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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량 폭탄이 쏟아진다” 추석 앞두고 지옥문 열린 택배노동자들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택배노조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택배 노동자의 장시간 노동 개선과 휴식 시간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2019.09.05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택배노조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택배 노동자의 장시간 노동 개선과 휴식 시간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2019.09.05ⓒ김철수 기자

택배·배달노동자들이 추석을 앞두고 쏟아지는 물량으로 장시간 노동과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택배·배달노동자를 대표하는 노동조합들이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

5일 오후 민주노총 서비스연맹·택배노동자 기본권쟁취 투쟁본부(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전국택배노동조합) 주최로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에서 '택배노동자 장시간노동실태 폭로 및 개선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택배노동자들은 추석을 기점으로 선물 등 배송 물량이 급증해 물류터미널 분류작업 시간이 길어지고, 이로 인한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CJ대한통운 등 택배사들이 택배노동자 장시간 노동의 원흉인 '분류작업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택배노조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택배 노동자의 장시간 노동 개선과 휴식 시간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2019.09.05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택배노조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택배 노동자의 장시간 노동 개선과 휴식 시간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2019.09.05ⓒ김철수 기자

전국택배노조에 따르면, 택배노동자들은 추석 전후로 오전 7시에 출근해 분류작업을 시작하지만 오후 2시 넘어서야 배송을 시작한다고 한다. 약 7시간 가까이 분류작업을 하는 것이다.

또 평상시라면 배달이 오후 9~10시에 끝나지만, 물량이 많은 명절의 경우 오후 11시~12시까지 근무를 해야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택배의 경우, 추석부터 설 명절까지가 성수기이기 때문에, 장시간 노동은 긴 기간 동안 지속된다고 한다.

전국택배노조가 지난해 같은 시기 CJ대한통운 물류터미널 분류작업 종료 시간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추석 당일이었던 9월 24일 전후로 분류작업 종료시간이 늦어졌고, 추석 연휴 이후까지 이 추세는 이어졌다.

송훈종 전국택배노조 위원장은 "추석 연휴 시작 일주일, 추석 이후 1~2주 정도가 택배사에서도 이야기하듯 물량이 평균 50% 증가되는 시기"라며 "추석 연휴가 끝나고 바로 추수철, 김장철이 와 물량이 크게 빠지지 않는다"고 증언했다.

노동자들은 택배배달업무가 '장시간 노동의 대명사'가 됐다고 지적했다. 실제 2017년 서울노동권익센터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택배노동자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74시간이고, 연간 총 노동시간이 3,848시간이었다. 이는 2018년 우리나라 노동자 1인 연간 노동시간 1,917시간보다 무려 1,881시간 더 많이 일하고 있는 것이다.

송훈종 위원장은 "전문의에 의하면, 상대심박동지수가 (기준의) 30% 이상을 초과하면 심장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다고 한다. 수원의 이민상 조합원을 대상으로 조사해 본 결과, 40%가 넘었다"며 "(의사는) '결국 몇년 안에 몸이 망가진다. 언제 쓰러져도 놀랍지 않을 정도'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택배노동자의 장기간 노동을 끝장 내야 한다"며 분류작업 개선을 촉구했다.

택배노동자들은 고객들의 개별 배송품을 수거해 한군데로 모으는 '집화처리'를 하고, 이렇게 모은 물품을 해당지역 터미널로 가져간다. 이후 물품을 타 지역의 터미널로 운송하기 위해 지역 별로 트럭에 '간선상차'를 한다. 그 다음 트럭들이 타 지역 터미널로 이동해 운송한 화물을 내리는 '간선하차'가 이루어진다. 이후 택배노동자들은 터미널에 도착한 물품 중 자기 구역에 배정된 물품을 싣고 '배송출고'해 각 가정에 택배를 배달한다.

김태완 택배연대노조 위원장은 "분류작업 시간이 늦어지는 이유는,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오후 6시에 간선차들이 움직이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각 터미널에 간선차들이 늦게 도착한다"며 "허브에서 인원 투입을 해 각 지역에 간선차를 빨리 내려보내주면, 분류작업 시간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택배노조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택배 노동자의 장시간 노동 개선과 휴식 시간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2019.09.05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택배노조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택배 노동자의 장시간 노동 개선과 휴식 시간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2019.09.05ⓒ김철수 기자

장시간 노동은 사기업인 택배업체 소속 노동자들만의 일이 아니다. 공기업인 우정사업본부 소속 집배원과 우체국 위탁택배노동자들에게도 추석 연휴는 이른바 '죽음의 기간'으로 불린다.

우정사업본부는 9월 2~17일을 추석 명절 특별 수송 기간으로 정하고 있다.

우체국 위탁택배노동자들은 이 기간 '무분류 혼합택배'(혼합 파렛)로 인한 장시간 분류작업이 더 심해진다고 설명했다. 보통 이들은 새벽 5~6시 사이 출근해 분류작업을 시작하고, 오전 10시에서 10시 30분 사이에 배달을 시작한다. 일례로 남인천우체국 소속 한 노동자의 경우 오전 5시 30분에 출근해, 3시간 가까이 분류작업을 진행한 뒤에야 배송을 시작할 수 있었다.

노조는 이것이 우정사업본부와 우체국물류지원단이 '단체협약(이하, 단협)'을 통해 정한 사항을 어기는 것이라 더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지난 1월 28일 택배노조와 우정사업본부, 우체국물류지원단은 혼합 파렛 문제 해소를 위해 최선을 다 한다는 조항을 단협에 명문화했다.

진경호 전국택배연대노조 우체국본부장은 "단협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단협이 체결되자 마자, 분류작업 담당 우정실무원들과 계약을 연장하지 않는 방식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했다"며 "일손 부족으로 우체국 택배위탁노동자들의 분류작업 시간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택배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 개선을 위해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이 하루 빨리 제정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분류작업은 따로 택배사에서 해야 한다"며 "그래야 분류된 물건만 나르니까, 지금보다 시간 여유를 가지고 안전하게 배달할 수 있지 않겠냐"고 지적했다. 이어 "국회는 제발 좀 일하는 국민들을 위해 논의해 입법에 진척을 이뤄내라"며 "추석 전에 (택배 노동자들에게) 선물을 좀 달라"고 호소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일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을 대표 발의하며, 택배노동자 장시간 노동을 해결할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해당 법안에서는 집배송업무에 종사하는 '택배운전종사자'와 분류업무에 종사하는 '택배분류종사자'를 다르게 구분하고 있다. 또한 택배사 또는 영업점이 종사자 과로를 방지하고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휴식시간 및 휴식공간을 제공하라는 내용을 넣어, 택배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 현실이 개선될 수 있도록 했다.

택배 배달노동자 캠페인사업단이 5일 오전 서울 세종로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폭염이 가니 물량폭탄이 온다” ‘희망더하기’ 출발 기자회견에서 희망을 나르는 택배․배달노동자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19.09.05
택배 배달노동자 캠페인사업단이 5일 오전 서울 세종로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폭염이 가니 물량폭탄이 온다” ‘희망더하기’ 출발 기자회견에서 희망을 나르는 택배․배달노동자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19.09.05ⓒ김철수 기자

하나로 뭉친 택배·배달노동자 '희망더하기' 캠페인 사업단 출발
"택배·배달노동자의 권리, 안전 희망 더하겠다"

한편, 이날 오전 공공운수노조와 라이더유니온 등의 주최로 서울 종로구 광화문 남측광장에서 택배·배달노동자 캠페인 사업단 '희망더하기' 출범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행사는 택배·배달노동자들이 자신의 노동 현실을 바꿔나가기 위해 공동 실천에 나서겠다는 다짐과, '배달노동자에게 권리를, 사용하는 자에게 책임을' 이란 구호를 현실로 만들기 위한 선언을 담고 있었다.

'희망더하기' 캠페인이 더 각별한 의미를 가진 것은 택배·배달노동자들이 업종과 업체를 넘어 하나로 뭉치기로 했기 때문이다. 해당 캠페인에는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택배지부(대한통운, 한진, 로젠 등), 전국집배원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쿠팡지부, 국제특송(DHL, Fedex, UPS) 지부, 기업택배(성화, 동진) 지부, 라이더유니온 등 전체 택배·배달노동자 2800여명이 참여했다.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로 13년째 일하고 있는 박성기 화물연대본부 택배지부장은 "명절은 택배 노동자들에게 특송기간이라는 지옥의 시작"이라며 "매년 명절이 되면 택배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이슈가 되지만, 실제로 바뀌는 것은 없었다. 원청 (택배)회사들이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오늘 시킨 택배가 내일 도착하는 것도 놀라운데, 밤에 시킨 택배가 익일 아침에 도착하는 것까지 가능해지고 있다"며 "더 많은 기업들이 더 많은 이윤을 내기 위해, 노동자들에게 일하기 불가능한 조건을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여름 폭염 속, 뜨거운 아스팔트 도로를 누볐던 배달노동자들도 열악한 노동현실을 지적했다. 이들은 비수기인 봄,가을에 대비해 성수기인 여름, 겨울에 콜(배달건수)을 하나라도 더 잡기 위해, 운전 중에도 휴대전화에서 눈을 뗄 수 없는 이른바 '전투콜'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택배 배달노동자 캠페인사업단이 5일 오전 서울 세종로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폭염이 가니 물량폭탄이 온다” ‘희망더하기’ 출발 기자회견에서 희망을 나르는 택배․배달노동자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19.09.05
택배 배달노동자 캠페인사업단이 5일 오전 서울 세종로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폭염이 가니 물량폭탄이 온다” ‘희망더하기’ 출발 기자회견에서 희망을 나르는 택배․배달노동자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19.09.05ⓒ김철수 기자

이날 캠페인단은 택배노동자들의 적절한 노동시간과 휴게시간, 수당을 보장할 수 있는 '표준계약서 의무 작성', 택배·배달노동자 사고에 대한 '원청 기업의 책임 강화'를 요구했다.

또 택배·배달노동자들의 노동자성 인정, 실사용자인 원청 택배사, 플랫폼사들의 사용자성 인정을 골자로 하는 법 개정도 촉구하기로 했다. 현재 택배·배달노동자들은 특수고용노동자 혹은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헌법상 보장된 노동기본권을 대부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향후 캠페인단은 택배․배달노동자 노동실태 조사와 피해사례집 발간, 노동실태 증언대회, 사용자-플랫폼사-원청사용자 등 공개면담·토론회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입법 예고된 '생활물류서비스발전법'의 문제점을 분석해 이를 국회에 제출하고, 각 정당과 면담을 진행할 방침이다.

양아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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