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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민의 청년전태일들] 청년 문제, 세대가 아니라 계급이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자녀 입시 논란에서 많은 청년들이 느낀 감정은 이질감과 박탈감이었다. 조국 후보자의 딸의 입시과정은 조국 후보자 자녀의 삶이 나와 시작부터 다르다는 깨달음을 줬다. 그래서 청년노동단체 청년전태일은 “조국 후보자의 딸과 나의 출발선은 같습니까?”라고 물었다. 영어유치원, 사립초, 국제중, 자사고 및 특목고 등 부모의 자산과 소득에 의해 대학이 달라진다. 2018년 SKY 대학에서 국가장학금 신청자 중 46%가 소득분위 상위 20% 가정의 자녀다. 국가장학금을 신청하지 않은 학생까지 포함하면 SKY 재학생 중 고소득층이 더 많은 비율을 차지할 것으로 추정된다. 머리 좋은 학생이 부잣집에서만 태어날 리 없다. 결국 부모의 자산과 소득이 자녀의 학벌로 이어지는 것이다.

대학이라는 관문을 통해 들어간 첫 직장에 따라 고용안정과 임금수준이 결정된다. 더불어 첫 직장에 따라 사회, 경제적 지위가 결정되고 결혼, 출산에 대한 선택권이 주어진다. 나는 이번 조국 후보자 논란에서 첫 직장이 한번 결정되면 다시는 따라잡을 수 없는 한국사회 청년들의 계급문제에 이야기하고 싶었다. IMF체제 20년, 한국사회에 고착화된 계급 격차에 대한 이야기다.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아크로 광장 인근에서 열린 '조국 교수 STOP! 제2차 서울대인 촛불집회'에서 서울대학교 대학생들을 비롯한 참가자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아크로 광장 인근에서 열린 '조국 교수 STOP! 제2차 서울대인 촛불집회'에서 서울대학교 대학생들을 비롯한 참가자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뉴시스

1%를 위한 공정성

1960년 4.19혁명부터 2017년 촛불혁명까지 이른바 한국사회에서 학생들의 움직임은 ‘정의’였고, 사회변화의 원동력으로 대체로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이번에 서울대, 고려대 학생들이 들었던 촛불은 좀 달랐다. 거기에 어떤 ‘시대적 양심’과 ‘공공성’이 있는지 물을 수밖에 없었다. 수많은 언론은 서울대-고려대 일부 학생들의 촛불을 ‘계급’이 아니라 ‘청년 세대’의 움직임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수많은 청년들은 서울대-고려대 학생들의 촛불을 공감할 수 없었다. 그들이 말하는 공정성은 부모 어깨 위에서 경쟁하는 1%의 공정성이었다.

한국사회는 그동안 청년 문제는 세대문제로 봤다. 부족한 좋은 일자리를 들어가기 위해 경쟁하는 청년의 이미지였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아들이 KT에 입사할 때 그 경쟁률이 87:1이라고 했다. 흔히 청년들의 문제는 10%의 안정적 일자리인 공무원, 공기업, 대기업에 들어가기 위한 청년들의 노력을 중심으로 그려졌다.

그러나 애초에 이 일자리에 지원조차 하지 못한 수많은 청년들이 있었다. 이들의 삶은 한국사회에 드러나지 않았다. 이 청년들의 삶이 드러난 경우는 죽고 나서였다. 구의역 김군, 제주실습생 이민호, 태안화력발전소 김용균의 삶이 그랬다. 다만 최근에 달라진 것은 당사자 조직이 만들어지고, 이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이들을 대의할 수 있는 조직이 없었기 때문에 드러나지 않았던 것인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 아니었다.

31일 서울 종로구 마이크임팩트에서 열린 ‘조국 후보에게 이질감과 박탈감을 느끼는 2030청년들과 조국 후보와의 공개 간담회’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자리가 비어 있다.
31일 서울 종로구 마이크임팩트에서 열린 ‘조국 후보에게 이질감과 박탈감을 느끼는 2030청년들과 조국 후보와의 공개 간담회’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자리가 비어 있다.ⓒ뉴시스

누구나 먹고 살 수 있게 만드는 제도

2017년 말 기준 노동조합 조직률은 300인 이상 사업장이 57.3%, 30인 미만은 0.2%였다. 이른바 대규모 사업장인 공기업, 공무원, 대기업은 자신들을 노동조건을 개선해주는 노동조합이 조직돼있다. 그러나 미조직 청년노동자들은 자신들을 대의할 수 있는 집단이 없었다. 특성화고 졸업생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특성화고졸업생노조’,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알바노조’, 청년세대별 노동조합인 ‘청년유니온’ 등이 시도를 하고 있지만 아직 그 조직 숫자는 미미하다.

조국 후보자 논란으로 드러난 청년들의 계급문제에 대해 정확히 바라보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우선 대학입시의 공정성이 중요한 과제이다. 더불어 부모의 자산과 소득을 대물림받지 못한 청년들에게 ‘개인의 무능력’으로 책임을 돌릴 것이 아니라 최소한 고용안정과 임금을 보장해야 한다. 하루 8시간 일하면 누구나 한국사회에서 먹고 살 수 있게 만드는 제도가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가 올해 최저임금을 2.9% 올리면서 사회안전망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어떤 정책이 이후 실현됐는지 알 수가 없다. 우선 문재인 정부가 약속한 최저임금 1만원, 비정규직 정규직화부터 실행해서 이미 형성된 계급에서 가장 밑바닥에 있는 청년들을 먹고살게 해줘야 한다. 청년문제 해결의 시작은 ‘말’이 아니라 ‘행동’이다.

김종민 청년전태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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