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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11번째 집배노동자의 죽음

지난 6일 밤 충남 아산에서 한 집배 노동자가 업무를 마치고 우체국으로 복귀하다 교통사고로 숨지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고인은 당일 아침 9시부터 배달 업무를 시작했으나 추석 연휴를 앞두고 늘어난 물량을 소화하느라 늦은 저녁까지 일을 하다 변을 당했다고 한다.

올해 들어 벌써 11번째 집배노동자의 죽음이다. 과로사와 교통사고로 이어진 죽음의 행렬을 곁에서 목격해 온 고인의 동료들은 집배노동자에게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불상사라고 입을 모은다. 해마다 늘어나는 택배 물량이지만 지금의 인력으로 이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인 까닭이다. 살인적인 노동강도가 개선되지 않으면 언제라도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절규도 들린다.

고인이 소속된 공공운수노조 전국집배노조에 따르면 올해 추석 연휴를 앞둔 물량은 전년보다 12% 증가했으며 평소에 비해서는 무려 47% 증가했다고 한다. 특히 고인의 경우는 같은 팀에 휴가자가 있어 가족들이 나서서 배송을 도와줘야 할 만큼 물량이 넘쳐났다. 명절을 맞는 누구라도 12시간 이상을 일하지 않으면 안 되는 형편이었다는 게 현장의 증언이다.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우리나라 집배노동자의 노동시간은 연간 2,745시간으로 OECD 회원국 평균 1,763시간에 비해 982시간이나 많은 실정이다. 특히 배달 물량이 집중되는 명절 기간에는 주당 68~70시간 근무가 다반사다. 또 규정상 일몰 후 배달이 금지되어 있다지만 부족한 인력으로는 불감당인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을 타개하고자 노조는 올해 파업 직전까지 치닫는 투쟁을 벌여 인력확보에 관한 약속을 정부로부터 받아냈다. 그러나 사고가 일어난 아산에서는 지금까지 단 1명의 증원도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다. 최소한 명절 기간만이라도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데도 속수무책인 상황은 여전히 그대로였던 셈이다.

결국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추석 연휴를 3일 앞둔 오늘 역시 전국의 수많은 집배노동자들은 밤늦게까지 고된 배달 업무를 수행해 나갈 것이다. 그러나 죽음을 양산하는 노동환경의 개선이 차일피일 미루어지면 머지않아 12번째 희생자의 부음이 들려오지 않으리라 그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다시 한번 고인의 명복을 빈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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