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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도로공사와 정부에 대한 농성 요금수납원들의 분노·실망...“각오하고 왔다”
11일 오후, 해고된 톨게이트 요금수납노동자들이 경북 김천시 한국도로공사 본사 2층에서 사측에 대화를 촉구하며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다. 노동자들이 '부당해고 철회하라', '책임회피 이강래 퇴진하라' 등의 손현수막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9.09.11
11일 오후, 해고된 톨게이트 요금수납노동자들이 경북 김천시 한국도로공사 본사 2층에서 사측에 대화를 촉구하며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다. 노동자들이 '부당해고 철회하라', '책임회피 이강래 퇴진하라' 등의 손현수막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9.09.11ⓒ민중의소리

11일 경북 김천시 한국도로공사 본사 농성장에서 만난 요금수납원들의 실망과 분노는 컸다. 이들은 사측이 본사 정규직들을 앞세워 요금수납원들의 직접고용 요구를 가로막으며 노노갈등을 조장하고, 대법원 판결에도 직접고용 대상자들을 최소화해 나머지 요금수납원들을 언제 끝날지 모를 소송전으로 몰아가고 있는데 대해 깊이 분노했다.

계속 소송에 목매야 하는 해고 노동자들
“일반 사기업도 아니고, 이럴 수 있나”

이날 농성장에서 만난 다수의 해고 요금수납원들은 지난달 대법원 판결 외에 따로 진행되고 있는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의 당사자들이었다. 전라북도의 한 톨게이트에서 10년 동안 일했다는 두 모(57) 씨도 “대법원 재판과 똑같은 내용으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두 씨는 “요금수납원들을 직고용 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을 때, 정말 기뻤다. 주변에서 축하도 많이 받았고, 곧 우리가 직고용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9일 도로공사 발표를 듣고 정말 분노했다”고 말했다.

이어 “분명 (사측은) 대법 판결까지 받고 오면 (직접고용) 해주겠다는 식으로 얘기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예전에 1심 판결이라도 국가는 재판 결과를 따라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며 “그런데도, 이런 식으로 수납원들을 무시하고 (자회사로 회유하며) 갈라치기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분노했다.

또 다른 재판 당사자 문 씨도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2015년 이후엔 관리감독자가 없었기에 파견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이강래 사장의 말은 말이 안 된다”며 “실질적으로 본사 직원들이 매일 와서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항상 확인하고 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반 사기업도 아니고, 이럴 수 있나”라고 말했다.

13년 동안 요금수납원으로 일했다는 한 모(56) 씨는 “공기업 사장이라면, 우리가 이렇게까지 반대하고 있으면, 최소한 우리 앞에 나와서 이야기를 들어보고 대화를 해봐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참 씁쓸하다”고 한탄했다.

11일 해고된 톨게이트 요금수납노동자들이 사흘째 경북 김천시 소재 한국도로공사 본관 2층을 점거하고 있다. 노동자들이 사측에 보내는 분노의 메시지를 A4 용지에 써 벽면에 부착했다. 2019.09.11
11일 해고된 톨게이트 요금수납노동자들이 사흘째 경북 김천시 소재 한국도로공사 본관 2층을 점거하고 있다. 노동자들이 사측에 보내는 분노의 메시지를 A4 용지에 써 벽면에 부착했다. 2019.09.11ⓒ민중의소리
도로공사 지시를 받고 나와 요금수납원들과 대치하고 있는 본사 정규직 직원들의 모습.2019.09.11
도로공사 지시를 받고 나와 요금수납원들과 대치하고 있는 본사 정규직 직원들의 모습.2019.09.11ⓒ민중의소리

도로공사에 대한 분노 “노노갈등 조장”

농성장에서 만난 요금수납원들은 도로공사 본사 정규직들로부터 받은 상처, 이런 감정이 들도록 조장하고 있는 회사에 대한 분노를 털어놨다. 이들은 도로공사가 직접고용 투쟁을 하고 있는 요금수납원들과 본사 정규직들 간에 노노갈등을 유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도로공사는 지난 9일 요금수납원들이 점거농성을 시작했을 때부터 농성이 확산되지 않도록 수백명의 본사 정규직들을 동원해 이들을 막고 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요금수납원들과 도로공사 정규직들 사이에 마찰이 생기지 않도록 중간에 배치되어 있었다.

이날 만난 요금수납원들에 따르면, 그동안 대부분의 톨게이트 영업소 임원직엔 도로공사 퇴직자들이 앉아 요금수납원들을 관리하는 관행이 이어져 왔다고 한다. 이들은 자신들이 직접고용되면 그동안 도로공사 퇴직자들이 갈 수 있던 자리가 줄어드는 등 이유로, 일부 고위층 정규직들이 요금수납원의 직접고용을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했다. 그렇지 않고선 회사가 운영비도 적게 드는 직고용 문제를 거부하고 굳이 자회사를 고집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런 관행만 문제가 아니다.

요금수납원 문 모(50대) 씨는 “12년 동안 수납원으로 일했는데, 3명의 사장을 봤다”며 “그런데 그 사장 모두가 도로공사 퇴직자였다”고 말했다. 그는 “퇴직자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그들이 떼어먹는 게 한두 푼이 아니라는게 문제”라며 “한 해 노무비로 (1인당) 2900만 원 정도 책정돼 있는 걸로 아는데, 그중 우리가 받는 돈은 2000만원 수준이었다. 또 이 외에도 청소 용역비, 식대, 부대비용 등이 모두 책정돼 있는 걸로 안다. 하지만 우리가 청소했고, 우리 돈으로 밥을 사 먹었고, 필기구도 우리 돈으로 구입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전라도나 강원도 쪽은 90%의 요금수납원이 장애인이다. 1인당 1년에 500만원이 넘는 장애인 장려수당이 국가에서 나온다고 하면, 보통 한 영업소에 15명 정도 근무하니, 정말 많은 국가 세금을 그들이 챙기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10년간 공무원으로도 일했던 시각장애인 두 씨는 “저도 한 때, 남부럽지 않게 살았다. 그런데 딱 이곳에 와서 겪어보고 알았다. 내가 잘못 생각했구나, 나만의 일이 아니구나. 직접 느껴보지 못하면 투쟁하는 마음 모른다”라고 말했다.

11일 도로공사 본사 점거농성 중인 요금수납원들이 부당해고 철회와 직접고용을 촉구하고 있는 모습.2019.09.11
11일 도로공사 본사 점거농성 중인 요금수납원들이 부당해고 철회와 직접고용을 촉구하고 있는 모습.2019.09.11ⓒ민중의소리

“각오하고 왔다”

요금수납원들은 단단히 결심을 하고 온 분위기였다.

두 씨는 “추석을 이곳에서 보내기로 하고 왔다. 절대 내 발로 나가지 않을 거다. 단단히 각오를 하고 들어왔다. 우리 모두가 같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잘못된 것은 인정하고 시정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공무원일 때는 잘 안 보였던 것이 이 자리에 와 보니 너무 많이 보인다. 저는 퇴직까지 몇 년 안 남았다. 무얼 바라겠나. 우리 자식에겐 이런 사회 물려줘선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일각에선) 떼쓴다거나 고집 피운다고 하는데, 우린 그런 게 아니다. 대법원 판결이 나왔으니 판결대로 직접고용 해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처우도 굉장한 걸 바라는 게 아니다. 지금 수준에서 고용불안에 떨지 않고 계속 일하게 해달라는 거다. 그럼 열심히 일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씨도 “내가 정년까지 5~6년 남았지만, 그 기간 동안이라도 불안함 없이 일하고 싶다”며 “내가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틸 거다. 우리에게 대안은 없다”고 말했다.

문 씨는 “이 싸움은 단순한 싸움이 아니다. 자회사는 덩치만 커진 외주용역회사다. 우리가 가장 원하는 것은 ‘고용 안정’인데, 원·하청 문제만 해결하려고 자회사 만들고 폐쇄하는 수순을 밟을게 뻔하다”라며 “우리 후대엔 비정규직이 없어야 하지 않겠나. 더 이상 길거리에서 노동자들이 비를 맞아가며 싸우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 씨는 추석을 가족들과 보내지 못하는 아쉬움에 대해서도 토로했다. “추석 때 집에 내려가지 못한다고 말하긴 했지만, 무슨 일 때문인지 자세한 내용은 어머니께 말하지 못했다. 마음이 많이 쓰인다. 모두에게 행복한 추석이어야 하는데, 어떤 사람은 이렇게 싸워야 한다는 게, 시대가 변했음에도 정부가 이렇게밖에 못한다는 게 너무 안타깝다.”

한편, 이날 오후 경북지방경찰청은 요금수납원들의 도로공사 점거농성 강제진압 여부를 고민 끝에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경찰청 관계자에 따르면, 경북경찰청은 노사가 대화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이에 오전까지 긴장감이 감돌던 농성장 분위기도 한결 풀렸다. 현장 경찰 관계자도 “오전까지 강제집행 분위기가 있었는데, 지금은 완전히 사라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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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김천 =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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