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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퇴장의 의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을 전격 경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그의 많은 제안에 대해 강하게 의견을 달리했다”고 언급했으며,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볼턴 보좌관이 이란, 아프가니스탄, 베네수엘라, 북한 문제 등에서 충돌을 빚어왔다고 보도했다.

사실 볼턴의 노선이란 그저 군사력을 앞세우는 낡은 제국주의 정책이었다. 볼턴은 처음 정부에 들어왔던 부시 행정부에서 이라크와의 전쟁을 지지했고, 북한과의 제네바 합의를 파기하는 데 기여했다. 이라크 전쟁이 유례없는 실패로 끝나고 중동의 불안정이 더욱 확산되었으며, 북한 역시 그 이후 핵무기를 만들어냈다. 볼턴의 노선은 이미 실패했던 셈이다.

그렇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그를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임명한 것은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졌다. 트럼프 정부가 내세웠던 고립주의 노선과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볼턴은 트럼프 정부에서도 이란과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강경 정책을 추진했고, 베네수엘라에서는 정권교체를 시도했다. 북한과의 협상을 사사건건 막아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이번에도 볼턴은 실패했고, 결국 정부에서 축출됐다.

볼턴의 실패는 그의 외골수 스타일이 낳은 결과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과거와 같은 지위를 유지할 수 없는 미국의 현실이 강제한 것이기도 하다. 탈냉전 이후 세계의 유일 패권국가였던 미국은 이제 더 이상 국제사회의 정치적 리더가 아니다. 중국은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고 있고, 미국은 이를 효과적으로 저지하지 못하고 있다. 미중 사이의 무역분쟁이 끝없이 확대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미국은 중동의 안정을 위해 러시아의 힘을 빌렸고, 눈에 가시처럼 여겼던 시리아의 정권을 교체하는 데도 실패했다. 베네수엘라 개입에도 실패했다.

미국은 동맹국가들 내에서도 신뢰를 잃었다. 유럽은 더 이상 미국에 의존하지 않으려 하고, 기후변화와 같은 특정 정책에서는 노골적으로 미국과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이제 과거와 같이 미국의 뒤를 따르는 주요 국가는 일본만 남았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아직 볼턴의 후임이 누가 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트럼프 정부가 볼턴 대신 또 다른 ‘제국주의자’를 내세운다면 그것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것이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종종 지적해 온 것처럼 더 이상 ’세계의 경찰이 되려고 해서는 안 된다’. 볼턴의 실패를 반복하는 건 미국의 추락에 가속을 더할 뿐이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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