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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심판대 오르는 날, ‘삼성 앞에 흔들린 저울’ 오명 씻나

29일은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박근혜-최순실-이재용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 선고를 하는 날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그의 50년 지기 최순실의 ‘중형’ 여부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핵심은 최고 법 집행기관인 대법원이 최대 자본권력 삼성의 실질적 ‘오너’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정경유착 범죄들을 어떻게 판단하느냐다.

이 세 명의 재판이 상고심으로 올라갈 때까지 있었던 총 6번의 재판(각각 1·2심 포함)에서 각각 재판부는 이 전 부회장의 뇌물 혐의를 판단할 때 유독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담당 재판부와 혐의, 유·무죄 판단이 모두 동일했던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재판을 하나로 본다고 했을 때, 두 사람과 이 부회장 1·2심까지 총 네 번의 재판에서 이 부회장의 뇌물 혐의에 대한 재판부 판단은 모두 제각각이었다.

각각의 재판부가 ‘삼성 봐주기’ 판결에 치중하려다 나온 결과물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반면 일각에선 이 부회장과 관련한 뇌물 혐의들의 쟁점이 복잡하고 법리 다툼이 치열했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민중의소리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1·2심에서 엇갈렸던 최씨 딸 정유라씨에 대한 승마지원금 약 70억원 중 말 구입액 34억원에 대한 부분은 전체 뇌물액 대비 규모가 커 일반적으로는 상고심 최대 쟁점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상고심에서 말 구입액과 관련한 뇌물 혐의보다는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삼성이 후원한 돈 16억2천800만원에 관한 부분을 어떻게 판단하는지 눈여겨봐야 한다. 이는 단순뇌물죄가 적용된 승마지원금과 달리 제3자 뇌물죄가 적용된 부분이다.

법적으로 단순 뇌물 혐의와 달리 제3자 뇌물 혐의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부정한 청탁’이 오갔다는 것이 인정돼야 한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부정한 청탁’이 인정되려면,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이 부회장의 삼성 경영권 승계 문제라는 현안을 공유하고 있었다는 점도 인정돼야 한다. 그래야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박 전 대통령에게 부정한 청탁을 하고, 그 대가로 돈을 줬다'는 제3자 뇌물 혐의가 성립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이 혐의에 대한 대법원 판단은 곧 대통령과 재벌이 재벌 총수 일가의 경영권 승계 문제를 놓고 벌인 부당거래, 즉 우리 사회의 가장 전형적이고 고질적인 정경유착에 대한 사법 판단으로 남게 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지난 하급심들에서 가장 혼선을 빚었던 이 부회장 관련 혐의 역시 제3자 뇌물죄였다.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에 공통 적용된 제3자 뇌물죄는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202억원과 영재센터 후원금 16억2천800만원에 관한 부분이었는데, 재단 출연금에 대한 부분은 모두 무죄 판단이 내려졌지만 영재센터 후원금에 대한 판단은 매번 엇갈렸다.

우선 이 부회장의 1심 재판부는 경영권 승계 영재센터 후원금에 대한 제3자 뇌물죄를 인정한 것을 바탕으로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외형상 실형을 선고하긴 했으나, “대통령의 적극적 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했다”, “부당한 성과를 얻지 않았다”는 등의 이색적인 참작 논리를 제시하면서 최대한 형량을 줄였다. 재판부의 이러한 태도는 ‘항소심에서의 집행유예 판결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비판을 낳았다.

설상가상으로 이 부회장의 항소심 재판부는 영재센터 후원금 관련 제3자 뇌물 혐의 유무죄 판단을 완전히 뒤집어 이 부회장을 집행유예로 풀어줬다. 항소심 재판부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등) 현안들의 진행 과정에 따른 결과를 놓고 평가할 때 이 부회장의 지배력 확보에 효과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할 수 있을 뿐이지, 이런 사정만 갖고 ‘승계작업’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현실에서 엄연히 존재하는 이 부회장 ‘승계작업’의 존재를 부정했다. 이에 따라 ‘현안이 없었으므로 부정한 청탁도 있을 수 없다’는 논리로 이 부회장의 제3자 뇌물공여 혐의를 무죄로 봤다. 그러면서 이 부회장에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실제 현실에서 이 부회장 승계작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순환출자 고리 해소 작업 등 결과물을 두고는 “회사의 이익이지 이 부회장의 이익이 아니”라며 승계작업을 부정하기 위한 억지 논리까지 제시해줬다.

그로부터 두 달여 후에 열린 박 전 대통령의 1심 선고 공판에서도 재판부는 이 부회장과 관련된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모두 무죄로 판단해 ‘삼성과 이재용에 굴복한 판결을 그대로 답습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 판단은 작년 8월 박 전 대통령의 2심 선고 때 또다시 뒤집혔다. 재판부는 1심에서 인정되지 않은 이 부회장의 승계작업이 실제로 있었고, 승계작업이 있었다는 인식에 따라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에 묵시적인 부정청탁이 오갔다며 영재센터 후원금 관련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이렇게 오락가락했던 하급심 판단들은 어찌 됐건 29일 대법원에서 최종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대법원이 박 전 대통령의 항소심 판단 논리를 받아들인다면 이 부회장 사건은 제3자 뇌물 혐의 유죄 취지로 고법으로 돌려보내진다. 이 경우 이 부회장은 뇌물공여액이 가중돼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이 부회장의 재판에서 유죄로 인정된 뇌물공여액은 1심에서 89억여원, 2심에서 36억여원이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 항소심 재판부 판단을 따르면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액은 총 87억원 가량이 된다. 뇌물공여액 만큼 횡령액도 인정된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에 따르면 횡령액이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 유기징역, 50억원 미만이면 3년 이상 유기징역으로 처벌된다.

이 부회장 재판 1심에서 유죄 판단이 나왔다가 2심에서 무죄로 뒤집힌 37억원 상당의 재산국외도피 혐의에 대한 판단도 어떻게 정리될지 주목된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직권남용 및 강요 혐의에 대해서는 하급심 판단들이 대부분 동일했던 만큼, 별다른 변수가 없는 한 기존 판단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강경훈 기자

법조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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