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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미야의 사람과 현장] ‘공짜노동’ 15분도 열 받는데

월요일마다 근무시간 15분 전에 조회 장소에 모여 상무이사의 ‘훈시’를 듣는다. 녹음기마냥 늘 그의 말은 “불량이 많이 나서”로 시작돼 “회사가 어렵다”를 지나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일하라”로 끝난다. 정해진 시간은 15분이지만 때때로 화가 많이 나 있는 날은 작업 시작 시간 8시를 훌쩍 넘어 이어지기도 한다.

누군가는 그 지루한, 마치 교장선생님 훈화말씀 같은 시간에 속으로 노래를 부르거나 오늘 저녁엔 무슨 반찬을 할까 생각하거나 어제 한잔했던 좋은 기억을 떠올리거나, 아니면 누군가는 상무 말을 들으면서 정말 회사가 망하면 어쩌나 걱정을 할 지도 모른다. 나는 주로 욕을 하는 편인데, 가끔 뒤에 줄을 서 있는 언니 손바닥에 손가락 글씨로 눌러 적어주기도 한다. 그러면 언니는 들키면 안 되는 쪽지를 받은 아이처럼 내 손을 꼭 잡고 도닥거린다. “미야야, 그래도 그런 말은 안돼”하는 것처럼.

폭언(자료사진)<br
폭언(자료사진)ⓒpixabay

특히 상무의 말 중에 욕지거리를 불러일으키는 말들이 있는데,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다.

어느 조직이나 10%가 나머지를 먹여 살린다, 맨날 불량이나 내고 시간이나 때우는 여러분을 우리 영업하는 직원들이 먹여 살리느라 힘들다거나 그렇게 일하기 싫으면 집에서 놀아라 거나. 그렇게 불량을 내면 월급에서 한번 까볼까요? 하는 협박도 하기 일쑤다.

무료노동 15분이 쌓이는 것도 열 받아 죽겠는데 우리 노동자들을 무슨 회삿돈을 좀먹는 기생충 취급하는 것을 참고 듣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정말 그의 말처럼 돈은 회사가 벌고 우리는 그런 회사가 월급을 주니 감사해야 하는가? 제대로 된 검사실 하나, 검사인력 하나 갖추지 못하면서 개인에게 불량의 손실 책임을 묻는 것이 옳은가? 상무의 시선이 딱 이 사회에서 노동자를 바라보는 시선 같아 씁쓸하다. 이 땅의 노동자는 예나 지금이나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

꼴랑 최저임금 8350원에 불량에 대한 책임도 지라하고, 무료노동도 불사해야한다. 회사가 당신들 때문에 문 닫을 수 있다는 협박도 들어야 한다.

경기도 안산의 반월공단<br
경기도 안산의 반월공단ⓒ뉴시스

조회가 끝나간다. 손을 번쩍 들고 말하고 싶다. 우리가 일하지 않으면 자본금은 어떻게 불려서 이윤을 낼 것이며, 당신들은 무엇을 내다 팔 건가요? 그렇게 따지면 상무님 임금은 당신의 노동만큼 딱 적당한가요? 혹시 우리가 당신을 먹여 살려주는 건 아닌가요? 하고 말이다.

에잇, 개꿈이다. 일이나 하러 가자.

엄미야 금속노조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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