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보기
댓글보기
‘임명 또는 철회’ 두 입장문 두고 전날 밤까지 고민한 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임명장 수여식을 마친 후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하고 있다.2019.09.09.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임명장 수여식을 마친 후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하고 있다.2019.09.09.ⓒ뉴시스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까지 문재인 대통령은 고심을 거듭했던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장고 끝에 9일 조 장관을 임명하면서 "자칫 국민 분열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을 보면서 대통령으로서 깊은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실제 문 대통령은 조 장관을 임명하기 전날까지 '임명'과 '철회' 두 입장문을 모두 써놓고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막판까지 결단을 내리기 쉽지 않았던 것이다.

문 대통령은 조 장관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렸던 6일 동남아 3개국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뒤 곧장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위기관리센터를 찾아 태풍 '링링' 북상에 따른 대응 상황을 점검했다.

회의를 마친 뒤 문 대통령은 당일 밤 9시부터 비서실장 등 청와대 참모들과 함께 다음 날 새벽 1시까지 약 4시간에 걸쳐 조 장관의 거취를 두고 찬반 토론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기 보다는 주로 참모들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이 참모들과 토론을 벌이던 그 시각, 국회에서는 조 장관의 인사청문회가 거의 마무리되던 시점이었다. 그리고 밤 11시 전후로 조 장관의 부인을 검찰이 불구속 기소했다는 소식이 흘러나오고 시작했다. 문 대통령은 검찰의 조 장관 부인 기소 소식까지 다 들은 후에도 토론을 이어나간 셈이다.

이른바 '대통령의 시간'은 7일부터였다. 문 대통령은 이때부터 조 장관 임명이 가능했지만 곧바로 행하지 않았다. 그동안 야당의 반대로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않더라도, 위법 정황이 발견되거나 결정적인 흠결이 확인되지 않으면 곧바로 임명을 해왔던 그동안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주말 내내 청와대 관계자들 모두 말을 아꼈다. "깊은 고심 중이다", "결정은 임명권자가 하는 것"이라는 게 반응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일요일인 8일 오후에도 청와대에서 현안점검회의가 열렸지만, 여기서도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보였다. 대변인의 브리핑조차 없었다. 그만큼 문 대통령의 고민이 깊었다는 것을 방증했다.

문 대통령은 그날 오후 '두 버전'의 대국민 메시지를 작성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조 장관을 임명하기 바로 전날까지도 문 대통령은 '지명 철회'와 '임명' 두 가지 가능성을 모두 두고 고민한 것이었다. 이후 문 대통령은 밤늦게까지 직접 메시지를 여러 차례 수정했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게 9일 오후 임명장 수여식에서 직접 발표한 입장문이었다.

극소수의 일부를 제외한 청와대 참모들도 조 장관 임명 당일 아침 '티타임'으로 불리는 현안점검회의에 와서야 문 대통령의 결정을 알게 됐다고 한다. 그 자리에서 문 대통령의 대국민 메시지 전달 형식 등이 급하게 논의됐고, 생중계로 직접 문 대통령이 발표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강기정 정무수석은 이날 오전 국회를 찾아가 여당 지도부에게 문 대통령의 결정을 전달했고, 그 직후 청와대가 대외적으로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조국 법무부 장관이 9일 청와대 본관에서 임명장을 받은 후 문재인 대통령의 대국민 메시지 발표를 듣고 있다.2019.09.09.
조국 법무부 장관이 9일 청와대 본관에서 임명장을 받은 후 문재인 대통령의 대국민 메시지 발표를 듣고 있다.2019.09.09.ⓒ뉴시스

문 대통령의 대국민 메시지에는 고민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러면서도 문 대통령은 조 장관을 임명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일단 문 대통령은 "저는 원칙과 일관성을 지키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라며 "인사청문회까지 마친 절차적 요건을 모두 갖춘 상태에서, 본인이 책임져야 할 명백한 위법 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근거 없는 무리한 의혹 제기를 일삼고 인사청문회마저 정쟁의 수단으로 삼았던 자유한국당을 겨냥한 것이었다.

또한 문 대통령에게는 권력기관 개혁의 의지가 조 장관을 결정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제 남은 과제는 권력기관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고, 국민의 기관으로 위상을 확고히 하는 것을 정권의 선의에만 맡기지 않고 법 제도적으로 완성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조 장관 임명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와 지지를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조 장관 부인 등에 대한 검찰 수사와 관련해서는 "검찰은 검찰이 해야 할 일을 하고, 정관은 장관이 해야 할 일을 해나간다면 그 역시 권력기관의 개혁과 민주주의의 발전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일이 될 것"이라며 오히려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간 청와대 내에서 검찰을 향한 강도 높은 비난의 목소리와 나온 것과는 비교된다.

문 대통령은 조 장관을 두고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국민들이 공분한 데 대해서도 "정부는 국민의 요구를 깊이 받들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고교 서열화와 대학입시의 공정성 등 기회의 공정을 해치는 제도부터 다시 한번 살피고, 특히 교육 분야의 개혁을 강력히 추진해 나가겠다"라고 천명했다.

한편, 조 장관은 임명장 수여식 후 문 대통령과의 비공개 담화 자리에서 "지난 한 달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그럼에도 임명이 된 그 취지를 늘 마음에 새기겠다"라며 "학자로서, 민정수석으로서 고민해 왔던 사법개혁 과제들을 신속하고 확실하게 실시하도록 하겠다. 지켜봐 달라"라고 말했다고 고민정 대변인이 전했다.

최지현 기자

기자를 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작은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님의 후원금은 모두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이시각 주요기사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카카오스토리2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