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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강제진압 긴장감 걷히고 간만에 웃음꽃 핀 요금수납원 농성장
도로공사 본사 점거농성 중인 민주일반연맹  민주연합노조 조합원들이 캐노피에서 고공농성 중인 동료 조합원들과 영상통화를 하는 모습.2019.09.11
도로공사 본사 점거농성 중인 민주일반연맹 민주연합노조 조합원들이 캐노피에서 고공농성 중인 동료 조합원들과 영상통화를 하는 모습.2019.09.11ⓒ민중의소리

“언니~!”
“형부~!”
“정미야~!”

11일 오후 7시경,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들이 모인 경북 김천시 한국도로공사 본사 농성장 한쪽에서 반가움이 담긴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건물 2층 뒷문 쪽 로비엔 수십 명의 노조 조끼를 입은 요금수납원들이 모여 있었다. 이들은 하나의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손을 격하게 흔들었다.

이는 지난 6월 30일 경부고속도로 서울톨게이트 캐노피 위에 올라,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동료 요금수납원들과의 영상통화였다.

캐노피에 오른 동료가 핸드폰 화면으로 “구름이 잔뜩 낀게 멋있다”며 하늘을 비춰주자, 전화를 건 박순향 민주일반연맹 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지부 부지부장은 “우리가 여기 갇혀 있으니까, 캐노피에 올라간 동료들의 마음을 알 것 같아. 그런데 여기는 거기보다 너무 좋아. 지붕도 있어!”라고 농담을 던졌다. 농성장에 모처럼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도로공사의 자회사 소속 전환 방침을 거부하다 지난 7월 1일부로 해고 상태에 놓인 1500명의 요금수납원들은 현재 “대법원 판결대로 직접고용하라”며 김천시 도로공사 본사와 성남시 서울톨게이트 캐노피 위에서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해고 전날 캐노피에 올라간 40여명의 요금수납원들은 이날로 고공농성 74일 째를 맞았고, 지난 9일부터 도로공사 본사 점거에 들어간 300여명의 노동자들은 이날로 농성 3일 째를 맞았다.

서울톨게이트 캐노피에서 고공농성 중인 조합원들과 영상통화 중인 민주일반연맹 공공연대노조 조합원들 모습.2019.09.11
서울톨게이트 캐노피에서 고공농성 중인 조합원들과 영상통화 중인 민주일반연맹 공공연대노조 조합원들 모습.2019.09.11ⓒ민중의소리
경북 김천시 한국도로공사 본사 창문 틈으로 안부를 묻고 있는 남편과 톨게이트 요금수납원인 아내의 모습. 2019.09.11
경북 김천시 한국도로공사 본사 창문 틈으로 안부를 묻고 있는 남편과 톨게이트 요금수납원인 아내의 모습. 2019.09.11ⓒ민주일반연맹 관계자 SNS

“여보” 창문 틈으로 이뤄진 부부 상봉
추석 연휴에도 이어지는 농성 “여기서라도 잘 보내야죠”

이날 도로공사 농성장은 전날에 비해 편안한 밤을 맞았다. 본사 직원들도 대부분 명절을 보내기 위해 퇴근을 했고, 건물엔 요금수납원들과 소수의 본사 직원, 경찰관들만 남았다. 경찰은 이날 오전까지 요금수납원들에 대한 강제 진압을 고려하다, 도로공사 노사 간 대화의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집행을 보류했다.

이에 대립적이고 긴장됐던 농성장의 분위기가 많이 완화됐다. 그래서 농성 중인 요금수납원들도 잠시 긴장을 풀고 가족과 동료들에게 전화를 걸 수 있었다.

현장에선 자신을 보기 위해 먼 길을 찾아온 남편의 얼굴을 가까이서 보기 위해 창문으로 고개를 내민 요금수납원의 모습도 보였다. 이들의 상봉을 지켜본 한 노동자는 자신의 SNS 계정에 “울컥하며 나지막하게 전해지는 대화 속에서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전해졌다”고 글을 남겼다.

또 경찰과 요금수납원들 간의 분위기도 많이 누그러들었다.

전날 밤 긴장감에 잠을 설친 노동자들은 피로해진 몸을 로비 바닥에 누였다. 경찰은 추석 연휴 동안 농성이 진행될 수밖에 없는 상황과 요금수납원들의 건강 등을 고려해 최소한의 모포와 침낭 등을 건물 안으로 들이는 것을 막지 않기로 했다. 그러자 요금수납원들도 경찰관들에게 분노 표출 등을 자제하겠다고 화답했다.

남정수 민주일반연맹 교육선전실장이 이같은 상황을 공유하자, 요금수납원들 사이에선 “우리, 경찰 미워하지 않아요”라는 목소리가 튀어나오기도 했다.

11일 오후 남정수 민주일반연맹 교선실장이 조합원들을 모아놓고 상황을 전파하고 있는 모습. 2019.09.11.
11일 오후 남정수 민주일반연맹 교선실장이 조합원들을 모아놓고 상황을 전파하고 있는 모습. 2019.09.11.ⓒ민중의소리

남정수 실장은 농성 초반 격한 분위기 속에서 연행된 요금수납원들에 대한 소식도 전했다. 경찰은 10일 20층 사장실 앞에서 농성 중이던 9명의 요금수납원을 연행했다. 남 실장에 따르면, 일부 조합원들은 풀려났고, 일부는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영장실질심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틀 정도는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심각한 상황은 아닌 듯하다”며 “좋은 소식이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남 실장은 추석연휴 기간 동안 계획에 대해서도 말했다. 그는 “여기서라도 추석을 잘 보내기 위해 프로그램을 짜고 있다”며 “차례도 지내고, 직접고용 요구 등을 보여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짜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양한 루트로 도로공사 이강래 사장에게 교섭을 요구하는 등, 우리가 갖고 있는 역량을 동원해 문제를 해결해보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성 요금수납원들에겐 각계에선 보내는 도움의 손길과 연대 물품이 줄을 이었다.

11일 저녁 시간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소속 의사 두 명이 찾아와 몸이 불편한 노동자들을 진료했다. 수많은 노동자들이 줄을 서서 차례대로 진료를 받았다. 컵라면 등 식사 대용품 뿐 아니라, 배, 포도, 바나나 등도 현장에 도착해 차곡차곡 쌓였다.

한편, 농성 중인 요금수납원들은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농성장을 떠나지 않겠다는 결의를 다지고 있다. 이들의 농성은 추석연휴 기간에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11일 밤 경북 김천시 한국도로공사 건물 2층에 차려진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농성장 한 켠에 각계에서 보내온 연대 물품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다. 2019.09.11
11일 밤 경북 김천시 한국도로공사 건물 2층에 차려진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농성장 한 켠에 각계에서 보내온 연대 물품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다. 2019.09.11ⓒ사진 =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경북 김천 =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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