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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녀’ ‘맘충’ 여성 혐오표현, 어디까지 처벌해야 할까?
페이스북 불꽃페미액션 회원들이 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앞에서 ‘20대 여성들 여성혐오적 조장 언론보도 비판’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여성혐오 조장에 일조하거나 강남역 살인 사건에 ‘ㅇㅇㅇ녀’ 등으로 보도하는 것을 비판하며 언론중재위원회는 성평등 관련 시정권고 심의기준을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페이스북 불꽃페미액션 회원들이 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앞에서 ‘20대 여성들 여성혐오적 조장 언론보도 비판’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여성혐오 조장에 일조하거나 강남역 살인 사건에 ‘ㅇㅇㅇ녀’ 등으로 보도하는 것을 비판하며 언론중재위원회는 성평등 관련 시정권고 심의기준을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김치녀 인증?”, “저런 맘충 처음 보네”, “너 창녀지”, “저런 X은 강간해야 해”

다음은 온라인에서 자주 사용되는 여성 혐오표현 사례다. 이들 중 무엇을 처벌하고 무엇을 처벌하지 않아야 여성 혐오표현의 확산을 막으면서도 표현의 자유를 지켜낼 수 있을까?

지난달 28일 이수연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법무부 주최로 서울 연세대 동문회관에서 열린 제5회 국제인권심포지엄 ‘혐오표현의 확산,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참가해 여성 혐오표현에 대한 규제 방안을 제시했다.

이 선임연구원은 여성 혐오표현이 유행어처럼 사용되는 현실을 지적하면서도 이를 교육만으로 규제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여성 혐오표현이 청소년 사이의 은어로 사용돼 교사가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점. 여성 혐오표현이 온라인의 특정 커뮤니티나 개인방송을 통해 새롭게 생산되는 점 등이 그 이유다.

그는 “여성 혐오표현을 쓰는 것이 사회 윤리에 어긋난다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법의 상징적 권위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라며 “이를 위해서는 여성 혐오표현의 사용금지를 법으로 규정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혐오표현금지법이 제정되면 표현의 자유가 침해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여성 혐오표현 자체가 많은 여성의 표현 의욕을 억누르기 때문에 여성 혐오표현의 금지는 오히려 더 높은 표현의 자유를 초래할 수 있다”라고 반박했다.

‘불쾌감’만으로 처벌 어려워
“폭력·선동 표현만 형사 처벌해야”

이 선임연구원은 여성 혐오표현을 “여성을 비하하고 성적 대상화 하며 종속시키는 표현”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여성 혐오표현의 경중에 따라 ▲의견 ▲비하·모욕 ▲폭력·선동 등으로 분류하고, 폭력·선동에 해당하는 표현을 형사 처벌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혐오표현의 경중을 나누는 것은 언어 의미의 다중성과 개인마다 주관적 생각의 차이 때문에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규제의 대상이 되는 혐오표현에 대해서는 명료하고 간결한 정의가 필요하다”라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규제 대상이 되는 혐오표현에 대해 “여성에 대한 폭력의 위협이나 선동을 통해 여성을 비하하고 성적 대상화 하며 종속시키는 표현”이라고 정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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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온라인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여성 혐오표현은 의견, 비하·모욕인 경우가 대다수다. 이 선임연구원은 “의견 차원의 혐오표현은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성별 고정관념에 근거해 상대 성별에 대해 비판을 표시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예를 들어 전통적인 성 역할을 하지 않는 여성들에 대한 비판, 여성정책과 여성가족부에 대한 적대감 등이 의견에 속할 수 있다.

이 선임연구원은 ‘김치녀’, ‘꼴페미’ 등도 의견 표현에 포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단어 그 자체로는 아무런 폭력성을 표현하지 않지만, 그 뒤에 한국 여성 전체를 비하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알고 있다”라면서도 “뒤에 숨은 함의에 근거한 기준은 불안정하며 논란의 소지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직접적으로 특정 개인이나 집단의 명예를 훼손하고, 권리를 침해하거나, 혹은 폭력이나 선동을 주장하지 않아 의견으로 구분했다”라고 덧붙였다.

비하·모욕에 대해 이 선임연구원은 “여성을 대상화하고 특히 성적으로 비하하며 명예를 훼손하는 정도”라며 “심한 욕설이나 멸시의 언어를 쓰는 것도 포함된다”라고 규정했다. 예를 들어 한국의 여성과 타국의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하고 비교하는 글, 여성 대통령의 성기를 희화화하며 특정 여성을 비하하는 글 등이 해당한다.

그는 “의견 차원의 혐오표현이 교육적 교정의 대상이라면, 비하·모욕 차원의 혐오표현은 민법적 명예훼손이나 모욕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치녀’나 ‘맘충’ 같은 정형적인 혐오단어는 유행어처럼 넓게 쓰이기 때문에 소송의 대상이 되기는 힘들고 교육을 통해 자발적으로 사용하지 않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라면서도 모욕·선동 표현과 같이 쓰일 때는 혐오의 정도가 가중한다고 지적했다.

23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초경찰서 앞에서 20대 여성들이 여성혐오 피켓을 들고 강남 여성 살인사건을 묻지마 범죄로 규정한 서초서에 항의하고 있다.
23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초경찰서 앞에서 20대 여성들이 여성혐오 피켓을 들고 강남 여성 살인사건을 묻지마 범죄로 규정한 서초서에 항의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폭력·선동에 해당하는 혐오표현은 진보적 이데올로기를 가진 여성 등에게 “가서 조카 패줘라”, “눈까리를 뽑아야 한다”, “강간해야 한다”라고 말하는 등 극심한 폭력을 유발하거나 선동하는 결과를 낳는 것이 염려되는 표현을 의미한다.

“혐오표현금지법, 차별금지법 제정돼야”

현행법으로는 이러한 혐오표현을 규제할 수 없다. 개인을 향한 표현이 형법상 모욕죄나 명예훼손죄에 해당하거나 불법 정보에 해당할 때에만 혐오표현을 규제할 수 있을 뿐이다. 이 선임연구원은 “그러나 이러한 법으로는 최근 급증하는 온라인상의 특정 집단을 향한 혐오표현을 규제할 수 없다”라고 비판했다.

혐오표현금지법 제정이 해결책으로 제시됐다. 이 선임연구원은 “해당 법을 제정하면 형법에 혐오조항을 신설하고, 표적 대상에 여성을 포함해야 하며, 처벌의 대상이 되는 혐오표현을 ‘폭력의 선동’으로 한정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혐오표현금지법에 대해 그는 “우리 사회가 혐오표현을 금지한다는 상징으로 해석돼 혐오표현 해소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통해 혐오표현을 규제하자는 목소리도 나왔다. 그는 “집단에 대한 혐오가 그 집단에 대한 차별을 뿌리로 한다는 것을 고려해 차별금지법을 제정해 그 안에 혐오표현금지 조항을 포함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성별을 포함해 인종, 종교 등 차별의 대상이 되는 집단 혹은 차별 이유를 명시해 혐오표현을 차별의 일환으로 고려하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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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또 기존 법을 개정해 혐오표현을 막자는 의견이 나왔다. 이 선임연구원은 “기존의 형법상 명예훼손은 특정한 개인을 표적으로 한 경우에 한정해 적용되는데, 사람이나 집단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명예훼손과 공포심과 불안감을 조성하는 정보를 불법 정보로 규정하고 있는 내용이 여성 혐오표현 처벌에 적용되도록 그 대상을 ‘사람’에서 ‘사람이나 집단’으로 개정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온라인 사업자들 적극적 자율규제도 필요

이 선임연구원은 여성 혐오표현에 대한 온라인 사업자들의 자율규제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율규제에는 민간 사업자들이 협력해 공동으로 대응하는 공동규제가 있고, 플랫폼 사업자가 자체적으로 규제 원칙을 개발하는 것이 있다.

현재 네이버, 카카오, 아프리카TV 등 총 12개 온라인 사업자가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회원사로 가입돼 있다. KISO는 성별 등으로 구분되는 집단의 ‘모욕적이고 혐오적인 표현방식’에 대한 삭제 조치를 정책으로 두고 있지만, 여전히 이들 사이트에서 혐오표현이 발견되고 있다. 이에 이 선임연구원은 “혐오표현을 명확하게 정의하고 효율적인 모니터링과 신고 조치를 구비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유튜브, 카카오TV, 트위치 등이 혐오표현에 대한 자율규제 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며, 유튜브나 트위치는 문제적 콘텐츠의 하나로 성별에 근거한 증오 콘텐츠를 제시하고 있다”라며 “기타 사업자들도 혐오표현 콘텐츠를 금지하는 내용을 명시하고, 이러한 콘텐츠를 발견했을 때의 신고 방법 및 사업자가 취하는 조치 등을 구체화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강석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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