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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성장에 기자 출입 통제한 도로공사..요금수납원들 “16일부터 풍전등화”
경찰이 한국도로공사 본사 출입구를 막고 있는 모습.
경찰이 한국도로공사 본사 출입구를 막고 있는 모습.ⓒ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제공

한국도로공사가 톨게이트 요금수납 노동자들이 농성 중인 본사 건물에 전기를 차단하고, 기자 출입을 전면 통제했다. 고속도로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들은 지난 9일부터 일주일째 경북 김천 한국도로공사 본사에서 농성 중이다. 이들은 1,500명 요금수납원들의 직접고용을 촉구하며 이강래 도로공사 사장과의 직접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15일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연맹에 따르면, 도로공사는 13일부터 전기를 차단하고, 도로공사 출입기자로 등록되지 않은 기자들의 출입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박순향 민주일반연맹 톨게이트지부 부지부장은 이날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전기가 안 들어와서 휴대전화로 불빛을 비추면서 화장실을 다니고 있다"고 현재 농성장의 상황을 알렸다.

특히 박 부지부장은 농성장의 상황을 전할 언론마저 도로공사가 사실상 통제하고 있다고 알렸다. 박 부지부장은 "기자들이 다 돌아갔다. 기자들이 들어와야 한다"며 "농성장에 기자를 차단한 것은 모든 것을 차단시킨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호소했다. 이어 "우리가 이 상황을 바깥 세상에 알려내야 하는데 우리가 영상을 찍기도 역부족"이라고 털어놨다.

박 부지부장은 "농성자들 대부분이 여성들인데, 여성 경찰들은 없고 남자 경찰들만 있다"며 "이들이 지켜보고 있으니까, 불편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9월에는 끝장내자"
눈물의 차례 지낸 요금 수납노동자들

13일 오전 경북 김천 한국도로공사 본사 2층 로비에서 열린 톨게이트 노동자 1500명 직접고용 기원 추석맞이 합동차례의 모습.
13일 오전 경북 김천 한국도로공사 본사 2층 로비에서 열린 톨게이트 노동자 1500명 직접고용 기원 추석맞이 합동차례의 모습.ⓒ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제공

요금 수납원들은 추석 연휴에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직접고용을 촉구하며 투쟁하고 있다. 본사에서 농성 중인 요금 수납노동자들은 추석당일인 13일 오전에 2층 로비 농성장에서 추석맞이 합동차례를 지냈다.

14일 민주노총 유튜브 계정에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추석'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해당 영상에서, 요금 수납원 노동자들은 가족의 편지를 낭독하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담겼다.

"요즘 저의 일상은 인터넷 기사에서 엄마 사진, 얼굴 찾기에요. (중략) 기사에서 엄마 얼굴 찾으면 사무실 구석에서 엉엉 울고, 어젯밤 열렸던 문화제를 유튜브로 실시간 보면서 엄마에게 손을 흔들며 집에서도 엉엉 울고 엄마가 너무나도 보고싶습니다. 원래도 추석, 설날, 명절 공휴일 없이 일하시던 엄마셔서 추석을 함께 보내지 못하는 슬픔은 원래부터 익숙했지만 오늘은 느낌이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엄마 없이 (추석을) 보내야 한다는 걸 믿을 수 없지만 우리 가족은 마음만은 김천에 있는 엄마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친정어머니를 8월 22일 하늘나라로 보내드렸습니다. 이 투쟁을 하면서 병간호를 제대로 못 해서 한이 남습니다. 어머니께 술 한 상 드리고 사죄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승리로 보답하겠습니다."

강제진압 두려움 속에 다시 운동화 끈 묶는 요금수납원들
"16일부터 농성장은 풍전등화"

경북 김천 도로공사 본관으로 들어가는 출입문 통제로 인해, 들어가지 못하고 서로의 손을 잡은 노동자들의 모습.
경북 김천 도로공사 본관으로 들어가는 출입문 통제로 인해, 들어가지 못하고 서로의 손을 잡은 노동자들의 모습.ⓒ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제공

추석 연휴가 마무리되면서, 경찰의 강제진압의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 요금 수납원들은 16일부터 도로공사가 다시 정상업무에 들어가는 만큼 이날 밤이 고비라고 전했다. 박 부지부장은 "내일부터 저희는 풍전등화"라며 "내일부터 긴장 속에서 운동화 끈 묶어두고 앉아있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11일 경북경찰청은 강제진압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노사 간 대화로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이고, 여성노동자들이 많아 위험한 상황이 올 수 있기에 보류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대법원이 도로공사가 요금수납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할 의무가 있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도로공사 측은 해고된 노동자 1,500명 전체가 아닌 499명만 '직접고용'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9일 도로공사 이강래 사장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법원 판결에 따라 외주용역업체 소속이던 요금수납원 745명에 대해 오는 18일까지 고용의사를 확인해 직접 고용 및 자회사 전환 대상자로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도로공사는 직접고용대상자 745명 중 자회사 전환에 동의한 수납원 220명, 정년이 초과한 수납원 20명, 대법에서 파기환송 처리된 수납원은 6명을 제외하면 공사가 직접 고용해야 하는 인원은 총 499명이라고 추정했다. 오는 23일부터 정규직 전환을 시작해, 다음 달 중 현장 배치를 마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은 12일 이강래 도로공사 사장에게 교섭을 촉구하는 공문을 발송한 바 있다. 이에 도로공사는 "대법원 판결에 따른 요금수납원 고용방안에 대한 공사의 공식적인 입장은 지난 9일 사장 기자회견에서 모두 발표했으며, 현재 그와 다른 정책적인 입장 변화는 없다"며 "공사 협상단은 기존 공사의 공식적인 입장 범위안에서 담당본부장, 처장이 참석할 수 있음을 알려드린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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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아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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