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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갑의 수요뮤직] 감사와 성찰 없이 만들 수 없는 음반
선우정아 EP ‘Stunning’
선우정아 EP ‘Stunning’ⓒ매직스트로베리

이 또한 사람의 이야기. 그중에서도 선우정아의 이야기. 선우정아가 8월 25일 발표한 EP [Stunning]은 제목처럼 아름답다.

이제 선우정아 음악의 매력을 알아차린 이들은 갈수록 늘어간다. 2006년 데뷔 음반을 발표했을 때만 해도 낯설었던 이름은 서서히 씨앗을 날렸고, 2013년 2집 [It’s Okay, Dear]를 내놓은 후 음악팬들에게 가장 믿음직한 이름으로 뿌리내렸다. 그리고 온라인과 공연, 페스티벌 무대를 통해 선우정아교의 신도를 자처한 이들이 늘어갈 즈음 선택한 TV출연은 선우정아가 이미 획득해야 했던 더 많은 경이와 찬탄을 뒤늦게 돌려주었다. 그 이전의 자기 노래로도 충분했을 인기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동안 선우정아는 계속 새 노래를 내고 노래한다. EP [Stunning]은 올해 5월 30일 발표한 EP [Stand]의 연작으로 선우정아 정규 3집의 일부분이다. 쉼 없이 활동해야 존재를 확인받는 시대에 선우정아는 싱글보다 EP의 연작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더 풍성하게 이어간다.

울림의 공백으로 더욱 고급스럽게 만들어진 선우정아의 음악

모든 곡을 자신이 쓰는 싱어송라이터 선우정아는 더 깊이 사랑에 빠진 마음과 폭우 속 삶의 항해를 노래한다. 보이지 않는 나만의 보물과 사랑의 순정한 기원, 그리고 클래식한 사물에 대한 편애도 함께 노래한다. 흑인음악의 호흡을 내포하고 있지만 팝의 감각으로 다듬어낼 줄 알고, 다른 장르의 스타일을 두루 탐닉하는 선우정아의 자유로운 음악세계는 이번 음반에서도 과거의 선우정아를 휙 지나친다. 선 굵으면서도 끈적거리고 허허롭다가 불타오르는 보컬은 선우정아에게 불가능한 호흡이 없음을 새삼 드러낸다.

선우정아는 자신의 목소리로 자신이 쓴 노랫말 속의 이야기를 연출하고 연기할 뿐 아니라 그 곡의 세계에서 산다. 살기 때문에 일상이 된 목소리의 흐름은 과함도 부족함도 없다. 과도한 고음을 터트려야만 노래를 잘한다고 생각하는 과잉의 시대에 휩쓸리지 않는 선우정아는 다만 통속할 수 있는 이야기를 덜 통속하는 방식으로 들려준다. 톤을 낮춘 채 자신의 목소리를 악기처럼 덮고 깔고 흩뿌리는 선우정아의 노래 안에서 악기 연주로 만드는 사운드 역시 듬성듬성 빈자리가 많다. 그럼으로써 리듬과 멜로디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자신의 울림을 충분히 발산하는 사운드는 선우정아의 음악을 더욱 고급스럽게 만든다. 이 울림의 공백은 이야기를 과장하지 않아 이야기의 몸집을 줄이는 역할을 함으로써 노래 속 감정의 실체에 오롯하게 다가갈 수 있게 한다.

탐미적인 음악의 형식적 매력에만 빠질 수 없는 음반

첫 곡 ‘Fall Fall Fall’에서 사랑에 또 빠졌다고 노래하지만 선우정아는 좀처럼 들뜨지 않음으로 오히려 그 사랑이 얼마나 끈끈하고 미더운지 일러준다. 소울의 스타일을 중화한 듯 드라이하게 노래하는 목소리에 배인 열망의 그루브한 온도가 바로 선우정아 음악의 온도이다. 계속 악기를 바꿔가면서 연출하는 사운드 드라마는 곡의 밀도를 끝까지 이어나간다.

두 번째 곡 ‘생애’는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인생의 처량함과 막막함을 노래하는데, 마찬가지로 어쿠스틱한 질감을 유지하며 단출하게 연주하다 사운드를 비틀며 낙관과 의지 쪽으로 방향을 튼다. 모르지만 더 이상 모른다고 주저하지 않겠다는 담담하고 차분한 태도가 위로보다 더 큰 힘을 주는 곡이다. 영롱한 사운드를 부각시킨 ‘Invisible Treasure’는 리듬을 앞세우고 ‘생애’를 거쳐온 이의 적극성을 세련되게 표현한다. 처연하고 아름다운 멜로디로 시작하는 곡 ‘to Zero’는 단편시 같은 노랫말로 지순한 사랑의 꿈을 노래하지만 신디사이저와 피아노, 현악기로 직조한 드라마는 갈등의 파국으로 나아갔다가 결국 처음의 고요로 돌아간다. ‘생애’와 함께 선우정아의 팝 감각을 아리게 드러내는 곡은 그렇게 ‘내 생애 하나뿐인 사랑’의 소중함, 처음에서 영원으로 함께 손잡고 싶은 고결한 기원을 울컥이며 곱씹게 한다.

그리고 음반의 마지막 곡 ‘Classic’은 이 음반에서 가장 스타일리쉬한 편곡으로 “손편지, 티타임, Acoustic, Passive, 유선마이크, Spotlight, My diva, Whitney Houston‘ 같은 클래식에 대한 경외를 표출한다. 선우정아의 음악 영역이 얼마나 폭넓은지 보여줄 뿐 아니라, 음반 타이틀이 표방하는 아름다움의 이야기를 이어가는 곡이다.

사람의 내면과 외면에서 더 깊고 본질적인 가치를 향하고 찾으며 찬미하는 노래들은 모두 아름다움이라는 가치를 진실함과 선함이라는 가치와 연결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선우정아의 EP [Stunning]은 탐미적인 음악의 형식적 매력에만 빠질 수 없는 음반으로 완성된다. 자신의 삶을 향해 정직하게 귀 기울이고 값지게 더욱 값지게 살아가려는 이의 감사와 성찰이 없이는 만들 수 없는 음반. 어디로 가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되새기게 하는 노래들.

필자의 사정으로 예정보다 늦게 연재됐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양해 부탁드립니다.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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