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로공사 외주용역업체 소속으로 요금수납업무를 하던 노동자들이 '불법 파견' 상태에서 일해 온 것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에 따라 한국도로공사는 해당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할 의무를 지게 됐다.
대법원(주심 노정희 대법관)은 29일 톨게이트 요금수납노동자 368명이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요금수납원들을 직접 고용할 의무가 한국도로공사에 있다고 판단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피고(한국도로공사)는 업무 범위를 지정하는 것을 넘어 규정이나 지침 등을 통하여 원고들(요금수납노동자들)의 업무수행 자체에 관하여 지시를 하였다고 볼 수 있으며, 피고가 원고들의 업무처리 과정에 관여하여 관리·감독하였다고 볼 수 있고, 원고들과 피고 영업소 관리자는 전체적으로 하나의 작업집단으로서 피고의 필수적이고 상시적인 업무를 수행한 점" 등을 통해, 한국도로공사가 요금수납노동자들과 "파견근로관계에 있다고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외주용역업체 소속 요금수납노동자들은 파견근로를 제공하였는데 외부용역업체와 한국도로공사 측이 파견 허가를 받지 않았기 '불법 파견'이며, 또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에 따라 2년 이상 일한 경우에 대해서는 한국도로공사의 직접 고용 의무 발생 혹은 직접 고용 관계 성립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다.
또 대법원은 한국도로공사와 요금수납노동자들 사이에 직접 고용 의무가 발생한 후라면, 요금수납노동자들이 외주용역업체에서 사직하거나 해고됐더라도 직접 고용 의무에는 영향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는 톨게이트 요금수납노동자들 중 자회사 소속으로의 전환을 거부하다 용역업체와의 계약만료로 사실상 해고상태에 놓인 노동자들도, 한국도로공사가 직접 고용할 의무가 있다는 뜻이다.
지난 2013년 톨게이트 요금수납노동자들은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도로공사와 외주 용역 업체 사이에 체결된 용역계약은 사실상의 근로자 파견계약이며 '불법 파견'으로, 파견법에 따른 기간이 만료된 날로부터 공사 측이 직접 고용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한국도로공사 측은 "외주용역업체가 독자적으로 노동자를 채용하고 그들이 운영하는 사업체 역시 독자적인 조직체계를 갖추고 있으므로 근로자파견계약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반박해왔다.
앞선 1,2심 재판부는 톨게이트 요금수납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당시 법원은 한국도로공사가 수납원들을 '불법 파견'했고, 이에 따라 직접 고용 의무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2017년 항소심 판결이 있은 후로, 이날 대법원 판결까지 약 2년이 지났다. 그 사이 한국도로공사는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에 따라 요금수납노동자들의 자회사(한국도로공사서비스) 소속 전환을 추진해왔다.
현재 전체 6,500여명의 요금수납노동자들 중 5,000여명은 자회사로 옮겨갔다. 나머지 1,500여명은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대법원 최종 판결을 앞두고 자회사로 옮겨 갈 수 없다며 저항했다. 이들은 결국 지난달 1일 용역업체와의 계약이 만료되며 사실상 해고 상태가 되었다.
해당 노동자들은 6월 30일부터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과 경부고속도로 서울톨게이트 케노피 위에서 농성을 벌이며, 한국도로공사 측에 '직접 고용'을 요구해 왔다. 이날 상고심 판결을 통해 소송에서 승소한 요금수납노동자들은 한국도로공사 정규직으로 채용될 전망이다.
그러나 여전히 불씨는 남아있다. 한국도로공사가 소송에서 승소한 노동자들 외 나머지 인원들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할 지, 노동자들이 원하는데로 직접 고용 이후에 요금수납업무를 하게 할 지는 미지수다.
최근 한국도로공사 측은 대법원 판결에서 패소해 요금수납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더라도, 요금수납업무를 하도록 하는게 아니라 도로 정비 등의 조무 업무를 하는 현장 관리 직원으로 채용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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