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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벗 칼럼] 갱년기의 여성호르몬 부족? 여성호르몬 불균형이 문제
유방암(자료사진)
유방암(자료사진)ⓒYTN 캡쳐

선근증을 가진 한 40대 후반의 환자는 생리 때마다 심한 통증과 과도한 출혈 때문에 매우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이 환자의 질환은 여성호르몬의 과다에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폐경에 이르고 있기 때문에 월경도 불규칙해지고 있고, 갱년기 증상도 나타나고 있기도 합니다. 아직 폐경하고 싶지는 않은데, 그렇다고 여성호르몬을 보충하자니 선근증으로 인한 고통도 걱정입니다. 환자분이 묻습니다. ‘여성호르몬에 좋다는 OOO같은 건강기능식품을 먹는 게 좋을까요? 아닐까요?’

우리가 특정 호르몬을 ‘여성호르몬’이라고 부르는 것은, 그 호르몬이 여성의 신체적 기능적 특성을 발현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여자 아이들이 사춘기에 여성적인 신체의 변화가 나타나는 것도 호르몬이 많이 분비되기 때문이지요. 반대로 갱년기는 이 호르몬이 적어지기 때문에 그에 따라 여성의 신체적, 기능적 특성이 점차 약해진다고 설명하지요. 예를 들어 여성호르몬은 유선 조직과 가슴, 자궁과 골반의 발달, 피부와 뼈, 혈관과 신경계통의 건강에 영향을 미칩니다. 아래 그림처럼 나이에 따른 에스트로겐의 양을 나타내는 곡선은 마치 한 여성이 성장, 발달하고 점점 노화되는 여성의 일생과 궤를 같이 하는 것처럼 보이지요.

나이에 따른 하루 평균 에스트로겐 수치
나이에 따른 하루 평균 에스트로겐 수치ⓒ필자 제공

여성호르몬이라고 불리는 호르몬들은 여성에게만 독점적으로 나오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여성호르몬은 여성에게만 나오는 것이 아니고 남성에게도 있습니다. 다만 상대적으로 남성호르몬의 분비가 더 많기 때문에 남성의 신체적 기능적 특성이 발현되는 것이지요. 그것은 남성호르몬이라고 불리는 안드로겐, 테스토스테론이 여성에게도 소량 분비되고 일정한 기능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인체의 특정 기능의 발현에 있어서 호르몬은 하나로만 작용하지 않으며, 여러 가지 호르몬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반대작용을 하는 호르몬과 짝으로 길항적으로 조절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흔히 여성호르몬이라고 부르는 호르몬은 난소에서 분비되어 가임기 여성의 신체적 기능적 특성을 발현시키는데 관여되어 있는 ‘에스트로겐’을 말하지만, 여성적 특성을 나타내는 호르몬에는 에스트로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배란 후 난포에서 분비되어 배란을 억제하고 자궁의 임신을 준비하게 하거나 태반에서 분비되어 임신을 유지하는 기능을 가진 ‘프로게스테론’은 월경이 되거나 출산을 하면 더 이상 기능하지 않고 사라지는 호르몬으로 이해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프로게스테론은 임신 후기가 될수록 에스트로겐의 분비가 많아질수록 함께 많아지면서 안전하게 출산까지 임신이 잘 유지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하지만 임신과 관련되지 않더라도 일상적으로 에스트로겐과 함께 길항적으로 작용하여 여성성을 적절한 수준에서 발현시키는데 매우 중요한 호르몬이기도 합니다. 에스트로겐이 과잉되면 그것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자궁내막이 지나치게 발달하게 되어 월경량이 많아지기도 하고 자궁근종이나 자궁과 난소, 유방의 암조직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프로게스테론은 이러한 에스트로겐 과잉의 부작용을 상쇄시켜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어떤 의사들은 여성호르몬을 에스트로겐과 동의어처럼 사용하며 ‘프로게스테론’을 별개의 호르몬으로 다루지만, 어떤 의사들은 에스트로겐만큼 여성의 건강에 중요한 여성 호르몬의 하나로 포함시켜 강조하고 있습니다.

앞에서 말한 경우처럼 갱년기 여성에서 많은 건강문제는 ‘에스트로겐의 부족’에서 유발된다고 설명되지만, 반대로 같은 시기에 에스트로겐의 과잉 때문에 문제를 겪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것은 어떻게 설명될까요?

아래 그림과 같이, 폐경 전 시기에 에스트로겐의 분비량은 천천히 줄어들게 됩니다. 하지만 같은 시기에 프로게스테론의 양은 상대적으로 훨씬 더 급격히 줄어들게 됩니다. 35~50세 사이에 에스트로겐 양은 약 35% 줄어들지만, 프로게스트렌은 같은 기간 75%의 감소가 일어납니다. 또한 갱년기 이후에도 소량이지만 지방조직에서 에스트로겐을 분비해주는 역할을 하는 반면, 프로게스테론은 폐경 이후 거의 나오지 않게 됩니다.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의 감소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의 감소ⓒ필자 제공

그래서 이 과정에 에스트로겐이 줄어들기는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상대적 에스트로겐 우위’ 상태가 유발됩니다.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은 길항적관계에 있기 때문에, 에스트로겐 우위의 상황은 에스트로겐 과잉 상태와 같은 작용이 나타나게 됩니다.

그로 인하여 이 시기 여성들은 갱년기와 더불어 다양한 질환들을 겪게 됩니다. 심지어 우리가 여성호르몬 부족으로 나타난다고 알고 있는 갱년기 증상들도 부족이 아니라 과잉 때문에 유발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에스트로겐 과다 증상으로도 불면증이나 우울 같은 기분장애나 혈관의 순환부전의 문제, 면역력 저하로 인한 감염증들과 알레르기 증상, 몸 전반적인 근골격계 통증이나 피부탄력 저하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또한 에스트로겐에 민감한 유방암의 경우 유병률이 폐경 전까지가 가장 높고 그 이후에는 점차 낮아집니다. 선근증이나 자궁근종, 자궁내막증식증, 자궁내막증 같은 에스트로겐과 연관된 질환들도 폐경이 되기 직전까지 가장 증상이 심각해지기도 합니다.

만약 이러한 상황에서 에스트로겐만을 보충하는 방식의 치료가 이루어지면 어떻게 될까요? 그 부작용이 이점보다는 더 클 수도 있습니다. 특히 합성된 제품의 에스트로겐 보충은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있습니다. 2002년 7월 미국 국립보건원(NIH)에서 WHI (Women's Health Initiative)의 대규모 연구 결과 발표에 따르면 프레마린 [Prempro-Premarin(임신한 암말의 에스트로겐)에 프로베라(Provera 합성 프로게스테론)를 첨가한 것]를 사용한 여성들에게서 침윤성 유방암과 심장질환, 심장마비의 위험이 뚜렷하게 증가하여 미국 FDA 역시 안전성논란이 있는 여성호르몬 대체요법은 최단기간, 최소단위로사용할 것을 권고한다고 합니다. (물론 단기간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다는 이견도 있고, 국내 학계에서도 여성호르몬제의 사용을 권장하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특정 식물성 에스트로겐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고 알려진 음식이나 약재들은 어떨까요? 그것들은 혈중 에스트로겐의 농도를 가중시킨다기보다는 체내에서 에스트로겐 수용체를 선점함으로써 오히려 체내 과도한 에스트로겐의 작용을 더 줄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러한 작용 때문에 오히려 갱년기 에스트로겐 상대적 우위 증상에 더 효과가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또한 천연 복합제재에는 식물에스트로겐 뿐만 아니라 다른 성분들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보다 합성 제재보다는 안정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만약 보다 빠른 방법을 원한다면 프로게스테론을 보충하는 방법을 고려해보세요. 프로게스테론은 합성된 경구 약물이나 자궁내 삽입장치를 통해서도 이용하기도 하지만, 천연제재를 원료로 하는 ‘프로게스테론 크림’을 활용해볼 수도 있습니다. ‘프로게스테론 크림’은 피부를 통하여 프로게스테론을 체내에 흡수 작용하게 하는 방법인데, 월경주기를 고려하며 배란일부터 생리 때까지 일정량을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현승은 수원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새날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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