련한 검찰 주장이 사실과 동떨어졌다는 취지의 증언을 내놓았다.

개발자 출신인 지씨는 IT업계 경력이 화려한 인물로 2004년부터 본인의 업체를 운영해왔다. 그는 2008년 학교 후배의 소개로 대학 동문인 김씨를 소개받고, 최근까지 김씨 회사와 협력관계를 유지했다.

지씨는 “(김씨 업체와)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였다. 얼굴인식 소프트웨어에 관심이 있던 중 알게 됐다”며 “기술을 이전받고 싶었다. 가진 기술이 저희 것보다 더 좋아보여서 내용도 알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이 “김씨 업체의 안면인식기술 프로그램이 북한 개발팀이 만들었다는 것을 알았느냐”고 묻자 “김씨가 명시적으로 말한 적은 없지만 사실 짐작했다”고 답했다.

이어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굳이 거기까지 알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며 “보면 중국 조선족 개발팀하고 일하는 회사도 있었고, 예전에 2000년대 초반에는 북한 개발팀과 외주를 주고받는 회사도 있어서 그렇겠거니 했다. 당시 2014년엔 남북교류도 없었고 정부에서 싫어하던 시기가 아니었나. 그래서 김호에게 북한인데 어떻게… 뭐 이런 말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검찰이 “김씨가 한국 자체 개발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했느냐”라고 묻자, 지씨는 “네 그렇다. 제가 그렇게 거들었던 것도 맞다”고 답했다.

검찰은 김씨가 북한 개발자들이 제작한 프로그램임을 국내에서 제작한 것처럼 속여 판매했다며 문제 삼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씨는 “베트남, 터키, 인도 등에서 개발을 해와도 주문자가 의도한 대로 개발했으면 우리가 개발했다고 이야기하는 게 영업상 통상적이다”라고 말했다.

검찰이 “북한이 관여해서 개발한 제품이랑 베트남 등에서 개발한 제품은 차이가 있지 않느냐. 같은 것처럼 말하고 있다”라고 묻자, 지씨는 “발주처가 해외에 외주를 줘서 가지고 온 것인데 무엇이 다르냐”고 반문했다.

지씨는 미국 업체인 애플 컴퓨터에 중국에서 제작한 부품을 사용하더라도 애플 제품이라는 예를 들기도 했다. 소프트웨어 기술의 경우 그러한 국가 간 경계가 더 모호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검찰은 “(북한이 개발에 관여한 것이라면) 잠재적 위험성이 있지 않느냐”고 가정적 질문을 이어갔다.

지씨는 “저는 없다고 판단한다. 저희가 그 프로그램으로 뭘 만들어보려고 많이 해봤는데 발견된게 없었다. 테스트를 여러 번 해봤다. 저희 사무실에도 설치해서 쓰고, 데모도 만들어보고 그걸 갖고 응용프로그램도 만들어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별히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에 위험이 된다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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