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보기
댓글보기
인권위, 北종업원 기획탈북 의혹 진정 ‘기각’…국정원 주장대로 “자의입국” 결론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통일부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기획탈북 의혹과 관련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등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으나 기각됐다.

사건 당사자인 지배인 허강일씨와 종업원들의 진술이 대체로 받아들여지지 않은 반면,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입장이 주요 판단 근거가 됐다.

특히 인권위는 종업원들이 자의로 입국했는지 여부에 대해 종업원들 일부와 대면 진술을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초기 국정원에서의 진술서 등을 근거로 ‘종업원들 다수가 자의로 입국했다’는 일방적인 판단을 내렸다.

9일 국가인권위원회 침해구제 제2위원회는 ‘탈북 종업원 집단입국 사건’ 직권조사 결과 “탈북 종업원 집단입국 과정에서의 국가기관의 위법, 부당한 개입 관련 진정인들의 주장을 기각한다”고 통보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민변 등 진정인들은 “정보기관이 12명 종업원들의 의사에 반하여 강제로 대한민국에 입국하도록, 위법 부당하게 개입하여 종업원들의 인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지배인 허강일씨는 “국군정보사령부 직원이 집단 동반 탈북을 강요하며, 입국날짜를 남한의 정치일정에 맞춰 오도록 협박과 회유를 했다”고 주장했다.

인권위는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정보기관의 위법, 부당한 개입을 주장하는 진정인 및 지배인의 주장과 달리 피조사기관(국가정보원 등)은 내부 기록 등을 근거로 상반된 자료의 제출과 주장을 하고 있다”며 “객관적인 증거를 확인할 수 없어 사실로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로 보여 기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위원회 조사 권한으로는 사실 확인이 어렵고, 이미 본 사건 진정인들이 고발장을 제출했으므로 검찰은 신속하게 수사해 사실관계를 명백히 밝히라”고 수사기관에 권고했다.

인권위 자체 조사로는 사실 확인이 어렵다면서 '자의적 입국'이라고 단정한 부분은 다소 납득이 어렵다. 또한 이러한 결론 내용이 수사기관에 예단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공정성 문제가 제기된다.

인권위는 이 사안의 핵심 증언자인 허씨의 주장을 “신빙성이 없다”며 배척했다.

지배인 허씨가 입국 초기 국정원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에서 자진입국했다는 취지로 진술했으나, “담당직원이 조작한 것”이라며 번복한 점을 이유로 들었다.

그가 2016년 10월 경 민변을 찾아가 자진 입국 취지로 진술한 점에 대해서도, 위원회 대면 조사에서 “당시 국가정보원을 압박하러 민변을 찾아가 거짓말을 했다. 모두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한 점도 신빙성이 인정되지 않은 이유가 됐다.

허씨는 지난 언론 인터뷰에서 국정원의 기획 탈북 의혹을 폭로한 이후 일관된 진술을 펼치고 있고, 이는 다른 종업원들의 진술과도 일치한다. 그럼에도 허씨가 입국 초기 진술을 번복했다는 점을 들어 그의 진술을 믿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입국 초기 국정원 진술서에 따라 ‘자의로 입국했다’ 결론

인권위는 또한 탈북 종업원들의 자의입국 여부에 대해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입장에 비중을 두고 “국내 입국한 종업원 중 다수는 한국행에 대해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다만 “일부 종업원의 경우 사전에 인지하지 못하고 지배인의 회유와 겁박 등에 의해 류경식당을 이탈할 당시, 혹은 한국 대사관 앞에서 처벌이 두려워 마지못해 한국행을 결정하였을 개연성이 있다”는 판단도 덧붙였다.

인권위는 이 사안 조사를 위해 12명의 종업원 중 5명을 직접 대면조사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피해자 5명은 지배인에 이끌려 어디로 가는지 모른 채 제3국 주재 한국대사관까지 왔고, 지배인의 위협과 회유에 어쩔 수 없이 한국대사관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고 일관되게 주장한다”고 전했다.

또한 “위 피해자들은 2016년 4월 5일 전에 한국행을 결심하고 자의로 입국했다는 보호센터의 기록에 대한 위원회의 확인 조사에서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피해자들의 ‘어디로 가는지 모른 채 입국했다’, ‘앞선 국정원 보호센터에서의 진술 등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등의 주장에 대해 “북한으로 송환된 조장 종업원의 CNN 인터뷰 내용, 토마스 유엔 특별보고관이 탈북에 반대해 북한으로 돌아간 종업원들과 국내입국한 종업원들 중 일부와 면담 후 가진 기자회견 내용, 일부 종업원들의 JTBC 인터뷰 내용 등과 유사하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종업원 12명이 ‘자유의사에 따랐다’고 작성한 귀순 확인서, 입국 당일 국정원 보호센터에서 ‘한국에 대한 동경으로 입국했다’고 적은 입국동기 진술서 등을 고려해 “다수 종업원들이 ‘자의 입국’했다고 보인다”고 판단했다.

종업원들의 직접 대면 결과, 이들의 진술이 다른 관련자들의 진술과 일치한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국가기관의 증거만을 판단 근거로 삼은 것이다.

5명 외에 대면조사를 진행하지 못한 7명에 대해서도 국정원 주장 등에 근거해 자의적 입국이라고 결론 내렸다.

다만 종업원들의 입국 당시 국가정보기관이 종업원들의 의사확인을 지배인을 통해서만 한 점에 대해서는 “직무상의 보호 의무 소홀히 했다” 지적하며, “억압적 관계가 존재할 경우 분리해 개별의사를 확인하는 절차가 보완돼야 한다”고 권고했다.

인권위는 언론공표가 국회의원 선거와 관련성이 있다는 주장을 두고 “청와대 국가안보실 등이 20대 국회의원 선거일인 4월 13일 즈음 종업원들의 입국사실을 언론공표한 것으로 의심할 수 있는 개연성이 크다”면서도 증거부족을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인권위는 △당시 통일부 등이 통상적인 비공개 관행을 어기고 국회의원 선거일 닷새 전, 입국 하루만인 2016년 4월 8일에 언론에 보도한 점 △국정원 1차장이 통일부 차관에게 언론공표 방침을 전달했고,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통일부 장관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추가 백브리핑을 지시하는 등 언론공표에 대해 매우 중요한 사항으로 처리했던 점 △담당직원이 2016년 4월 5일로 집단 입국 출발일을 지정했다는 지배인의 주장이 있고, 이와 관련한 국군정보사령부 기록에 지배인이 담당 직원에게 이메일 연락문을 보내 탈북 시행일을 4월 15일 이후로 연기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최종 4월 5일로 시행된 점 등도 의심의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관계인들의 진술이나 객관적으로 확인되는 입증자료가 없어 사실로 단정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했다.

피해자 종업원들의 입국 사실을 언론에 공표한 데 대해서는 “언론에 공표한 목적이 국가의 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의해 필요한 경우라고 보기 어렵다”며 헌법상 행동자유권 및 사생활자유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국정원법, 형법, 개인정보 보호법,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 등에도 위반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통일부는 지난 2016년 4월8일 긴급브리핑을 열고 중국 류경식당에서 근무하던 북한 종업원 12명과 지배인이 집단 입국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통일부의 즉각적인 발표, 총선을 닷새 앞뒀던 점, 이례적인 집단입국 등으로 인해 ‘기획 탈북’ 의혹이 제기됐다.

민변 등은 탈북 종업원 12명의 집단입국 과정에서 정보기관의 부당한 기획입국이 있었고, 통일부는 자유의사로 집단입국을 했다는 내용을 발표해 피해자들의 초상권과 사생활의 자유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며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2018년 5월 탈북을 주도했던 지배인 허씨와 탈북여성 4명이 JTBC 인터뷰를 통해 국가정보원의 회유와 협박에 의해 입국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같은해 7월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은 북한식당 종업원의 탈북과 관련해 “이들이 자신들의 의사에 반해 납치된 것이라면 범죄로 간주돼야 한다”며 한국 정부에 철저하고 독립적인 진상규명 조사를 요구한 바 있다.

의혹이 심화되자 인권위는 2018년 7월 직권조사를 결정하고,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이병호 전 국정원장, 홍용표 전 통일부 장관, 국군정보사령부 담당 직원 등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김지현 기자

기자를 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작은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님의 후원금은 모두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이시각 주요기사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카카오스토리2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