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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크랩 시연은 없었다, 2심서 확인된 드루킹의 ‘김경수 엮기’ 날조 정황
김경수 경남지사.
김경수 경남지사.ⓒ민중의소리

네이버 댓글조작 등 혐의로 기소된 김경수 경남지사의 항소심 재판이 막바지를 향해가는 가운데, 재판 과정에서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인 댓글조작 프로그램 ‘킹크랩’ 시연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결정적인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항소심 재판부의 최종 판단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19일 서울고법 형사2부(차문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김 지사의 항소심 공판에서도 증인으로 출석한 드루킹 김씨를 상대로 킹크랩 시연 여부와 관련한 신문이 이뤄졌다.

앞선 1심에서 재판부는 문제의 킹크랩 시연 당일 저녁 8시 7분께부터 8시 23분께까지 킹크랩 개발자 우경민의 휴대전화로 네이버에 접속해 활동한 로그 기록 등을 근거로 “2016년 11월 9일 저녁에 경공모 사무실에서 피고인에게 킹크랩 프로토타입의 구동을 통해 네이버 뉴스 댓글에 자동으로 공감‧비공감 클릭이 되는 모습을 시연했다”며 이 시연을 본 김 지사가 댓글조작을 승인했다는 특검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1심 재판 과정에서는 김 지사가 실제 방문한 시간대, 드루킹과 회동한 시간대 등과 관련해 물적 증거에 따른 입증이 이뤄지지 않았다. 따라서 1심에서의 관건은 재판부가 단순히 특검과 김 지사 중 누구 말을 믿느냐는 것이었다. 재판부는 뚜렷한 물적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특검 측 손을 들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특검이 드루킹의 주장을 토대로 낸 공소장 및 이를 그대로 따른 1심 판결 내용과 전면 배치되는 물적 증거들이 확인됐다.

항소심에서 새롭게 제출된 결정적인 물적 증거는 김 지사 수행비서의 구글 타임라인과 ‘닭갈비 결제 영수증’이다. 이 증거들을 토대로 저녁식사 시간, 간담회 시간 등 당일 저녁 동선을 종합해보면, 1심에서 인정된 김 지사의 킹크랩 시연 참석 및 댓글조작 승인 혐의가 완전히 부정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김경수 경남지사와 경공모 회원들이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는 증거들. <br
김경수 경남지사와 경공모 회원들이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는 증거들. ⓒ민중의소리

1심 재판부가 인정한 당일 동선과 새롭게 제출된 물적 증거들을 토대로 한 당일 동선을 한 번 비교해보자.

우선 1심 재판부가 인정한 특검 주장에 따르면 김 지사는 킹크랩 시연 당일 2016년 11월 9일 저녁 7시경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경제적 공진화 모임(이하 경공모) 사무실을 방문했고, 경공모 회원들과 저녁식사를 하지 않고 곧바로 8시까지 1시간 가량 경공모 측 브리핑을 들었으며, 브리핑 직후 다른 회원들이 빠져나가고 8시 7분부터 5~10분 정도 동안 킹크랩 시연을 했다. 시연이 끝난 후 드루킹 김씨와 10여분 간 독대를 했고, 강연장에서 나온 후 5분 정도 인사를 나눈 뒤 경공모 사무실을 떠났다. 그렇다면 김 지사는 늦어도 오후 8시 40분에는 경공모 사무실을 떠난 것이 된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에서 새롭게 제출된 김 지사 수행비서의 구글 타임라인에는 김 지사가 오후 5시 43분에 국회를 출발해 7시께 경공모 사무실에 도착한 후, 두 시간 조금 넘게 머물렀다가 오후 9시 14분에 경공모 사무실을 떠난 것으로 나온다.

김 지사와 함께 저녁식사를 하지 않았다는 특검 주장과 달리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는 저녁식사를 했다는 사실을 입증해주는 ‘닭갈비 영수증’이 증거로 나왔다. 이 영수증에 따르면 경공모 측은 당일 오후 5시 50분께 신용카드로 인근 식당에서 닭갈비 15만 원어치(20인분)를 결제했다. 김 지사 방문 1주일 전에 드루킹이 “다음주 수요일은 닭갈비 20인분을 사서 데워서 저녁 대접을 하기로 했다. 조리해서 가져올 것이다”고 부인에게 보낸 텔레그램 메시지 내용도 확인됐다. 김 지사가 경공모 사무실에서 회원들과 저녁식사를 했다는 결정적인 물적 증거인 것이다. 김 지사 측은 그동안 경공모 회원들과 사무실 구내식당에서 약 한 시간 동안 저녁식사를 했다고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새롭게 제출된 물적 증거들을 토대로 당일 김 지사의 동선을 재구성해보면 이렇다. 김 지사는 7시께 경공모 사무실에 도착해 늦어도 8시경까지 회원들과 저녁식사를 했고, 8시부터 9시까지 2층 강의장에서 약 한 시간 동안 경공모 브리핑을 들었다. 브리핑 직후 김 지사는 드루킹과 최대 10분 독대를 하고, 경공모 회원들과 짧게 인사를 나눈 뒤 9시 14분 경공모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특검이 주장하는 동선과 비교한다면 김 지사가 경공모 사무실을 빠져나간 시간은 30~40분 차이가 난다.

결과적으로 특검이 주장하는 킹크랩 시연 시간은 김 지사가 경공모 회원들과 함께 브리핑을 듣고 있던 시간과 겹치기 때문에, ‘킹크랩 시연은 없었다’는 결론이 나온다.

드루킹과 둘리가 당초 특검 조사에서 “저녁식사를 했다”고 진술했다가 “하지 않았다”고 번복한 것은 7시부터 8시까지 식사 시간이 없어야 브리핑 후 킹크랩 시연을 하는 시간을 추출할 수 있기 때문에 특검과 함께 입을 맞춘 결과물로 보인다.

킹크랩 시연의 증거로 쓰인 ‘로그기록’의 정체는 테스트용

그렇다면 특검이 주장하고 1심 재판부가 인정한 킹크랩 시연의 증거인 개발자 ‘둘리’ 우경민 스마트폰 로그기록의 정체는 무엇일까? 킹크랩 개발 과정에서 발생한 테스트 기록이었던 것이다.

'킹크랩 시연' 당시 로그기록. 특검은 이미 개발이 완성된 킹크랩을 시연한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로그기록에는 한 차례 누락 동작이 발견됐다.
'킹크랩 시연' 당시 로그기록. 특검은 이미 개발이 완성된 킹크랩을 시연한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로그기록에는 한 차례 누락 동작이 발견됐다.ⓒ민중의소리

실제 재판 과정에서는 11월 9일 당일 발견된 킹크랩 작동 로그기록과 유사한 로그기록이 11월 9일 전후로 약 20일 간 여러차례 있었다. 드루킹 측과 특검은 이미 11월 7일 누락 동작이 발생하지 않는 완벽한 킹크랩 프로그램을 준비해 9일 시연한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실제로는 9일 로그기록에서도 작동 오류가 발견됐다.

따라서 드루킹 측과 특검이 ‘시연’이라고 주장한 9일 킹크랩 작동 역시 ‘테스트’ 작업에 불과했을 가능성이 높다. 김 지사 방문 이후인 11월 12일과 16일 사이에도 별다른 추가 기능 개발 없이 기존 테스트를 반복한 흔적이 나온 점 역시 9일 킹크랩 작동이 완벽한 개발 상태에서의 시연이었다는 특검 주장과 어긋난다.

지난 5일 항소심에 증인으로 출석한 ‘둘리’ 우경민씨 역시 일반적인 테스트 작업과 ‘시연’이라고 주장하는 작업의 차이를 묻는 김 지사 측 질문에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당시 우씨는 ‘킹크랩 구동 시간을 기준으로 시연과 테스트를 구분하는 기준점이 있느냐’는 김 지사 측 변호인의 질문에 “그런 기준점을 딱히 정해둔 것 같지는 않다”고 답했다.

강경훈 기자

법조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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