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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자유한국당에 ‘삭발의 자격’을 묻는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조국 법무부 장관 파면을 촉구하며 청와대 앞에서 삭발했다. 국회의원 110명을 가진 제1야당 대표가 삭발한 것은 초유의 사태다. 황교안 대표는 삭발 이후 “대한민국을 지키고, 자유 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지키기 위해서 저의 모든 것을 다 바치겠다”면서 비장한 심경을 밝혔다.

그러나 조국 장관 임명 찬반을 떠나 황 대표의 삭발은 의아함과 함께 그 진정성에 의문을 안겨준다. 야당 지지자는 물론 여권 지지자 중에도 적지 않은 이들이 조국 장관 가족의 행태를 비판적으로 보고 있으며 본인도 이에 거듭 사과했다. 물론 검찰과 언론의 정치적 결탁을 지적하는 반론도 있다. 그러나 과연 조 장관 사안이 정기국회를 개회할 시점에 제1야당 대표가 장외로 나가 삭발할 일인지 동의할 수 없다. 조 장관 관련 사안은 이미 검찰이 과잉수사가 우려될 정도로 시쳇말로 ‘탈탈 털고’ 있다. 황 대표와 자유한국당이 조 장관의 혐의를 확신한다면 시간은 그들의 편이 돼줄 텐데 왜 이리 호들갑을 떠는지 모를 일이다.

황 대표에 앞서 무소속 이언주 의원과 자유한국당 박인숙 의원도 삭발을 했다. 자유한국당 이학재 의원은 15일부터 단식에 들어간다고 선언했다. 삭발과 단식은 고공농성 등과 함께 사회적 약자들의 마지막 항거 수단이다. 야당 정치인도 삭발이나 단식을 하기도 했으나 권위주의 정권의 일방적 폭주에 맞서기 위한 말 그대로 고육지책이었다. 재정도, 인력도, 편들어 줄 언론도 풍족한 자유한국당 대표의 삭발에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권 공격에도 오르지 않는 지지율로 인한 초조함이 묻어날 뿐이다.

황 대표의 발언에는 어떤 성찰도 없어 더욱 듣는 이들을 절망케 한다. 박근혜 정권의 법무부 장관, 국무총리,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최대 수혜자’로 불리는 황 대표는 ‘사법농단’ ‘권력형 비리’ ‘헌정유린’ ‘민주주의’를 언급할 자격이 없다. 자신과 자당 의원들은 패스트트랙 수사를 거부하면서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조국은 검찰 수사를 받으라’고 외치는 모습에 기가 막힌다.

조 장관 가족의 특권을 규탄하지만 과연 황교안, 나경원, 김성태, 장제원이 공정과 정의를 대변한다고 생각할 국민이 있을까. 여론이 자유한국당의 주장에 동조하지 않고 황 대표의 삭발에도 공감하지 않는 이유다. 국민의 지지와 공감이 없는 나홀로 삭발, 우리끼리 규탄은 정치 무관심을 넘어 냉소와 조롱을 부른다. 조 장관을 욕할 자격이 있는지 먼저 자성할 일이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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